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9

2008.01.15

해상 구난 ‘맥가이버’ 사나이 자부심으로 산다

  • 인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1-14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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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 구난 ‘맥가이버’ 사나이 자부심으로 산다

    알파잠수기술공사 요원들. 최석환, 이종인 대표, 이승경, 이종률, 강인덕, 김재만, 김기찬 대원. (아랫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

    “그날 태안 앞바다의 파도가 좀 잠잠했더라면 유출되는 기름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인천 연안부두에 자리한 국내 최고 해상 구난업체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52) 대표는 연신 아쉽다는 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7일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과 충돌한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기름 구멍을 막은 주인공이 바로 이 대표를 비롯한 7명의 ‘알파맨’이기 때문이다. 당시 유조선의 5개 탱크 가운데 1·3·5번 탱크에 생긴 구멍을 첨단 타공(뚫린 구멍을 막는) 기술로 막은 시각은 사건 발생 48시간 뒤인 9일 오전 7시30분. 그러나 이미 1만500㎘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온 뒤였다.

    “사고 발생 두 시간 만에 해경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태안에 도착한 것은 사고 발생 5시간 만이었죠. 해경이 좀더 큰 배를 제공했더라면, 또는 선주 측이 조금 빨리 작업을 허락했더라면 어땠을지….”

    18년째 알파잠수기술공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척박한 국내 해상 구난업계에서 선구자로 불린다. 각종 잠수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난구조와 수중검사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까지 획득했을 정도다. 해상 사고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다 보니 해경으로부터 자주 구조 요청을 받는 편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한 골드 크로스호 탐사작업에도 해경의 요청으로 참여했고, 지난 연말 여수 앞바다에서 질소를 실은 채 침몰한 이스턴 브라이트호 사고 때도 해경이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곳이 알파잠수기술공사였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공무원들은 사고에 목숨 걸고 대처할 수 없어요. 이것이 우리 같은 민간 구난업체가 필요한 이유죠. 그러나 우리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겁니다.”



    1999년 중견 탤런트 송옥숙 씨와 결혼한 이 대표는 연예계에도 지인이 많을 뿐 아니라, 수중 연기나 촬영 분야에 적잖이 관여하고 있다. 영화 ‘실미도’에 나온 대원들은 모두 이 대표가 직접 합숙하면서 조련했다.

    이 대표가 해병대 출신(265기)이기 때문인지 알파잠수기술공사엔 유독 해병대 출신이 많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기계와 인간의 생존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기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맥가이버’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조금은 쑥스러운 듯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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