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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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총기 특허권 내놓으라니…

국방부 고압 태도에 오인규 前 준위 참담…파병 군인들은 쉬쉬하며 맞춤형 총기 사용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1-24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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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총기 특허권 내놓으라니…
    ‘주간동아’는 지난 767호 “명중률 쑥쑥 오르는데 맞춤형 소총 왜 안 씁니까”란 기사에서 오인규 전 준위의 사연을 소개했다. 28년간 특전사에 복무한 오 전 준위는 평균 키보다 작거나 큰 장병의 사격술 향상을 위해 맞춤형 총기를 개발했다. 손으로 직접 철을 깎아가며 사비를 털어 개발한 맞춤형 K-1 소총 어깨받침쇠와 K-2 소총 개머리판은 사격술 향상에 효과를 발휘했다. 맞춤형 총기를 갖고 사격을 한 군인 2000여 명의 명중률은 15~30% 포인트 상승했다. 맞춤형 어깨받침쇠와 개머리판의 가격이 2만 원 미만에 불과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0년 10월 맞춤형 총기에 대해 ‘불필요 판정’을 내렸다. 그는 12월 국방부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새해가 됐지만 바뀐 것은 없다. 국방부는 여전히 차기 소총 및 조준경 보급 등을 이유로 맞춤형 총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 실무자는 “주어진 행정 절차에 따라 검토를 했다. 불필요 판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오 전 준위는 “국방부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국방부 실무자가 전화해 특허권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로 특허권을 넘기는 데 동의하느냐 해서 동의 못한다고 하니 특허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사격술 테스트를 위해 군 시설을 사용한 게 위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위법이면 처벌해달라고 답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국방부는 “사격술 테스트를 위해 군 시설을 사용한 게 위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준위는 억울하다. 실제 2008년 육군 교육사령부(이하 교육사)가 오 전 준위의 아들(육군 중사)에게 준 공문에 따르면, 교육사는 8개 사격부대를 선정해 사격 결과를 보고하도록 오 전 준위의 아들에게 요구했다. 국방부의 해명대로라면 결국 교육사가 위법한 사항을 요구한 셈이 된다. 오 전 준위는 “현역 군인인 아들이 8개 사격부대를 돌아다니며 개발을 전담할 여력이 없어 내가 직접 움직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테스트 위한 군 시설 사용이 위법”

    오매불망 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았던 그에게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큰 상처로 돌아왔다. 오 전 준위는 답답한 마음에 국방부 장관 등에게 “군 전력 향상을 위해 사비를 털어 6년간 노력한 결과로는 너무나 참담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국방부는 맞춤형 총기를 내쳤지만, 이 총기의 필요성을 느낀 일부 군인은 알음알음으로 오 전 준위의 맞춤형 총기와 이와 유사한 보조기구를 구입해 쓰고 있다. 국제 분쟁지역의 안보에 기여하고 우리 군의 뛰어난 훈련 기술을 해외에 전수하기 위해 해외로 파병된 군인들도 맞춤형 총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한 서바이벌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육군뿐 아니라 해군에서도 찾아와 구입했다. M4 소총형 어깨받침쇠는 개머리판이 6단계로 조절돼 명중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기존 K1 소총 어깨받침쇠가 두꺼운 철로 돼 있어 연발 사격 때 많이 흔들리는 것도 M4형 어깨받침쇠를 찾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 보조기구를 구입한 대(對) 테러 특수부대의 이름을 직접 말하기도 했다.

