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전문가 2인의 의견
아직 퇴비로 못 쓰는 미미한 수준의 생산량
“미생물 많은 토양에서는 6개월 안에 분해”
일정 조건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통(왼쪽). Zero waste 로고. [Agor&Chemistry 홈페이지]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하면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고 값이 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처리 방법이 많지 않다는 한계를 지닌다. 소각할 때에는 유해물질을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땅에 묻으면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의 난분해성 플라스틱과 달리, 미생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지칭한다.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화합물 또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 원료로 만드는데 특정 환경에 노출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백, 음식 포장재 및 포장 용기 등은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일정한 조건을 갖춘 시설에서 퇴비화 시킬 수 있다.
일상에서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이보다 좋은 대안이 없을 듯한데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홍 소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을 연구한 뒤 현재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동영상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수열 소장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퇴비로 못쓰는 게 현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왜 아직은 대안이 될 수 없을까.“현재 국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58℃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이 생분해될 때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자연환경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거의 없다. 실제로 바다에 버려진 지 10년이 지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여전히 그대로 바다를 떠도는 사례도 있다.”
-퇴비화 시킬 수도 있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쓰레기만 따로 모으면 퇴비로 쓸 순 있으나 음식물 쓰레기나 낙엽, 가축분뇨와는 달리 별도로 전용 퇴비화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전용 퇴비화 시설을 갖춰야 할 만큼 생분해성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4만t 규모로 국내 플라스틱 시장의 0.5%에 불과하다.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1~2%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제조비용도 일반 플라스틱보다 30~50% 더 든다.
-당장 매립이나 퇴비화로 처리할 수 없다면 재활용 방법도 있지 않나.
“우리가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은 모두 재활용된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실상은 아니다. 수백 가지 넘는 재질 중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S(폴리스티렌), PET, PVC 등 5가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 중 PVC를 제외한 4가지 재질 위주로 재활용된다. 플라스틱은 재질별 선별 후 각각 재활용되는데 서로 녹는 온도가 다르고, 성질도 제각각이라 섞였을 때 플라스틱 강도가 약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도 여의치 않다. 그나마 옥수수,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분자구조를 동일하게 만들 수 있어 바이오-PE는 기존 PE, 바이오-PET는 기존 PET와 함께 섞여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화석연료 기반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아직까지 종량제봉투로 배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
“현재 상황으로 보면 기술적인 약점이 많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없는 사회로 돌아가기 불가능한 지금, 제대로 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종량제봉투로 배출돼 매립이나 소각이 된다면 생분해성일 필요가 없지 않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회용기의 대체제로 사용되기보다는 어구와 농업용 비닐 같은 생분해성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곳에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 자연환경에서 잘 분해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어구와 농업용 비닐이 왜 문제가 되나.
“고의적이 아니더라도 자연적 투기가 많이 일어난다. 물속에 설치하는 통발의 경우 30%는 자연 유실된다고 한다. 농업용 비닐의 경우에는 불법 투기되는 것 외에도 바닥에 까는 멀칭용 비닐이 문제다. 지자체 차원에서 친환경(생분해성) 비닐 보급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있는데 비닐을 걷지 않은 상태에서 땅을 갈아엎고 이듬해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많은 곳에서 폐비닐 수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검증된 바 없다. 미세플라스틱이나 이물질, 중금속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전국적으로 연간 발생하는 농업용 폐비닐 약 32만t 중 19%인 6만t이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소각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성연 박사 “미생물 많은 토양에서 6개월 안에 분해”
한 해 사용된 농업용 폐비닐 중 6만 톤이 수거되지 않고 있다. [농협유통]
-온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이 많은 토양이라면 6개월 안에 분해가 이뤄진다. 미생물이 많지 않은 토양이라면 그보다 오래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히 분해는 이뤄진다. 58℃는 미생물이 잘 자라게 하는 환경 조건이다. 그걸 인증 기준에 넣다 보니 자연환경에서는 분해가 어렵다는 오해를 낳게 됐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최적화 조건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생분해성과 안전성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다양한 토양 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생물을 많이 함유한 전라도의 토양과 미생물이 별로 없는 산간지대 토양 등을 다 실험해서 최적 분해 미생물을 찾으려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건이 아닌 자연환경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며 독성 평가까지 다 보여줄 예정이다. 전 세계 흐름은 이미 친환경 필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나라는 의외로 중국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에서도 이미 다양한 곳에 적용하고 있다.”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생분해성이 기존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건데, 생분해성 1%만 섞여도 페트병이 투명하게 나오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은 매년 두 자리 수씩 상승하고 재활용률이 실질적으로 한 자리 수에 머무는 현실을 감안할 때,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량이 30% 이상 되면 별도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양이 너무 부족해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사용량이 늘어갈 것이고 기술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켜 데이터만 쌓이면 5년 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안이 될 것이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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