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를 1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사이의 지지율이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각각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오차범위 내로, 통계적으로 보면 양자 지지율 차이는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다. 그런데 박빙임에도 박 후보가 우위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다.
선거 열흘 전 여론이 대선 결정
첫째, 최근 여러 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보다 오차범위 내 결과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대체로 공통되게 박 후보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전화면접원 조사방법을 사용한 조사결과(MBC, 동아일보, 한국갤럽)나 ARS 조사방법을 사용한 조사결과(헤럴드경제, JTBC)에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 비(比) 구성 차이에도 대체로 박 후보가 앞선다.
둘째, 현재 문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한 가시적 원인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문 후보의 열세를 지목할 요인이 없다면 아무리 다수 기관의 조사결과가 박 후보 우위라 하더라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 이후 안 전 후보 지지층 이탈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박 후보의 박빙 우위 구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18대 대선 패널조사(KEPS 2012, 전체 응답자 1302명) 결과에 따르면, 10월 중순 실시한 대선 2차 패널조사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 359명 중 정작 문 후보 지지로 이전한 비율은 64.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이탈했다. 35.9%나 이탈했다는 점은 문 후보 지지율의 발목을 잡은 주된 요인이다.
셋째, 단일화 과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탈의 주된 요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 지지자의 65.0%가 단일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안 전 후보 지지에서 문 후보 지지로 옮겨간 230명 가운데 47.0%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박 후보 지지로 이탈(54명)하거나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76명)의 경우, 문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단일후보 선정 과정에서 급격히 나빠졌음이 확인된다. 특히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의 경우, 10월 조사에서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4.0점, 문재인 후보는 5.7점으로 문 후보에 대해서는 호감을, 박 후보에 대해서는 비호감을 갖는 등 두 후보를 보는 온도차가 확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박 후보 호감도 점수는 3.5점, 문재인 후보 호감도 점수는 4.3점으로 둘 다 하락하긴 했지만 문 후보 하락 폭이 2배 이상 컸을 뿐 아니라, 이제 둘 다 비호감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 후보 지지율 정체를 납득케 한다.
변수 1. 안철수 지원효과 얼마나 클까
선거 10여 일을 앞두고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자 일각에서는 역대 대선 경험을 토대로 ‘선거 중반 이후 지지율 역전현상은 없다’는 불문율을 근거로 박 후보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논의도 나온다. 실제 그럴까. 그러나 선거 초기 형성된 선거구도가 선거결과를 좌우한다는 불문율의 직접적 사례는 사실 2002년 제16대 대선이 유일하다. 제16대 대선에서는 11월 25일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6~7%포인트 가량 앞섰고, 이러한 우위는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물론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파기선언 이후 실제 개표결과는 48.9%대 46.6%로 근소한 차이로 좁혀졌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2007년 제17대 대선은 사실 선거 중반 역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논외로 치고, 2000년대 이전 선거 경우에는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활성화되지 못해 이런 불문율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상 증거가 불충분하다.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과정에 대한 실망이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이 문재인 후보 지지로 이전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현재 문 후보 진영은 안 전 후보의 지원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지원활동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선 층은 후보 호감도나 정당 지지도에서 친박근혜 성향을 보이지만, 반대로 문재인 후보 지지로 흡수된 층은 상당한 친민주, 친문재인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안 전 후보를 지지하다 부동층으로 빠진 전체 유권자의 4~5%가 관심 대상이다. 현재 지지율 격차가 3~8%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부동층을 최대한 흡수할 경우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구도는 대등한 국면으로 바뀐다.
실제로 기타 부동층으로 이탈한 안 전 후보 지지자의 57.9%가 정권교체, 단일후보 지지론에 동의하는 만큼 이후 문 후보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공감이 크긴 하지만 3월 조사에서 무책임한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시에 공감하는 정권·야당 동시 견제론도 높다. 특히 기타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에서는 정권심판뿐 아니라 야당견제론에 공감하는 상충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37.8%, 순수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31.1%로 평균에 못 미친 반면, 무책임한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야당견제론에 공감한 응답자는 17.8%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뿐 아니라 한 달 전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61.3%였는데, 후보등록 직후 37.3%까지 떨어져 박 후보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더라도 안 전 후보 지지층을 모두 문 후보 진영이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쇄신, 혁신 노력이 이들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할 경우 지지율 역전은 쉽지 않다.
