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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생생한 북한 경험담 재미와 감동이 끝내줍네다”
화제 만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탈북 여성이 대규모로 출연하는 토크쇼가 화제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지난해 12월 방송을 시작할 당시 이산가족 1인의 사연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3월 말 ‘탈북 미녀들과 함께하는 스페셜 편’을 방송한 후 시청자게시판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호평이 쏟아지자 탈북 여성들의 사연을 듣는 토크쇼로 탈바꿈했다. 북한 주민의 생활상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탈북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해온 예능계에 ‘착한 방송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10여 명의 탈북 여성이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공동 진행자(남희석, 박선영, 브로닌 멀렌) 가운데 한 명이 개그맨 남희석이라는 점 때문에 얼핏 KBS에서 방송했던 ‘미녀들의 수다’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여느 프로그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이다.

고정 출연 중인 탈북 여성들은 저마다 노래, 무용, 연주, 그림에 특출한 재능을 지녔다. 미모 또한 뛰어나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안보 강사로 활약 중인 한서희 씨, 한국의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간호학도 이서윤 씨, 중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신은하 씨는 김태희, 손예진, 심은하를 빼닮은 외모로 인기가 높다.

이지민 PD는 “방송에 맛들인 출연자들 사이에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며 “서로 눈에 띄는 맨 앞줄에 앉으려고 토크 준비를 열심히 해온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주민도 점을 볼까. 북한 주민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킬까.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이제 만나러 갑니다’ 본방 사수다. 북한의 점집을 소재로 다룬 25회는 5월 20일, 북한의 교육열을 소개한 26회는 5월 27일 방송한다.

탈북 미녀 2인 릴레이 인터뷰

이서윤 씨.

간호사 꿈 키우는 나날들 식사 때마다 가족 눈에 밟혀

혈혈단신 탈북 대학 진학한 똑순이 >> 이서윤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이서윤(26) 씨는 2008년 부모와 여동생을 북에 남겨둔 채 홀로 두만강을 건넜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너무 싫어서’ 죽을 각오로 탈북했다는 그는 한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독학으로 가톨릭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똑순이’다.

▼ 방송 출연 소감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여러 사람이 출연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아요. 아직은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게 낯설죠.”

▼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뭔가요.

“보험사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니 술집 아니면 보험사에서 일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보험사에 지원했는데, 함께 입사한 50명 중 5명밖에 남지 않았어요. 끝까지 남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저예요. 지금도 학교에 다니면서 보험 일을 해요.”

▼ 얼마나 버나요.

“매달 북한에 계신 부모님에게 100만 원을 보내드릴 정도는 돼요. 2월에는 엄마가 장사를 하려면 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300만 원을 보내드렸어요. 더 보내드리고 싶지만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그러지 못해요.”

▼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는 게 가능한가요.

“중국에 있을 때 그런 일을 해주는 브로커를 알아뒀어요. 브로커에게 돈을 주면 20%를 (수수료로) 뗀 나머지를 부모님에게 전달해줘요. 전화기도 브로커가 엄마에게 전해줬어요. 부모님이 겁이 많아서 전화기를 거의 꺼두시죠. 얼마 전 통화하면서 한국으로 오라고 설득했는데 용기를 못 내시네요. 들키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소리 소문 없이 죽고 시체도 못 찾으니까요.”

▼ 자식이 탈북해 부모님이 곤경에 처하진 않았나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가족 중 두 명이 탈북하면 인적이 드문 시골로 추방돼요. 처음에 여동생을 데려오려다 혼자 온 것도 그 때문이에요. 중국에 도착해 엄마에게 전화하니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올 수 없느냐고 하셨어요. 다시는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아요.”

▼ 한국에 온 이유가 뭔가요.

“자유를 찾고 싶었어요.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죠. 북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여자는 더 그래요. 북한 남자는 여자를 대접해주지 않아요. 한국 드라마에서 여자가 남자 뺨 때리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 북한의 다른 젊은이도 자유를 갈망하나요.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한국 드라마 CD를 보고 한국 실정을 많이 알아요. 한국에선 자유롭게 능력껏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감시가 두려워 터놓고 말하지는 못하죠.”

▼ 앞으로 꼭 이루고픈 소망이 있다면.

“의료계 리더가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엄마, 아빠,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와 오순도순 재미나게 살고 싶어요. 지금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가족이 눈에 밟혀 잘 넘어가지 않아요.”

