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4

2010.11.29

중국의 모르쇠 해도 너무해

명백한 북한 도발에도 양비론 고수 이익 우선 ‘중국식 합리성’ 추한 모습 드러내

  • 신혜선 베이징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sun3331@empas.com

    입력2010-11-29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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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입장이 일관된 가운데, 유독 중국만 다른 행보를 취해 관심을 모은다. 사건이 일어난 11월 23일 오후, 중국은 다른 때와 달리 사건 발생 1시간 30분 만에 이루어진 정례브리핑을 통해 “유관 보도에 주의하고 있고 사태 전개에 관심을 표시한다”며 발 빠른, 그러면서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다음 날인 24일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각집일사(各執一詞)’, 즉 “각기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양보하지 않는다”며 양비론으로 선회했다.

    몇몇 국내 언론은 중국이 북한의 편에 섰다고 단정했다. 거센 비난 여론에도 중국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곤혹스럽기는 하나 북한 옹호로밖에 비치지 않는 중국의 태도를 그들 처지에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패주고 싶지만 지원해야 할 계륵 같은 존재

    호국훈련이든 단순 사격훈련이든, 한국군만의 훈련이든 한미합동훈련이든 서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사령부는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조지워싱턴 호와 최신예 전투기 등 미국 병력이 참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바로 그 서해상에서 벌인다고 발표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조지워싱턴 호의 서해 출현은 중국엔 큰 부담이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역학관계에서 중국에게 북한은 패주고 싶을 만큼 밉지만 그래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시비곡절을 따져 객관적 판단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불난 집에서 도적질을 하지 않을 뿐이다.”



    지난 천안함 사건 당시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눈감고 있는 쪽은 중국이 아니라, 이런 노력을 고의로 모른 척하는 미국과 같은 지도급 국가들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중국은 또 서해안 군사훈련에 대해서 계속 “중국은 한국의 제1무역 상대국으로, 한국 스스로 한국경제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말하며 서해안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돈은 중화권에서 벌고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이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사전에 감지했다거나 ‘냉정’을 넘어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은 내년 초부터 남북한 및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베이징에서 회담을 하는 도중 연평도 포격 도발 소식을 접했다.

    일부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위한 흥정 차원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한다. 다른 분석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점에서 북한의 이번 행동은 6자회담 재개를 성사시키려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을 감싸며, 명백히 눈에 보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양비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종의 ‘중국식 합리성’이다.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남과 북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북한의 주장을 빌려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북한이 붕괴돼 남한이 접수하면 중국은 미국의 코앞에 놓이게 되므로 어떻게든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중국, 한국, 북한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이번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자국의 이익에 가려 인류보편적인 문제를 모른 척하는 중국의 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낸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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