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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과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사상 첫 여성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경제대통령으로 ‘재정위기’ 해결이 첫 과제

‘남’과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남’과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7월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한 여성 최초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6월 28일 새로운 IMF 총재로 임명된 프랑스 전 재무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가 그 주인공. 변호사 시절부터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그가 정치계에 입문해 처음 맡은 업무는 재정이 아닌 외교통상 분야였다. 그런 그가 과연 세계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라가르드는 1956년 1월 1일 파리 9지구에서 태어났다. 교사인 부모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 그는 한때 수중발레의 매력에 빠져 프로선수 꿈을 키웠다. 열다섯 살엔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프랑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그는 1974년 또 다른 꿈을 찾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메릴랜드 주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 당시 하원의원이던 윌리엄 코헨의 비서실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코헨은 훗날 클린턴 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

이렇게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일한 그는 프랑스로 돌아온 후 파리 10대학에 진학해 정치학을 전공한 동시에 영문학과 통상학 석사 학위도 따냈다. 그리고 1981년 국제 로펌인 베이커 앤드 맥켄지(Baker and Mckensie) 파리지사에 변호사로 취업하면서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시카고 국제 로펌 집행위원회 멤버가 되고, 99년 이 위원회 총재에 오르면서 경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2002년 유럽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막강 유럽 여성 5위에 올라 주목받았고, 2005년 ING 고문으로 임명됐다.

인정받는 변호사 등 화려한 이력

라가르드는 정치인 장 피에르 라파랭(Je an-Pierre Raffarin)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05년 6월 도미니크 드빌팽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오랜 변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프랑스 노동법 수정안을 이틀 만에 내놓으며 특유의 추진력과 영리함을 인정받았다. 2007년 5월 1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라가르드는 다시 도약했다. 프랑스 입법 선거 이후 대대적인 혁신 소용돌이 속에서 6월 19일 재무부 장관을 맡은 것. 프랑스뿐 아니라 G8에서도 여성 최초의 재무부 장관이었다.



재무부 장관에 오른 라가르드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먼저 노동과 일자리, 구매력에 관한 법 ‘로이 테파(Loi TEPA)’를 국회에 제출해 추가 노동시간과 일하는 학생에 대한 면세 및 상속세 완화, 재산세 정비 등을 추진했다. 이뿐 아니라 실업률 5% 이상 감소를 목표로 국립 직업안내소(ANPE)와 실업기금 관리공단(Assedic) 업무를 통합하는 ‘고용서비스 개혁 관련 계획안’도 제출했다.

‘실천하는 장관’ 라가르드는 어느새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2006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30인’에 이어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유로존 국가에서 가장 뛰어난 재무부 장관’으로 뽑혔다.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2010년 여름엔 프랑수아 피용 국무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IMF 총재로 지명된 직후 라가르드는 트위터에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글을 올려 행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앞날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먼저 유럽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재정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그는 프랑스 TF1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리스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제외설에 대해선 “불행이 닥치기 전에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그리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과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정치인이자 아디다스 전 소유주였던 베르나르 타피(왼쪽).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라가르드.

해묵은 법정싸움은 어떻게

해묵은 법정싸움도 그를 기다린다. 이른바 ‘타피 사건(L’affaire de Tapie)’이 바로 그것. 이 사건은 정치인이자 아디다스 전 소유주였던 베르나르 타피가 국영은행 크레디 리오네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관련 소송에서 2008년 2억8500만 유로의 배상금을 받으며 시작됐다. 문제는 타피에게 지급된 배상금이 과도하다는 비판과 함께 재무부 장관으로 배상금 지불승인 서류에 서명한 라가르드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검찰총장 장 루이 나달(Jean louis Nadal)은 “라가르드를‘특혜’와 ‘권력 남용’ 혐의로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타피는 대선 유세를 적극 지원할 정도로 사르코지와 가까운 사이다. 이 때문에 전 재무부 장관 라가르드가 중재해 타피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아냈다는 것이 특혜 의혹의 핵심이다. 소송을 법정분쟁까지 가져가는 대신, 중재패널을 통해 더 많은 액수를 배상하는 방향으로 힘을 보탰다는 논란도 있다. 일부에선 ‘라가르드가 사르코지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옹호론도 제기하지만, 어찌 됐든 사르코지에 엮여 있는 라가르드는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수십 년간 승승장구했던 그가 과연 이 불명예스러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라가르드와 결혼해 1986년 장남인 피에르 앙리, 88년 차남인 토마를 낳았지만 이혼했다. 현재 마르세유 출신 사업가 자비에르 지오칸티(Xavier Giocanti)와 열애 중임에도 전 남편 성을 따른 라가르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6월 29일 라가르드 후임으로 재무부 장관에 엘리제궁 대변인 프랑수아 바로앙(Franois Baroin)을 임명했다. 바로앙 장관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의견은 조심스럽다. 대부분이 그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문제 삼는다. 스페인어, 독일어에 능통하지만 정작 외교에 꼭 필요한 영어를 할 줄 모른다. 영문학 석사를 받고 수년간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라가르드와 비교된다. ‘Canal+’의 비평코너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서는 바로앙이 참석한 엘리제궁 기자회견에서 영어 실력을 시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프랑스 억양이 섞인 여기자가 던진 “재무부 장관 후보에 오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영어로 대답해주세요”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 함께 영어수업을 받으러 갑시다”라는 재치 있는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46~47)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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