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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중무장된 사회, 안전문제엔 더 예민해질 것”

코로나 이후 세계 트렌드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처 연구소장

“디지털로 중무장된 사회, 안전문제엔 더 예민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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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습격 이후 세계는 폭풍 뒤처리보다 길고, 제3차 세계대전의 참상보다 짧은 회복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자 겪은 사건들 때문에 회복 과정과 결과는 이전과 다른 세계가 될 테다. 그것은 어떤 세계인가.

세계를 바꿀 3가지 미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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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에는 새로 발생한 3가지 미래 요소(future factor)가 중요하다. 

첫 번째, 도구를 익힌 사람들이다. 예컨대 30만 명에 달하는 학교 교사들은 현재 원격 수업(온라인 수업)을 위해 토론하고, 전문가 강좌를 들으며, 수업자료를 영상물로 제작하고 있다. 원격 수업 플랫폼인 e학습터, 네이버 밴드, EBS 온라인 클래스, 팀스(Teams), 구글 클래스룸, 줌(ZOOM) 같은 도구들은 많은 교사에게 생소했다.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플랫폼을 선정하게 한 결과 교사 간 활발한 토의와 장단점 비교가 이뤄졌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업들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하고 있을 때 학교는 시속 5마일로 따라간다”고 했다. 교육이라는 중요한 미래적 과제에 섣부른 모험을 할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는 달팽이 속도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디지털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도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30만 명의 유능한 교사를 보유하게 됐다. 가장 변화가 느리다는 영역에서 디지털화에 기반한 교육 혁신에 속도를 더할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비즈니스 기업들은 대세가 되고 있는 구글 지스위트(G Suite), 업무 관리의 끝판왕이라는 트렐로(Trello),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이 만든 슬랙(Slack) 같은 도구를 적극적으로 써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제로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하게 된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은 서로 보지 않은 채 일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도구들을 사용한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주택이 공사 중이라 재택근무 화상회의를 집 세탁실에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점령당한 물리적 세계를 벗어나 그런 위험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 접속하는 도구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갑자기 늘어난 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변화시키는 핵심 미래 요소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글로벌 문화의 중심지이자 뉴요커 워너비(wannabe)족을 탄생시킨 꿈의 도시 뉴욕은 가장 많은 사람이 감염병으로 죽은 도시가 됐다. 급기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의료장비 구매와 공급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톱코비드(StopCovid)’는 프랑스가 개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유럽연합 산하)는 비상 시기라는 조건을 달아 이 앱의 사용을 승인했다. 유튜브에서는 자가격리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가격리 중인 세계 유튜버들의 일상이 매일 공유되고 있다. 

경험은 합리성을 가장한 의사결정의 중요한 발판이다. 216개국의 70억 명 넘는 지구인이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공격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 경험은 안전에 기반한 새로운 제도, 가치 재정립, 일상의 규칙 변화로 이어질 테다. 안전 기준은 높아지고, 물리적 세계나 디지털 세계의 안전 인프라는 강화되며, 개인과 공동체의 협력적 가치체계에 대한 논의도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 투명함의 장점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생화학무기라는 식의 트위트를 양산한 닉네임 ‘제로헤지(zerohedge)’는 트위터 측으로부터 영구 계정 폐쇄를 당했다. 어떤 유튜버들은 감염병이 인류의 최대 적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사실은 그 감염병을 퍼트린 주인공이라는 음모론 영상을 계속 올렸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과 상관없이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낳은 것은 정부, 민간, 의료진의 충실한 자기 윤리와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이었다. 신뢰는 투명성(transparency)에 기반을 둔다. 속이지 않고 숨기지 않는 투명성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있었다. 모든 개인이 일인 미디어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투명성은 생존 기반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3대 원칙으로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을 주장했다. 도구와 시스템, 인력이 다 갖춰져도 투명성이 없으면 신뢰가 형성될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어떤 사회적 해결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변사자가 길거리에 나뒹굴기 시작한 일본 정부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동선 공개도 투명성을 가진 신뢰받는 기관이 진행한다면 인권 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의 장점을 경험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을 삶의 기준으로 제안할 수밖에 없다. 비밀에 싸인 권력과 조직, 위원회, 경영자, 네트워크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메가트렌드로 보는 코로나19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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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렌드(Megatrend)란 전 세계에 걸쳐 같은 방향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가리킨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3가지 미래 요소는 각각 3가지 메가트렌드와 결합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것은 △디지털화 △일상적 안심 △신뢰자본 메가트렌드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이 트렌드들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가속화와 변동성 증가다. 

먼저 디지털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의 도구들과 AI(인공지능)는 비상사태에도 기능하면서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리적 제한을 받는 현실 문제를 ‘접속’이 해결하는 디지털화는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다. 또 삶의 질을 제약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 안전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이번에 끔찍하게 경험했다. 일상적 안전과 안심 욕구는 감염병의 조기 진압을 위한 국제 협력, 생물과학의 혁신, 긴급 사태가 닥쳤을 때 신속한 처리 제도, 국민적 안전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급진적 요구로 확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자본 메가트렌드는 사회적 문제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내 신뢰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증가로 발생한다. 민관, 기업, 전문가 그룹 등의 협력에 기반을 둔 거버넌스와 투명한 문제 해결 프로세스들이 미래를 여는 사회적 자본으로 주목받고 성장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미래 요소로 판단할 때 전에 없던 방향의 세계가 탄생하리라고 해석하는 것은 큰 오류가 있어 보인다. 트렌드 변화의 두 축인 방향과 속도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방향보다 속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속도 증가의 결과로 지금은 알 수 없는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 

3가지 메가트렌드는 이미 진행돼온 것이지만 이번 사태로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또 하나의 메가트렌드인 글로벌화가 코로나19 이후 자국주의, 민족주의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등의 주장은 현 시점에 시야가 갇힌 것이다. 글로벌화가 지역의 다양성, 불평등, 물리적 거리의 제한, 현지인의 성향 차이 문제로 글로컬(global+local)로 심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년 전부터이기 때문이다. 

속도 증가의 세계는 예상치 못한 신드롬, 새로운 시도와 모험, 변동성에 대한 임기응변 등으로 가득한 다이내믹한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리무중은 아니다. 방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뭘까. 바로 선제적 대응이다. 메가트렌드의 방향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주간동아 1237호 (p8~10)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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