12월 4일 1차 TV 토론을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꾀했던 문재인 후보 측은 이정희 진보통합당 후보의 부상으로 이중 복병을 만났다. 객관적 자료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공방이 부각되면서 문 후보와 박 후보의 대결구도는 묻히는 양상이었다. 양자 대결구도를 통해 단일화 과정에서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마음을 못 잡은 안 전 후보 지지 이탈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정희 후보가 구사한 극단적 차별화 전략보다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평가와 정책대결이 필요했으며,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전략도 구사해야 했다.
실제 문 후보의 토론내용만 보면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할 차별화 전략 대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만일 TV 토론이 일대일 맞대결이었다면 참여정부 시기 경험과 정책 중심 토론 전략으로 박 후보에게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토론을 주도하면서 포용적이고 정책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토론 전략은 존재감 약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고, 중도전략에 불만을 가진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이 후보의 강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지층 이완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아직 4·11 총선 당시의 부정선거와 종북논쟁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에 문 후보로서는 적극적으로 포용하기도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었을 것이다.
변수 2. TV 토론과 이정희
한편 ‘이정희 변수’는 ‘안철수 효과’를 분산하는 구실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의 영향력은 기존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진영 논리에 염증을 느낀 제3 후보 지지 유권자층을 기반으로 발휘된다. 이 점에서는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부상하기 전까지는 제3 후보 지지성향 유권자층의 관심과 지지를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안 전 후보의 독점적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는 현재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것이 핸디캡이다. 이 후보가 없는 조건이라면 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을 듯하지만,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는 크게 상승하지 못해도 안 전 후보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뒤처진 문재인 후보의 역전 발판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태로 선거 국면이 지속된다면 선거 초기 우세 후보가 승리한다는, 입증되지 못한 불문율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된 듯한 착시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불문율은 불문율일 뿐 ‘철의 법칙’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유권자 상당수가 여야 모두에 실망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들의 투표 선택은 특정 진영에 대한 일방적 지지라기보다 견제심리를 내포한 유동적 지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동층은 선거 일주일 내에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비율이 높으며, 이 시기에 후보들의 선거 전략상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변수 3. 막판 부동층 향방은?
대선은 아니지만 부동층이 다수 포진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강원 및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 일주일 전까지 상당한 격차를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선거 전략이 자성과 자세 낮추기 전략에서 참여정부 심판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심판론, 전쟁불사론 등 대대적인 대(對)야 공세전략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중간층 유권자들의 대(對)한나라당 견제심리를 자극해 결국 선거 막바지 야당 지지로 쏠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은 여론조사가 숨은 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지만, 당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숨은 표 효과보다 중도무당파층의 막판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투표 결정 시점과 시점별 지지후보 변화 추이’에서 보듯이, 서울과 경기지역 모두 투표 일주일 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가 45% 전후나 된다. 후보등록 이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서울 57.5%(한 달 전+후보등록 시기), 경기지역 52.9% 수준이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후보등록 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한 사람은 대체로 여당 지지 성향이 강했고, 선거 일주일 사이에 결정한 경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야당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사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여론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 막판 표심 변화가 선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선거 전 10~20% 앞선 것으로 알려졌던 지지율 격차가 10%이상 좁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11 총선에서는 반대로 선거 초·중반까지 야권에 유리하던 국면이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와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문이 겹치면서 반대 방향으로 견제심리가 작동했고, 그 결과 새누리당 승리로 귀결됐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에 박근혜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이나 문재인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투표일 일주일 사이 지지율 균형 상태가 무너져 지금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반대로 크게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박근혜 후보가 미세하게나마 우세하고, 남은 선거 변수로 볼 때 문재인 후보에게 더 불리해 박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는 가능해도, 이것이 고정불변 구도는 결코 아니다. 방심과 교만, 자포자기, 일관성 상실은 뜻하지 않은 이변을 낳을 수도 있다.
