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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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딴 소녀들에겐 날개가 필요해!

U-17 여자축구 월드컵 우승 감격 … 요즘 같은 관심과 더 많은 지원 있어야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0-10-04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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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낭자들이 2010년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3위에 이어 U-17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어린 태극낭자들의 분전으로 한국축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여자축구가 2015년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해낼 것처럼 떠들썩하다.

    청소년 무대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U-17 월드컵 4강에 든 팀을 보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한 등 아시아가 3팀이다. 스페인이 4강 대열에 합류해 체면을 차린 정도. 이러한 현상은 이번 대회뿐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아시아축구가 청소년 무대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엘리트 선수 육성에 있다. 일본을 제외한 북한, 한국, 중국은 엘리트체육을 통해 선수를 육성한다. 반면에 일본은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병행하면서 여자축구팀을 운영하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스타일을 표방한다.

    따라서 어린 선수만 놓고 보면 한국, 북한 등 아시아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엘리트체육의 장점은 생활체육에 비해 짧은 시간이 좋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 시간을 많이 할애하므로 생활체육 선수보다 단시간에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대표팀도 상비군 제도를 운영해 기량이 좋은 선수를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등 소수의 엘리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엘리트 선수 육성 동아시아권 강세

    하지만 성인 무대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이 청소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현재 성인 여자축구 대표팀은 아시아권에서도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5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리고 월드컵 무대도 딱 한 번밖에 밟지 못했으니 분명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북한 또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강호로 불리는 일본도 월드컵에서는 3위 이내의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중국만 준우승과 3위를 한 번씩 했을 뿐이다. 그것도 2000년 이전에 올린 성과다. FIFA가 발표하는 여자축구 세계랭킹을 보면 일본이 5위, 북한이 6위, 중국 14위, 한국 21위다. 아시아권 팀들이 세계랭킹에서는 상위권에 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독일, 미국, 브라질, 스웨덴 등에 밀린다.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국제 교류가 많지 않다. 남자축구처럼 A매치 등을 통한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대회가 많지 않아 다른 대륙 선수들과 겨뤄볼 기회가 없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엘리트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했기 때문에 자국 리그에서 선수들의 실력 평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 청소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 머물러 자신의 수준을 더 끌어올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과 남미, 북미 팀은 여자축구 등록 선수가 엄청나다. 자연스럽게 리그가 활성화돼 A매치를 치르지 않아도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게다가 수많은 선수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기량도 향상된다. 남자축구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축구선수라고 하는 브라질에서 좋은 선수가 대거 배출되는 배경과 흡사하다.

    아시안게임서 메달 따낼 수 있나

    별을 딴 소녀들에겐 날개가 필요해!

    청소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여자축구 대표팀이 성인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여자축구 리그인 ‘WK리그 2010’ 충남일화와 현대제철의 경기 모습.

    당장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끈 최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15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20대 중후반 선수를 과감히 제외하고 지소연, 김나래 등 유망주를 대거 소집했다. 최 감독은 “현재 전력을 보면 한국이 아시아 정상권에 있는 일본, 호주, 북한에 뒤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아시안컵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한국은 아직 아시아 정상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젊고 유망한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일본, 호주 그리고 홈팀 중국이 금메달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주는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한국이 이들과의 격차를 줄여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면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성과는 올렸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이제 막 실험대에 올랐다.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지 20년도 되지 않은 여자축구가 기대보다 일찌감치 청소년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지소연, 여민지 등 골든 세대로 불리는 유망주들을 길러냈다. 앞으로 이들을 얼마나 성장시키느냐에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가 걸려 있다. 한양여대 졸업반 지소연은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민지는 아직 고등학생이어서 국내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외에도 U-20, U-17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좀 더 성장해 성인 무대에서도 세계 정상에 설 수 있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나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이야기처럼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4년제 대학 여자축구팀 창설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구 관계자는 “요즘 여자축구대회에서 제일 재미난 경기가 초중고 경기다. 오히려 대학 경기가 재미 없다”라고 말한다. 대학 선수들의 기량이 더 발전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체하는 기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업팀이 턱없이 부족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대학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안 되는 데다 대학 지도자들의 적극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

    일부에서는 유망주를 일찌감치 해외로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북미나 유럽 등 선진리그도 여자축구 선수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대부분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제2의 직업으로 축구선수를 한다. 극히 일부 선수만 프로계약을 맺어 연봉을 받지만 많은 액수는 아니다. 여자축구에서 세계적인 스타라 불리는 선수들은 연봉이 아닌 스폰서 계약과 CF 출연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협회와 연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유망주를 관리하며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국내에 굴지 기업의 스폰서를 유치해 지소연, 여민지 등 선수들이 연봉 걱정 없이 선진 리그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수밖에 없다. 여자축구연맹 오규상 회장은 “U-17 월드컵 우승, U-20 월드컵 3위가 여자축구에 정말 좋은 기회가 됐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먼 미래를 내다보며 여자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과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협회와 잘 논의해 장기적인 여자축구 발전안을 세울 생각이다. 지금 같은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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