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정으로 이혼율이 급증하고 별거 중인 가정도 흔하다. 그러니 연금이나 재산을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다 보니 종종 유족연금이 문제가 된다. 망인과 함께 산 친딸을 제치고 별거상태였던 아내가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기도 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A씨는 1997년 B씨와 결혼했고, 99년 첫아이를 얻었다. 그러다 2003년 B씨와 이혼하고 C씨와 재혼해 살다가 2008년 갑자기 세상을 뜬다. 국민연금공단은 A씨의 법률상 배우자인 C씨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 딸 D양 측이 C씨가 2007년경부터 A씨와 별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나 배우자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지급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법원은 원고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별거 상태였으므로 C씨는 A씨가 생계를 책임지는 배우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C씨가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국민연금법 제73조 제1항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다음 각 호의 자로 한다. 이 경우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자에 관한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배우자, 제2호에서 자녀를 들고 있다.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유족연금은 제1항 각 호의 순위에 따라 최우선 순위자에게만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유족연금 지급 대상의 생계유지에 관한 인정 기준을 정한 시행령은 “다만, 배우자의 경우로서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을 나가거나 사라져서 망인을 부양하지 않은 배우자에게는 유족연금을 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D양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여기서 가출·실종 등의 사유가 누구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져 망인이 사망할 당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망인 배우자인 C씨가 가출·실종에 준하는 수준으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사실이나 증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현실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눈을 감은 아버지가 과연 자신이 받아야 할 국민연금이 별거한 아내에게 돌아가는 걸 원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보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에 정한 원칙이 있는 이상 다소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법철학이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다.
이렇듯 유한한 삶에서 사랑이 남긴 흔적은 여러모로 씁쓸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이 그렇다면, 삶을 정리하면서 이미 애정이 식은 배우자는 법적으로도 말끔히 정리했어야 한다는 게 대법관들의 생각이었을까.
국민연금 가입자 A씨는 1997년 B씨와 결혼했고, 99년 첫아이를 얻었다. 그러다 2003년 B씨와 이혼하고 C씨와 재혼해 살다가 2008년 갑자기 세상을 뜬다. 국민연금공단은 A씨의 법률상 배우자인 C씨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 딸 D양 측이 C씨가 2007년경부터 A씨와 별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나 배우자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지급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법원은 원고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별거 상태였으므로 C씨는 A씨가 생계를 책임지는 배우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C씨가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국민연금법 제73조 제1항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다음 각 호의 자로 한다. 이 경우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자에 관한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배우자, 제2호에서 자녀를 들고 있다.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유족연금은 제1항 각 호의 순위에 따라 최우선 순위자에게만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유족연금 지급 대상의 생계유지에 관한 인정 기준을 정한 시행령은 “다만, 배우자의 경우로서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을 나가거나 사라져서 망인을 부양하지 않은 배우자에게는 유족연금을 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D양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여기서 가출·실종 등의 사유가 누구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져 망인이 사망할 당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망인 배우자인 C씨가 가출·실종에 준하는 수준으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사실이나 증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현실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눈을 감은 아버지가 과연 자신이 받아야 할 국민연금이 별거한 아내에게 돌아가는 걸 원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보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에 정한 원칙이 있는 이상 다소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법철학이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다.
이렇듯 유한한 삶에서 사랑이 남긴 흔적은 여러모로 씁쓸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이 그렇다면, 삶을 정리하면서 이미 애정이 식은 배우자는 법적으로도 말끔히 정리했어야 한다는 게 대법관들의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