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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빅브라더’ 팔란티어는 어쩌다 밈주식 됐나

美 Z세대 SF적 상상력 자극하며 부상… 정부 外 사업 실적 기대 못 미쳐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21세기 빅브라더’ 팔란티어는 어쩌다 밈주식 됐나



2020년 9월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팔란티어. [로이터연합]

2020년 9월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팔란티어. [로이터연합]

게임스톱, AMC, 웬디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미국 밈주식(Meme Stock: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을 타고 집중 매수 대상에 오른 특정 종목)의 대표선수들이다. 이들은 각각 게임, 영화, 햄버거, 화장품 가게로, 대중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소비하는 브랜드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밈주식 목록에 오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이하 팔란티어)는 색깔이 사뭇 다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을 때까지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밈주식 열풍을 타고 팔란티어는 해외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 됐다.

팔란티어는 여러 곳에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시스템을 제공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돕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주요 고객은 미국 국방부, 프랑스 정보부 등 국가기관과 에어버스, 머크, 페라리,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다. 일반 대중을 고객으로 삼지 않기에 2004년 창업해 업력이 꽤 됐음에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10억920만 달러(약 1조1471억 원), 시가총액은 약 460억 달러(약 52조2836억 원)다.

“서구 민주주의를 보호하라”

2016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2016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팔란티어 창업자는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로, 각각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틸은 페이팔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로, 9·11 테러를 계기로 “서구 민주주의 사회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팔란티어를 설립했다. 카프는 독일에서 사회이론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스탠퍼드대 로스쿨 동기생인 틸의 제안을 받아 팔란티어에 합류했다. 회사 이름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천리안을 가진 마법구슬 팔란티어에서 따왔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팔란티어의 첫 외부 투자자는 미 중앙정보국(CIA). CIA의 벤처캐피털 인큐텔에서 200만 달러를 투자받아 반테러리즘 활동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 육군에도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팔란티어의 기술 덕분에 전장에 매복해 있는 적군과 폭탄을 미리 파악하고 피할 수 있게 돼 육군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민국, 보건국 등 여러 미 정부기관이 고객으로 추가됐고, 프랑스 정보부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 이후 팔란티어 솔루션을 도입했다. 카프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서구 문명이 팔란티어의 작은 어깨 위에서 두어 번 휴식을 취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국방 및 수사기관을 위한 고담(Gotham)과 민간기업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로 나뉜다. 팔란티어는 2014년 민간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150여 개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금융회사는 자금세탁 방지에, 제약사는 신약 개발 촉진에, 자동차 제조사는 더 빠르고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팔란티어 솔루션을 활용한다. 두산인프라코어도 2019년 팔란티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터 기반 협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팔란티어는 맹활약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코로나바이러스 추적에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미 전역의 백신 유통 네트워크 구축에도 팔란티어 기술이 활용됐다.

주당 7달러에 상장된 팔란티어 주식은 올해 1월 최고가 3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 즐겨 거론되면서 상장가 대비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후 주가가 빠져 현재 25달러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수십, 수백 배까지 오른 게임스톱이나 AMC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팔란티어 주가의 급상승 역시 미국에서 밈 현상으로 해석된다. 팔란티어가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찾아냈다는 등의 소문이 SF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Z세대 사이에서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SNS상에서 호의적 호기심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팔란티어를 둘러싸고 ‘빅브라더’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테러와 싸웠던 팔란티어 기술이 이제는 일반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JP모건은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로 직원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경찰국이 팔란티어 기술을 어떻게 일상다반사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파헤친 책 ‘예측과 감시(Predict and Surveil: Data, Discretion and the Future of Policing)’가 출간됐다. 미국 텍사스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 세라 브레인은 로스앤젤레스 경찰들이 인종, 성별, 문신, 흉터, 가족 및 친구 관계, 차량번호 등을 통해 범죄 증거 없이 민간인을 특정하고, 은밀한 사생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고발한다. 브레인은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불투명성”이라며 “디지털 감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관이 무엇을 하는지 우리가 모르는데, 어떻게 기관이 책임감 있게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이민국이 팔란티어 솔루션을 활용해 불법이민자를 색출한 것도 논란이 됐다. 정부를 상대로 한 기술 제공에 일정 거리를 두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팔란티어는 직원들의 반발에도 이민국과 거래를 이어나가고 있다. 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고, 트럼프 대선캠프에 125만 달러(약 14억2050만 원)를 기부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식사한 적도 있다.

테러 추적에서 일반인 감시로 위험한 확장

팔란티어가 친트럼프계였던 만큼 바이든 정부에선 대정부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기우였다. 올해 1분기 팔란티어가 미 정부기관을 상대로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은 민간 부문 사업 성장률이 19%에 그쳐 오히려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이 기업의 성장에 대한 우호적인 전망도 있다. 팔란티어가 자체 예측한 민간 시장 규모는 560억 달러(약 63조6270억 원). 지난해 팔란티어의 민간 부문 매출이 12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장 여지가 큰 셈이다. 올해 팔란티어는 영업인력 50명을 추가하며 민간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팔란티어 측은 정부든, 민간기업이든 각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해 본래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미래를 만들어나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기관의 사명이 될 수 없다. 팔란티어의 미래는 판타지적 선입견 혹은 ‘빅데이터를 손에 든 빅브라더’라는 불명예를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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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97호 (p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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