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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석유모래가 더러운 기름?

캐나다 오일샌드 전 세계가 눈독…원유 추출 때 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논란 가열

귀하신 몸 석유모래가 더러운 기름?

귀하신 몸 석유모래가 더러운 기름?

캐나다 앨버타 주에 있는 석유모래 개발 공장.

세계에서 석유 부존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정답은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러면 2위 국가는?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바로 캐나다다. 그 뒤를 이라크, 이란 등이 따른다. 하지만 이처럼 석유 부자인 캐나다가 해마다 대량으로 원유를 수입한다. 중동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와 북해에서도 들여온다.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기준 하루 평균 2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85만 배럴을 수입했다.

캐나다의 원유 조달 구조가 이처럼 기이한 것은 이 나라 원유 자원의 자연적 특징 때문. 원유는 보통 지하의 기름샘(油井)에서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이 나라 원유는 석유모래(oil sand) 형태로 부존하기 때문에 생산 방식이 전혀 다르다. 원유가 굳어져 반쯤 고체 상태로 땅 표면 가까이 부존하는 경우 이를 역청(瀝靑)이라 부른다. 역청이 모래진흙 등과 섞여 있는 것이 바로 석유모래다. 석유모래에서 역청을 분리한 뒤 이를 가공하면 기름샘에서 뽑아 올린 원유와 성분이 같아진다. 이렇게 생산한 원유를 보통 원유(conventional crude)와 구분해 합성원유(synthetic crude)라 부른다. 합성원유는 만드는 비용이 보통 원유보다 훨씬 많이 든다.

한국 석유공사도 지분 확보 동참

국제적 대형 석유 자본들은 하나의 기업이 원유 채굴부터 정유를 거쳐 주유소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장악’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캐나다 석유기업들은 그간 생산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석유모래를 활용한 합성원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들은 국내산 재료로 합성원유를 만들기보다 해외산 보통 원유를 들여오거나, 국내 자원 중에서도 양이 적은 보통 원유에 매달렸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급속히 달라졌다. 2003년 이후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석유모래를 활용해도 충분히 수지가 맞게 된 것. 게다가 신기술 개발에 따라 합성원유의 생산단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금 세계의 큰 석유회사들이 캐나다 석유모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셸(Shell), BP, 허스키(Husky),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중국 국영 석유회사 등 세계 석유산업의 큰손들이 이미 캐나다의 석유모래에 지분을 확보했다. 한국 석유공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전부터 합성원유 생산을 전문으로 했던 신크루드(Syncrude), 선코어(Suncor) 같은 회사는 대규모 증산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학계는 지구상의 석유자원 중 석유모래에 함유된 것이 보통 원유 형태로 존재하는 것보다 대략 2배 많다고 추정한다. 세계 도처에 석유모래가 널려 있지만 대부분은 원유 함유 농도가 옅어 경제성이 없다. 석유모래가 일정한 지역에 높은 농도로 몰려 있어 돈벌이가 될 수 있는 나라는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 불과하다. 갈수록 귀해져가는 보통 원유의 대체재가 이들 나라의 합성원유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열대지방이란 자연조건 때문에 캐나다보다 수월하게 합성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나라에선 석유모래 원유를 합성원유라 하지 않고 ‘초중질유(超重質油·extra heavy oil)’로 부른다. 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정치적 안정도도 낮아 현재 석유회사들은 캐나다로 몰린다.

캐나다의 석유 자원이 석유모래 형태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 나라에도 보통 원유가 있고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다. 2006년 현재 캐나다의 원유 부존량은 총 1790억 배럴이고 이 중 3.4%인 60억 배럴이 보통 원유다. 원유 부존량을 얘기할 때 단순히 일정 지역에 존재하는 총량은 무의미하다.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것만 의미가 있다. 이는 석유모래뿐 아니라 보통 원유도 마찬가지. 캐나다의 석유모래 원유 부존량 1730억 배럴도 2006년 현재의 유가와 기술로 생산이 가능하면서 경제성도 있는 부분만 계산한 것이다. 총 부존량으로 따지면 캐나다의 석유모래 원유는 이보다 약 10배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 나라는 경제성 있는 부존량만을 기준으로 해도 세계 2번째 석유 부자다.

이 나라의 총 원유 생산 중 석유모래의 비율이 저유가 시대에는 미미했지만, 2006년은 47%, 2010년은 80%가량이나 됐다. 종전 시장의 가장자리를 맴돌던 석유모래가 지금은 중심에 있는 것. 앞으로 세계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면, 석유모래 원유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산업은 기업들의 일이지만 이 산업이 활발해지면 정부의 금고는 특별히 두둑해진다. 경기가 좋을 때 세금이 더 많이 걷히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석유산업은 특히 여기에 채굴료(로열티)라는 플러스알파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변화를 희희낙락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석유모래의 개발은 보통 원유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란 연방정부도 포함되지만, 더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건 석유모래가 집중된 서부의 앨버타 주 정부다. 지금 캐나다뿐 아니라 세계의 환경단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석유모래 개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현지의 주민(주로 인디언 원주민)들이 완강히 반기를 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은 석유모래 원유를 ‘더러운 기름(dirty oil)’이라 부른다.

석유모래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방법은 간단히 말해 열을 가해 녹여내는 원리다. 석유모래를 트럭으로 현장 근처에 설치된 공장으로 옮겨 수증기로 찌는 공법도 있고, 공장까지 운반하지 않고 현장에서 뜨거운 바람을 땅속으로 불어넣은 뒤 녹은 역청을 지상에서 채집하기도 한다. 전자를 표면채굴법(surface mining), 후자를 현장분리법(in-situ separation)이라 부른다.

환경단체와 원주민들 반발

어떤 공법이든 현장의 수목과 풀 등 자연 식생을 걷어낸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 흙 속에 불활성 상태로 잠자던 납, 수은, 바나듐 등 중금속이 활성화돼 공기와 물을 오염시킨다. 이뿐 아니라 석유모래를 가열하는 일 자체가 엄청나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앨버타 주 애서배스카 일대 주민은 자신들의 암 발생 비율이 타지인보다 높을 뿐 아니라 현지 강에 기형 물고기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생산한 원유 중 국내용으로 쓰는 것보다 미국으로 보내는 몫이 훨씬 크다. 캐나다가 미국에 매년 일정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두 나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기 때문이다. 포리스트 에틱스(Forest Ethics)를 비롯한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석유모래 현장을 새롭게 등장한 대형 오염원으로 단정하고, 2010년 석유모래를 재료로 쓴 제품의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월그린,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택배업체 페더럴 익스프레스 등 여러 큰 기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심지어 앨버타로 관광 가지 않기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석유모래 원유가 더럽지 않다”는 앨버타 주 정부의 대항 캠페인도 가열되고 있다. 주 당국은 “석유모래 개발 허가를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등을 통해 엄격히 선별해 내줄 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사업이 끝난 뒤 환경을 복구하는 의무도 지운다”고 항변했다. 주요 뉴스 매체들은 2010년 12월 한 달 내내 이런 논쟁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사 중에는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현장의 환경감시보고서가 알맹이는 뺀 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만 공개된다는 폭로도 있었다. 캐나다 석유모래. 과연 보물단지인가, 환경과 인간을 파괴하는 더러운 기름인가. 세계인의 눈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주간동아 2011.01.17 771호 (p62~63)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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