춘향이 별명의 선전대원 통일되면 노인복지관 지을 것

한옥정 씨.

한국에서 벌써 10년 만능재주꾼 안보강사 >> 한옥정

한옥정(35) 씨는 노래와 개그, 토크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재주꾼이다. 북한에서 선전대 가수로 활동한 실력을 살려 몇 년 전 ‘달래음악단’이라는 탈북 여가수 그룹을 결성한 적도 있다.

1998년 탈북한 언니를 찾으려고 엄마와 함께 사선을 넘었지만 5년 뒤인 2003년에야 한국 땅을 밟았다. 그사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뜻하지 않게 임신을 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며 군인을 상대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안보강사로 일한다.

▼ 노래도 잘하고 북도 잘 치고,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라던데요.

“북한에서 선전대원으로 살아가려면 그 정도는 배워야 해요. 북과 기타 말고 나팔도 불 줄 알아요(웃음). 특별히 자신 있는 건 노래밖에 없답니다.”

▼ 북한이나 한국에서 얻은 별명이 있나요.

“이런 말을 하면 안티가 생길 것 같은데…. 우리 동네 춘향이였답니다. 웃지 마시라요(웃음). 북한에서는 좀 눈길을 끌었어요. 스무 살 땐 누구라도 예쁘잖아요.”

▼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있나요.

“아버지가 계세요. 아버지도 뒤따라 탈북하셨는데 중국에서 한국대사관에 뛰어들다가 바로 그 앞에서 붙잡히셨대요. 그래서 지금 정치범수용소에 잡혀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곳은 통제구역이라서 연락이 전혀 안 되죠.”

▼ 한국과 북한의 차이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첫째도 둘째도 자유예요. 그리고 풍요로움. 한국에서는 다들 바쁘게 살더라고요. 철저히 노력한 만큼 얻는 사회다 보니 스스로 찾아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가장 놀라웠던 건 태풍 피해, 기름 유출사건 등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자진해서 봉사하는 모습이었어요.”

▼ 한국 생활은 할 만한가요.

“매사가 즐겁고,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잠을 못 잘 정도로 일해도 피곤하지가 않아요. 그만큼 대가가 따르니까요(웃음).”

▼ 남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다죠.

“아이를 키우느라 많이 힘들었어요. 중국에서 낳은 아이가 지금 중1이에요. 그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요. 아이가 반듯하게 잘 자라서 고생한 보람을 느껴요.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바른 똑순이가 됐거든요.”

▼ 앞으로 이루고픈 소망이 있다면.

“통일이 되면 북한에 노인복지관을 만들어 어렵고 힘든 분을 돌봐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좋아하거든요. 지금도 틈나는 대로 복지관을 찾아 목욕봉사를 해요. 통일 연습인 셈이죠(웃음).”

인터뷰 ‘이제 만나러 갑니다’ 공동 MC 남희석·박선영·브로닌 멀렌
“탈북 미녀들의 수다로 북한 주민의 실상 알게 됐어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진행자는 3명이다. 개그맨 남희석과 탤런트 박선영,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브로닌 멀렌.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 세 사람과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남희석(이하 남) :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집에 돌아가면 밤새 꿈속에서 북한을 돌아다니기도 하죠. 지금도 중국 땅에서 배회하는 탈북자가 30만 명이 넘는다니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박선영(이하 박) : “출연자들의 사연이 하나같이 가슴 절절해 저도 눈물이 많아졌어요. 목숨 걸고 탈북한 상당수 아이들이 중국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며 마약, 술, 담배에 찌들어 산다는 얘기가 가장 가슴 아팠어요.”
남 : “우리 출연자들을 보면 참 순수해요. 때 묻지 않은 느낌이죠. 손을 잡으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목숨을 걸어본 사람들이라 삶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성실해요.”
브로닌(이하 브) :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주민의 딱한 현실을 알았어요. 식당에서 친구들이 음식을 남기면 굶주린 북한 주민 얘기를 들려주면서 다 먹으라고 해요.”
남 :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탈북을 꿈꾼 이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프로그램도 언젠가 북한이나 중국에 들어가 그곳 주민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박 : “탈북자들이 출연하면서 그들에게 가졌던 고정관념이나 그릇된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껴요. 이 같은 변화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브 :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꼭 시청하라고 할 거예요.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감동과 정보가 가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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