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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예대금리차 ‘돈놀이’ 그들만의 어닝 서프라이즈

5대 금융지주사 상반기 영업이익 9조 원…공격적 대출로 이룬 배당잔치 논란

예대금리차 ‘돈놀이’ 그들만의 어닝 서프라이즈

예대금리차 ‘돈놀이’ 그들만의 어닝 서프라이즈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4월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융권 전산망 보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5개 금융지주사 회장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배당할 수준이 충분히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7월 19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견제구를 날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배당을 문제 삼은 이유는 올해 이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칫 배당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늘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라더니…”라며 볼멘소리를 내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해선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사상 최대 실적에 소리 없는 웃음

7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금융지주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잇따랐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금융지주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2조5298억 원의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비롯해 KB금융 2조1560억 원, 우리금융 2조157억 원, 산은금융 1조3015억 원, 하나금융 1조2036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5대 금융지주사의 영업이익만 합쳐도 9조2066억 원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영업이익-판관비-영업외비용+영업외이익) 역시 5조6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9906억 원)보다 88% 급증했다.

금융지주사의 실적 호조는 금리 상승으로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이자수익이 증가한 데서 기인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물가 불안이 이어지자, 한국은행은 올 들어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와 연동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지난해 6월 말 2.46%에서 올 6월 말 3.57%로 상승했다.



그 결과 5대 금융지주사 중 산은금융을 제외한 모두의 순이자수익이 증가했다. 특히 KB금융은 순이자수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3% 증가한 3조4169억 원에 달했다. 산은금융의 경우도 지점을 늘리는 등 공격적 영업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이다. 물가 상승이 역설적으로 금융지주사에 최대의 실적을 안겨준 셈이다.

반면 수수료이익은 감소했다. 상반기 말 기준 4대 시중 은행의 펀드판매 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한 1조7318억 원이었다. 신용카드수수료 또한 금융당국의 신규 카드 발급 규제 여파로 이익이 줄었다. 금융지주사의 증권, 보험, 카드 계열사 이익이 줄어들면서 그룹 전체 수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감소했다.

신영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 같은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 그리고 하나금융은 현대건설 매각으로 각각 4139억 원, 3523억 원, 9608억 원, 1800억 원의 이익을 봤다.

금융지주사들의 뼈를 깎는 체질 개선과 수익 증대를 위한 노력 끝에 이런 실적이 나왔다면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혈을 빨아 은행 배만 불렸다”는 비아냥거림이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나올 정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신속히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왜 그리 더디게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지난해 상반기 2.6%포인트 안팎이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3%포인트를 돌파했다.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른 까닭이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었다. 실제 가계부채가 80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0.4%포인트의 예대금리차는 금융지주사들에 3.2조 원이이라는 추가 이익을 안겨줬다.

은행 이자수익 비중 80% 넘어

예대금리차 ‘돈놀이’ 그들만의 어닝 서프라이즈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더욱이 은행권 일부에선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공격적 대출도 불사하는 실정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연초에 공격적 경영을 선포했다. 그래서인지 현장 곳곳에선 개인 및 기업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지주사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돈을 떼일 염려가 없음에도 20%가 넘는 과도한 연체이자를 부과해 서민을 옥죄고 있다.

“요즘 같아서는 은행과 일반 대부업체의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지방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51) 씨는 급전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다가 상담만 받고 아무 소득 없이 돌아서야 했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500만 원 미만 소액대출금리가 7%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담보가 있거나 자산가에게 해주는 4~5%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는 예적금담보대출 금리보다 턱 없이 높은 수준이다.

5대 금융지주사가 고금리 돈놀이로 이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정작 서민금융은 뒷전인 상태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지원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경우, 6월 말까지 KB국민은행의 새희망홀씨대출 금액과 목표 대비 대출 달성률은 각각 531억 원, 33%에 그쳤다. 우리은행(834억 원·60%), 신한은행(817억 원·58%), 하나은행(603억 원·60%)은 KB국민은행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막대한 영업이익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방은행 소속 한 대출 담당자는 “대구은행은 6월 말 이미 대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대형 은행들은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1000억 원 안팎의 낮은 목표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지주사들이 막대한 순이익을 올리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은행이 대출이자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초 통신비와 기름값 인하 요구에 직면했던 통신사와 정유사의 경우, 통신 3사와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조 원 남짓이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한 곳의 영업이익만 1조 원을 넘는다. 은행들은 “반시장적 접근”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만, 작년 초 서민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0.1~0.2%포인트 내린 전례가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일괄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고 해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 금리는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은 막대한 순이익으로 이자를 내리는 것보다 이를 활용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모습이다. 최근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배당금을 정기예금금리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다른 금융지주사들 역시 배당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글로벌 은행의 이자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50%에 못 미치는 데 반해, 국내 은행은 80%를 훌쩍 넘는다. 국내 은행은 방만한 운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혈세인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사실은 잊은 채 서민을 대상으로 과도한 이자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이자놀이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다 보니,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은 지지부진한 상태. 사상 최대 이익에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30~31)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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