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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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 한미 전투기 무력시위의 진실

韓 국방부 “추가 도발 억제용” vs 주한미군 “통상적 정례 훈련, 무력시위 아니다”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5-08-28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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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2 한미 전투기 무력시위의 진실
    “이번 비행은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도발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무력시위로, 북한이 충분히 위협을 인식할 수 있는 경로로 비행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48시간 시한의 마지막 날이던 8월 22일, 한미 공군 전투기 8대가 한반도 남측 상공을 비행하는 대북 기동을 벌였다며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힌 내용이다. 이후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보여준 ‘단호한 대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바로 그 ‘무력시위 기동’이다. 이날 비행에는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4대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4대, 2개 편대가 참여했다는 게 당시 합참 측 설명. 이날 정오 무렵 강원도 동해상에서 양측이 조우해 경북 예천 북측에서부터 경기 오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비행했고, 상호교신을 통해 가상의 적 핵심 표적을 정밀폭격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했다는 게 그 골자였다.

    “늘상 반복해온 훈련”

    이날 훈련은 평양 등 핵심 지역에 대한 공중 정밀폭격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측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안보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탄도미사일이 발사 대기 상태에 돌입하고 잠수함 전력 상당수가 기지를 빠져나와 작전에 돌입하는 등 시시각각 수위를 높여가는 북측의 행보에 대응해, 남측이 압도적인 제공권 장악을 과시하기 위해 꺼내 든 ‘멍군’이라는 것. 특히 미군 측과 공동으로 무력시위 기동을 진행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 사이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상징한다는 해설도 이어졌다. 북측이 공언한 최종시한을 불과 4~5시간 남겨둔 상황에서 진행된 비행 기동은 국내는 물론 외신을 통해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과연 그럴까. 8월 25일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 이후 미군 측 당국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군 관계자는 “당시 비행훈련은 그간 한미가 통상적으로 진행해온 훈련의 일환으로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며 “북측의 ‘48시간 최후통첩’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진행됐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에 진행되던 훈련과 규모나 형태, 진행 방식에서 차이가 없고 특히 해당 시점의 한반도 상황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취지다. ‘주간동아’의 질의에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 측 역시 “당시 비행은 통상적으로 진행해오던 정례 훈련이었다”며 “무력시위는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훈련이 기획된 과정을 상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북측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미 공군이 주요 훈련마다 공동으로 편대를 형성해 한반도를 관통하는 정밀폭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해온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양국 공군의 훈련내용에 정통한 예비역 인사는 “공개된 내용만 보면 8월 22일 비행은 예년에 실시했던 훈련과 동일한 구성”이라며 “날짜를 조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통상 실시하던 훈련을 한국군 당국이 ‘무력시위’로 포장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일 한국군 당국은 “대규모 공군 훈련이 아닌 상황에서 한미 공군의 편대 비행은 드문 일”이라고 밝혔지만, 그간에도 같은 훈련이 반복돼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8·22 한미 전투기 무력시위의 진실
    8월 22일 당일 한국군 합참과 공군은 합동비행이 마무리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각에 이를 ‘무력시위’로 명명한 보도자료와 다수의 사진을 배포한 바 있다. 또 다른 미국 측 관계자는 “해당 훈련을 이 같은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한미 양측이 사전에 합의한 일은 없었고, 미국 측에 통보된 바도 없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진행된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미국 측의 최대 관심사는 긴장의 조기 완화였다”면서 “남북 간 긴장이 정점에 이르던 시점에 진행된 무력시위에 미군 전력이 나선다는 건 이러한 기조와 상반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3월 위기 때는 북한 관영언론이 ‘워싱턴 불바다’를 공언하는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해 위협을 쏟아냈기 때문에 미국 측으로서도 B-52와 F-22, 핵잠수함 등 압도적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하는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했지만, 남북 사이 긴장이 핵심이던 이번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국 측을 자제시켜 긴장을 가라앉히는 게 주된 목표였다는 취지다.

    국방부 “양측 입장 모두 반영하면 될 것”

    이와 같은 미국 측 기류는 외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CNN은 8월 24일(현지시각) 미국 군 당국이 북한의 최근 돌출행동 때문에 한반도 전쟁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과의 합동훈련 차원에서 예정돼 있던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비행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고 전했다. 8월 24일 한국 국방부가 “미군의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뉘앙스가 다르다.

    반면 한국 국방부는 미국 측 관계자들의 이러한 설명을 공식 부인했다. 한미 합동 비행훈련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는지, 북측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긴급히 마련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주간동아’의 질의에 국방부 대변인실은 “당시 북측의 군사적 긴장 조성 행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통상적인 훈련 일환으로 예정돼 있던 것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미 당국자들의 설명이 완전히 배치된다는 추가질의에 대해서는 “양측 입장을 기사에 모두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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