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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영도 中 능력주의 ‘소프트파워 굴기’ 불가능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밀레니얼 세대 중국人, 적대적 문화민족주의로 이웃 나라 자극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공산당 영도 中 능력주의 ‘소프트파워 굴기’ 불가능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에 있는 마오쩌둥 동상. [동아DB]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에 있는 마오쩌둥 동상. [동아DB]

7월 14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주최로 ‘중국공산당 건립 100년과 2049년 중국: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 제하의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른바 ‘두 개의 100년’, 즉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 고찰이 주제다. 특히 공산당 창당 100년을 토대로 앞으로 30년 동안 중국이 어떤 강대국이 될지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중국은 ‘글로벌 표준 제공자의 위상’을 회복하려 시도하고 있다”(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시진핑 정부는 민주화 정치개혁보다 ‘중국몽’을 통치 목표로 부상을 추진할 것”(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경제발전이 아닌 지정학적 노림수로서 ‘일대일로’는 조공체제의 기억을 되살려 우려스럽다”(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표적 중국 연구자들은 “공산당은 중국을 G2 지위로 끌어올렸지만 하드파워·소프트파워 면에서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1세기 중국, 부강(富强)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

필자는 ‘21세기 중국, 부강(富强)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중국은 크게 성장한 경제적 역량으로 세계 각국에 하드파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어젠다를 전파할 소프트파워도 키우고 있다. 서양 규칙을 수용하던 처지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세계에 발신하는 이른바 대전환을 꿈꾼다. 문제는 소프트파워든, 스마트파워든 국제사회가 그것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다. 주변국은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중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2016년 7월 1일 중국공산당은 창당 95주년 기념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면 4가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제시된 노선·이론·제도의 자신감에 문화, 즉 소프트파워에 대한 자신감이 더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사상 문화 건설과 이데올로기 영역에도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중화의 우수한 전통 문화가 널리 선양됐다”고 자평했다. 이제 중국 일상에서 사회주의는 레토릭으로만 남았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상과 이데올로기로서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유교도 아비투스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세계에 뽐내려는 소프트파워란 무엇인가.

중국의 소프트파워 개념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있는 듯하다. 21세기 들어 ‘국력’이 단순히 하드파워만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력이라는 개념은 좀 더 포괄적인 뜻으로 진화했다.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느냐, 다른 나라와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 가능한가라는 지표가 넓은 의미의 국력이다. 여기엔 경제력과 군사력, 과학기술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포함된다. 광의의 국력이 문화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화를 통해 자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가 강대국의 척도다. 과연 중국은 자국 문화로 세계에 행복을 전할 수 있을까.

‘21세기 중국, 부강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돌아가보자. 부강은 가치체계와 무관하지 않지만, 부강만으로 물질적 번영 너머 새로운 가치를 확보할 수 없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하드파워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은 소프트파워라고 했다. 필자는 중국이 최근 30년 동안 부강만 추구하면서 부정한 20세기 전반기의 경험을 소환해야 한다고 본다. 부강 너머를 상상하기 위한 역사적 성찰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인류가 20세기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무시한 채 ‘19세기 같은 21세기’로 가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한복을 자국 복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유튜버. [유튜브 캡처]

한복을 자국 복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유튜버. [유튜브 캡처]

‘기술관료 버전’ 능력주의

21세기 중국은 제국으로 부상하려 하지만 지난 세기의 역사적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20세기 인류는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했는가 하면, 전체주의를 겪었고 그 와중에 민주주의도 체험했다. 그렇기에 제국 만들기에 몰두하는 중국도 국제사회에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미 다양한 사상 조류를 겪고 실험도 한 인류 앞에 중국의 현대판 중화주의는 소구력을 갖기 어렵다. 중국공산당이 자국 인민뿐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데 지금보다 더 극심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하루빨리 21세기에 어울리는 공공재, 즉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기후변화 문제에서 얼마나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미국과 기술 전쟁에서 모방이 아닌 창의력으로 인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중국이 당면한 난제를 소수 엘리트뿐 아니라, 인민 다수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공론화할지도 관건이다. 현대 중국에 만연한 중국공산당 버전 능력주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공자부터 미국 공화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능력주의는 통치에 적합한 능력에 도덕적, 시민적 미덕을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공동선이란 부분적이나마 시민 도덕 교육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문제는 우리가 현재 겪는 ‘기술관료 버전’의 능력주의는 능력과 도덕 판단 사이의 끈을 끊어버렸다는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중국 내부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유하는 가치가 있다. 70년 동안 이어진 중국공산당이 무한한 능력의 통치자라는 생각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부강을 토대로 G2 반열에 오르자 공산당 엘리트의 능력은 거의 신화가 돼버렸다. 공산당이 국가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이 신화는 대내외적으로 엘리트의 오만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을 뒤집어보면 공산당 통치 70년 동안 엘리트가 아닌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의미다. 자신이 사는 사회를 바꾸는 정치 행위와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기력을 느끼기 십상이다.

최근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적대적 문화민족주의도 넓게 보면 정치 담론장이 폐쇄된 탓에 등장한 포퓰리즘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등 이웃 국가의 문화를 모욕하면서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자국 인민을 사회적 토론에서 배제한 국가가 소프트파워 부강을 이루기는 어렵다.

6월 17일 홍콩 경찰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라이언 로 ‘핑궈일보’ 편집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AP=뉴시스]

6월 17일 홍콩 경찰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라이언 로 ‘핑궈일보’ 편집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AP=뉴시스]

지성 말살한 공산당 70년 통치

뤄즈텐(羅志田) 중국 쓰촨대 교수는 물질적 가치를 성취한 후의 중국 행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은 100년 동안 부강을 추구했다. 그 덕에 중국 경제는 세계 선두권에 들어섰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은 개인 인생이나 국가, 민족, 사회 문제를 부강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부강이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최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부강을 이룬 후 부강에 잘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를 이루고 난 후 가르침(敎)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자아 배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이 부강 너머 가치를 망각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취해 있다는 죽비 소리다.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 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이처럼 균형적 사고를 보여주는 지식인조차 흔치 않다. 비판과 비평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공산당 70년 통치가 중국의 지성과 그 발언권을 말살한 결과라고 본다.

조경란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 중국현대사상 · 동아시아 사상 전공. 홍콩중문대 방문학자 · 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역임.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 신좌파·자유주의 · 신유가’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 전통 · 근대 · 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가’ ‘국가, 유학, 지식인 : 현대 중국의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등이 있다.





주간동아 1300호 (p48~50)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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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07호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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