선거 열흘 전 여론이 대선 결정
첫째, 최근 여러 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보다 오차범위 내 결과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대체로 공통되게 박 후보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전화면접원 조사방법을 사용한 조사결과(MBC, 동아일보, 한국갤럽)나 ARS 조사방법을 사용한 조사결과(헤럴드경제, JTBC)에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 비(比) 구성 차이에도 대체로 박 후보가 앞선다.
둘째, 현재 문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한 가시적 원인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문 후보의 열세를 지목할 요인이 없다면 아무리 다수 기관의 조사결과가 박 후보 우위라 하더라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 이후 안 전 후보 지지층 이탈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박 후보의 박빙 우위 구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18대 대선 패널조사(KEPS 2012, 전체 응답자 1302명) 결과에 따르면, 10월 중순 실시한 대선 2차 패널조사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 359명 중 정작 문 후보 지지로 이전한 비율은 64.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이탈했다. 35.9%나 이탈했다는 점은 문 후보 지지율의 발목을 잡은 주된 요인이다.
셋째, 단일화 과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탈의 주된 요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 지지자의 65.0%가 단일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안 전 후보 지지에서 문 후보 지지로 옮겨간 230명 가운데 47.0%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박 후보 지지로 이탈(54명)하거나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76명)의 경우, 문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단일후보 선정 과정에서 급격히 나빠졌음이 확인된다. 특히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의 경우, 10월 조사에서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4.0점, 문재인 후보는 5.7점으로 문 후보에 대해서는 호감을, 박 후보에 대해서는 비호감을 갖는 등 두 후보를 보는 온도차가 확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박 후보 호감도 점수는 3.5점, 문재인 후보 호감도 점수는 4.3점으로 둘 다 하락하긴 했지만 문 후보 하락 폭이 2배 이상 컸을 뿐 아니라, 이제 둘 다 비호감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 후보 지지율 정체를 납득케 한다.
변수 1. 안철수 지원효과 얼마나 클까
선거 10여 일을 앞두고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자 일각에서는 역대 대선 경험을 토대로 ‘선거 중반 이후 지지율 역전현상은 없다’는 불문율을 근거로 박 후보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논의도 나온다. 실제 그럴까. 그러나 선거 초기 형성된 선거구도가 선거결과를 좌우한다는 불문율의 직접적 사례는 사실 2002년 제16대 대선이 유일하다. 제16대 대선에서는 11월 25일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6~7%포인트 가량 앞섰고, 이러한 우위는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물론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파기선언 이후 실제 개표결과는 48.9%대 46.6%로 근소한 차이로 좁혀졌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2007년 제17대 대선은 사실 선거 중반 역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논외로 치고, 2000년대 이전 선거 경우에는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활성화되지 못해 이런 불문율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상 증거가 불충분하다.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과정에 대한 실망이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이 문재인 후보 지지로 이전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현재 문 후보 진영은 안 전 후보의 지원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지원활동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선 층은 후보 호감도나 정당 지지도에서 친박근혜 성향을 보이지만, 반대로 문재인 후보 지지로 흡수된 층은 상당한 친민주, 친문재인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안 전 후보를 지지하다 부동층으로 빠진 전체 유권자의 4~5%가 관심 대상이다. 현재 지지율 격차가 3~8%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부동층을 최대한 흡수할 경우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구도는 대등한 국면으로 바뀐다.
실제로 기타 부동층으로 이탈한 안 전 후보 지지자의 57.9%가 정권교체, 단일후보 지지론에 동의하는 만큼 이후 문 후보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공감이 크긴 하지만 3월 조사에서 무책임한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시에 공감하는 정권·야당 동시 견제론도 높다. 특히 기타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에서는 정권심판뿐 아니라 야당견제론에 공감하는 상충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37.8%, 순수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31.1%로 평균에 못 미친 반면, 무책임한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야당견제론에 공감한 응답자는 17.8%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뿐 아니라 한 달 전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61.3%였는데, 후보등록 직후 37.3%까지 떨어져 박 후보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더라도 안 전 후보 지지층을 모두 문 후보 진영이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쇄신, 혁신 노력이 이들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할 경우 지지율 역전은 쉽지 않다.