    오 전 준위는 “맞춤형 총기를 구하지 못한 해외 파병부대 일부 장병이 M4 소총형 어깨받침쇠를 15만 원 정도 주고 단체로 개인사비로 구입해 쓰고 있다. 사격 향상, 신변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조절기는 간부급 병사만 구매할 뿐 일반 사병은 쓰고 싶어도 살 수 없다. 부익부 빈인빅 문제가 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총기의 보급과 지원은 국방부의 책임과 의무이지 장병 개인에게 전과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했던 ‘조준경’이 사격술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무용지물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해외 파병부대 장병은 “현장에 와보니 도트사이트(조준경)에 문제가 있다. 총기에 견고하게 결합이 안 돼 사격할 때마다 반동으로 결합 부위가 흔들린다. 점발사격마다 영점이 틀어진다”고 말했다. 오 전 준위는 “조준경 도입을 이유로 맞춤형 총기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정작 조준경이 말을 안 들으면 가늠자와 가늠쇠를 이용해 사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여군들도 맞춤형 총기를 선호한다는 전언도 있다. 남성 평균 키에 맞춘 소총이 상대적으로 몸에 맞지 않는 여군들이 짧은 개머리판과 어깨받침쇠를 사용한다는 것. 이는 키가 작은 남자 군인도 마찬가지다. 특전사 전역자 이모 씨는 “그냥 소총으로 전진무의탁 사격 훈련을 할 때는 20발 중 14발밖에 못 맞혔지만 맞춤형 개머리판에 적응한 뒤에는 명중률이 90%대까지 올랐다. 오 전 준위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작한 총을 후배에게 준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맞춤형 총기를 적용해 사격평가에서 성과를 올렸던 부대의 실무 간부들은 ‘주간동아’의 확인 취재에는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한 영관급 장교는 오 전 준위의 사격 실험을 도와줬음에도 “오 전 준위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 장성은 “오 전 준위가 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하고 답한 뒤 말을 잇지 않았다. 한 퇴역 장성만이 오 전 준위에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화물투하용 컨베이어도 특허권 취하

    맞춤형 총기 특허권 내놓으라니…

    해외 파병 장병들이 훈련받는 모습. 오인규 전 준위, 서바이벌 업체 등에 따르면 해외 파병 장병 등도 맞춤형 총기, 사제 어깨받침쇠 등을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가 차기 소총, 조준경 도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이유로 불필요 판정을 내렸지만, 기존 장비에 적은 예산을 들여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차기 소총이 도입된 뒤 예비군이 기존 소총을 써야 하기에 예산 낭비가 아니다. 현역 실무자들은 행정 절차에 따라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차만 운운할 게 아니라 오 전 준위의 맞춤형 총기를 국가 검증기관에서 시험사격을 해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오 전 준위가 개발한 ‘화물투하용 롤러 컨베이어’에 대한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특허권 양도와 특허권 취하도 그 시점이 영 찜찜하다. 그의 맞춤형 총기개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가 국방부와 벌이는 재검토 요구가 공론화되자 양도 및 취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 전 준위가 개발한 화물투하용 롤러 컨베이어는 항공기에서 화물투하 작전을 펼 때 최소 인원으로 최단시간 화물을 투하하도록 돕는 장비다. 오 전 준위는 이를 개발하려고 자비를 들여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오 전 준위는 2007년 4월 이를 아들과 함께 개발해 아들 이름으로 군에 전투발전 제안을 했다. 하지만 군이 이를 4년간 실제 현장에 적용하지 않자 그는 군 적용을 위해 2010년 5월 17일 실질적인 업체개발 제안서를 군에 제출했다. 그는 “이제 와서 직무 발명 운운하며 특허권 양도와 취하를 요구하는 것은 권력의 횡포”라고 군을 비판했다. 그의 특허권을 담당했던 김영일 변리사는 맞춤형 총기, 화물투하용 롤러 컨베이어 특허와 관련해 “공무원이 발명해도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발명이라면 특허권은 오 전 준위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국방부 실무자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화물투하용 롤러 컨베이어 특허는 군에서 쓸모 있다고 판단했다. 오 전 준위에게 응당한 보수를 한 뒤 군으로 넘기는 데 동의하는지, 이게 직무발명인지 따져본 것일 뿐이다. 그리고 군은 맞춤형 총기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맞춤형 총기가 군에서 필요할 때 특허권을 회수할 수도 있으므로 알아본 것이다. 회수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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