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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부 출범시켜 세계 물류산업 중심에 서자”

김진일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말하는 ‘물류 강국’으로 가는 길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물류산업부 출범시켜 세계 물류산업 중심에 서자”

김진일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조영철 기자]

김진일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조영철 기자]

“수십 년 전 한국은 제조업의 길을 택해 번영했다. 이제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을 찾아야 한다. 물류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적격이다.”

김진일(72)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물류를 대한민국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류산업을 육성하면 단순히 화물을 운송하는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김 이사장은 40년 가까이 물류업계에 종사한 ‘물류인’이다. 1983년 종합물류회사 해우GLS를 설립해 1987년 한국 최초로 정밀장비 운송에 필요한 ‘에어쿠션’을 개발하는 등 기술 혁신에도 앞장섰다. 50여 개 회원사를 둔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등 강소국은 물류산업을 국가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들 나라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진 한국이 가만있어선 안 된다”며 ‘물류산업화론’을 역설했다. 김 이사장을 만나 한국 물류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16조 달러 규모 미래 글로벌 물류 시장 선점”

‘물류산업화론자’로 유명한데.

“오랜 지론이다. 물류산업을 말 그대로 산업화해야 한다. 물류‘산업’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정부 정책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기존 산업 생태계에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트렌드는 물류 전문업체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것이다. 상품마다 필요한 포장과 운송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물류도 전문성이 높아졌다.”

물류산업이 미래 먹을거리가 될 수 있나.

“성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2026년 글로벌 물류시장 규모는 16조 달러(약 1경7700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시장조사기관 TMR 추산). 현재 국내 물류산업 종사자도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이미 많은 국민이 종사하는 산업인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강점은?

“한국은 물류의 본격적인 산업화에 필요한 이점이 많다. 우선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앞으로 약 10년 후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아직 쇄빙선을 앞세워 항로의 안전성·상업성을 점검하는 정도지만 주시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항로 거리는 2만100㎞이다(지도 참조). 반면 동해로 북상해 베링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 거리는 1만2700㎞이다. 운항 거리와 시간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 길목의 최대 허브 항구로 키울 수 있다.”



한국 물류업계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운수업 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수업 매출 규모는 152조 원으로 전년 대비 3.5% 높아졌다. 5년 연속 증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물류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33억7000만 건으로 전년보다 20.93%(5억8300만 건) 급증했다(한국통합물류협회 추산). 다만 내수시장 성장세에 비해 물류산업 수출 길은 마냥 밝지 않다. 한국 운송 서비스 수출의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는 2010년 5위(4.7%)에서 2019년 11위(2.6%)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김 이사장은 “국내 물류업계는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 속에서 선전했다. 다만 세계 수위권의 조선(造船)기술 등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글로벌 운송 서비스 역량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개선할 여지는 없나 따져봐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물류산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3곳으로 쪼개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 분야와 도로·창고 등 물류에 필요한 인프라를 담당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운 분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과 물류 전반을 관리하는 식이다. 나뉜 기능을 합쳐 ‘물류산업부’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류산업화추진본부’도 신설해 물류산업의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한다.”

“해운업계 강자 키운 내륙국가 스위스”

물류산업 컨트롤타워의 급선무는 무엇인가.

“세계 2위 해운업체 MSC(4월 적재능력 기준 390만TEU)는 스위스 기업이다. 바다도 없는 내륙국가 스위스가 글로벌 해운업계 강자를 키운 것이다. 국가가 해운업을 유력 산업으로 육성했다고 봐야 한다. 비결은 ‘금융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후 우리 정부는 기업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을 강하게 규제했다. 해운사가 선박을 새로 구입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 해운사가 국내 조선사의 배를 사면 금리 우대 등 온갖 혜택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해운사가 역차별당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해운뿐 아니라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한 금융·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농협을 모델로 한 ‘물류산업협동조합’과 ‘물류산업은행’ 설립이 한 가지 방책이 될 수 있다.”

업계의 자구 노력은 어렵나.

“국내 물류업계 특성상 금융 지원 등 자체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 일부 대기업이 자사 운송 수요를 위해 만든 물류 자회사와 영세업체로 시장이 이원화됐다. 글로벌특송업계 1위인 독일 DHL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90조5200억 원이다. 매출 수조 원을 올리는 국내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와 비교해도 초대형 공룡이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역시 덩치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선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기업별 자가 물류보다 제3자 물류(3PL: 기업의 물류 수요를 외부 물류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를 키워야 한다.”

국내 물류업의 영세화 실태는?

“예를 하나 들겠다. 국내 화물 자동차 등록 대수는 350만 대에 달한다. 그중 1t 미만 소형 화물차가 170만 대다. 이제까지 정부가 화물차 용달 면허를 비교적 쉽게 내준 것이 큰 이유다. 서민 생계 보장을 위해 불가피했지만 물류산업 영세화를 부추겼다. 정부가 ‘교통정리’를 해 산업 종사자의 출혈 경쟁을 줄이고 산업 발전도 노려야 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 이사장은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선박은 덩치가 클수록 경쟁력이 있다. 지금까지 선박은 화석연료에 의존해 주유 시간이 길고 연료비 부담도 컸다. 수소나 핵연료를 동력원으로 하는 선박을 도입하면 해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핵추진 화물선’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공상이 아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59년 ‘레닌호’를 시작으로 핵추진 쇄빙선 10척을 건조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극항로 운영을 위해 2035년까지 핵추진 쇄빙선 9척을 추가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현재 핵추진 잠수함·항공모함을 100척 이상 보유하고 있다.

“열차 장대화(長大化)로 대륙철도 시대 대비해야”

항공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복안은 없나.

“화물항공 노선을 보면 대부분 인천국제공항 등 허브공항에 집중돼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경우 허브 공항과 멀리 떨어진 내륙에도 제조업 공장이 많다. 산업단지와 가까운 지방 공항들을 활용하면 어떨까. 한중일 3국의 지방 공항을 연결하는 ‘셔틀 화물운송 체계’를 구축하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철도 물류는 수명을 다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재 유럽까지 철도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배로 화물을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긴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야 한다. 북한 리스크만 해결하면 남북철도 연결로 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까지 철도 권역이 넓어진다. 요원해 보여도 북한이 개방되기 전 미리 대비해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화물을 본격적으로 운송하려면 열차 장대화(長大化)가 필요하다. 대형 화물열차를 길게 이어 붙여 편성·운용하는 노하우를 경부선 구간에서라도 쌓아야 한다. 국내 화물철도 노선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차 역을 줄이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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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87호 (p34~36)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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