12월 4일 1차 TV 토론을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꾀했던 문재인 후보 측은 이정희 진보통합당 후보의 부상으로 이중 복병을 만났다. 객관적 자료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공방이 부각되면서 문 후보와 박 후보의 대결구도는 묻히는 양상이었다. 양자 대결구도를 통해 단일화 과정에서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마음을 못 잡은 안 전 후보 지지 이탈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정희 후보가 구사한 극단적 차별화 전략보다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평가와 정책대결이 필요했으며,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전략도 구사해야 했다.
실제 문 후보의 토론내용만 보면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할 차별화 전략 대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만일 TV 토론이 일대일 맞대결이었다면 참여정부 시기 경험과 정책 중심 토론 전략으로 박 후보에게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토론을 주도하면서 포용적이고 정책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토론 전략은 존재감 약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고, 중도전략에 불만을 가진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이 후보의 강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지층 이완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아직 4·11 총선 당시의 부정선거와 종북논쟁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에 문 후보로서는 적극적으로 포용하기도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었을 것이다.
변수 2. TV 토론과 이정희
한편 ‘이정희 변수’는 ‘안철수 효과’를 분산하는 구실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의 영향력은 기존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진영 논리에 염증을 느낀 제3 후보 지지 유권자층을 기반으로 발휘된다. 이 점에서는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부상하기 전까지는 제3 후보 지지성향 유권자층의 관심과 지지를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안 전 후보의 독점적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는 현재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것이 핸디캡이다. 이 후보가 없는 조건이라면 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을 듯하지만,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는 크게 상승하지 못해도 안 전 후보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뒤처진 문재인 후보의 역전 발판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태로 선거 국면이 지속된다면 선거 초기 우세 후보가 승리한다는, 입증되지 못한 불문율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된 듯한 착시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불문율은 불문율일 뿐 ‘철의 법칙’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유권자 상당수가 여야 모두에 실망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들의 투표 선택은 특정 진영에 대한 일방적 지지라기보다 견제심리를 내포한 유동적 지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동층은 선거 일주일 내에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비율이 높으며, 이 시기에 후보들의 선거 전략상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변수 3. 막판 부동층 향방은?
대선은 아니지만 부동층이 다수 포진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강원 및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 일주일 전까지 상당한 격차를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선거 전략이 자성과 자세 낮추기 전략에서 참여정부 심판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심판론, 전쟁불사론 등 대대적인 대(對)야 공세전략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중간층 유권자들의 대(對)한나라당 견제심리를 자극해 결국 선거 막바지 야당 지지로 쏠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은 여론조사가 숨은 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지만, 당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숨은 표 효과보다 중도무당파층의 막판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투표 결정 시점과 시점별 지지후보 변화 추이’에서 보듯이, 서울과 경기지역 모두 투표 일주일 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가 45% 전후나 된다. 후보등록 이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서울 57.5%(한 달 전+후보등록 시기), 경기지역 52.9% 수준이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후보등록 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한 사람은 대체로 여당 지지 성향이 강했고, 선거 일주일 사이에 결정한 경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야당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사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여론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 막판 표심 변화가 선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선거 전 10~20% 앞선 것으로 알려졌던 지지율 격차가 10%이상 좁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11 총선에서는 반대로 선거 초·중반까지 야권에 유리하던 국면이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와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문이 겹치면서 반대 방향으로 견제심리가 작동했고, 그 결과 새누리당 승리로 귀결됐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에 박근혜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이나 문재인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투표일 일주일 사이 지지율 균형 상태가 무너져 지금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반대로 크게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박근혜 후보가 미세하게나마 우세하고, 남은 선거 변수로 볼 때 문재인 후보에게 더 불리해 박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는 가능해도, 이것이 고정불변 구도는 결코 아니다. 방심과 교만, 자포자기, 일관성 상실은 뜻하지 않은 이변을 낳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