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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공부벌레가 근육질 스포츠 스타보다 2배 더 산 비결

깡마른 공부벌레가 근육질 스포츠 스타보다 2배 더 산 비결

스티븐 호킹(왼쪽)과 루 게릭. [위키피디아]

스티븐 호킹(왼쪽)과 루 게릭. [위키피디아]

3월 14일 숨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 환자였다. 호킹에 필적할 만큼 유명한 루게릭병 환자는 아마도 그 병명이 붙은 미국 야구스타 헨리 루이스 게릭(루 게릭·1903~41) 정도일 것이다. 

뉴욕 양키스 1루수였던 루 게릭은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4번 타자 자리를 양보해야 할 만큼 강타자였다. 1939년 5월 근육 약화로 스스로 출장명단에서 빠질 때까지 2130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워 ‘철마(iron horse)’로 불렸다. 뇌와 척수의 근육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에 걸린 사실을 알고 그해 7월 4일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2000여 팬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은퇴한 뒤 2년도 안 돼 숨을 거뒀다. 향년 38세였다. 

ALS가 루게릭병이란 별칭을 얻게 된 것도 강철체력의 운동선수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2년 만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은 1963년 21세 나이에 발병 사실을 통보받고도 55년을 더 살았다. 향년 76세니까 루 게릭보다 2배를 더 산 셈이다. 

케임브리지대 출신 공부벌레가 철마로 불리던 사내를 2년 만에 쓰러뜨린 병마와 싸우며 반세기 넘게 생존한 것이다. ‘의학적 기적’이란 말이 나올만하다. 영미권 언론은 ALS 환자 가운데 10년 이상 생존자는 10%, 20년 이상 생존자는 5%에 불과하다며 호킹이 아마도 최장수 ALS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 ‘USA투데이’는 대다수 환자가 40~60대에 발병해 평균 4년가량 생존하는 반면, 호킹은 21세라는 젊은 나이에 조기 발병한 점, 그래서 호흡과 식사의 불편을 덜어주는 간호 관리를 24시간 받은 점을 꼽았다. 

국내 ALS 권위자로 꼽히는 김승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운동신경원병이라 부르는 광의의 루게릭병은 맞더라도 호흡근 마비까지 급속하게 진행되는 협의의 루게릭병은 아닐 수 있다”며 “유사질환이지만 병세 악화 속도는 더딘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나 진행성 근위축증(PMA)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루게릭병이라 하더라도 발병 연령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다릅니다. 60대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40대의 진행 속도가 가장 느립니다. 호킹처럼 20대에 발병한 경우는 매우 드문데, 역시 진행 속도가 느립니다. 여기에 유전적·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정밀치료가 필요합니다. 호킹의 경우 그런 치료가 적절히 이뤄졌다고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호킹은 우주의 신비를 풀고자 역경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강했다. 지금도 ALS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은 모르지만, 환자의 운동신경세포만 파괴하기 때문에 지능 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호킹은 전동휠체어와 컴퓨터 음성 재생 장치 등을 자신에게 맞게 적극 개조했고, 자식도 셋이나 낳을 정도로 삶의 의지가 강했다. 김 교수는 그런 점에서 호킹은 “루게릭병 환자들의 희망이자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현재 국내 루게릭병 환자는 5100명. 1년에 600명꼴로 발병하며 10만 명당 1.2명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주간동아 2018.03.28 1131호 (p64~64)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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