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3

2010.06.28

“차두리 로봇 찾아줘!”… 스마트폰 음성 검색 大戰

인식률 및 속도는 ‘구글’이 勝 … 한국식 조어는 ‘다음’이 앞서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6-28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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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두리 로봇 찾아줘!”… 스마트폰 음성 검색 大戰
    토종 포털사이트 ‘다음’과 글로벌 검색사이트 ‘구글’이 스마트폰 음성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6월 9일 다음이 다음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통해 음성검색을 선보인 데 이어, 일주일 후인 16일 구글코리아가 구글 어플을 통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이어 세계 여덟 번째로 한국어 음성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것. 즉 스마트폰에서 다음이나 구글의 어플에 들어가 ‘마이크’로 표시된 ‘음성 검색’을 누른 후 알고자 하는 내용을 ‘말하면’, 기계가 음성을 인식해 이를 기반으로 검색해준다.

    그런데 문자와 달리 음성은 억양이 강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하고, 주변에 소음이 많거나 목소리가 작으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즉 음성을 제대로,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다음 측은 “한국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검색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많이 찾는 검색어 DB를 다수 보유했다”며 “음성 검색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코리아 측도 “그간 여러 언어를 서비스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구글 음성 검색은 매우 정확하고 처리 속도 역시 빠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구글은 자체적으로 음성 검색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렇듯 다음은 한국 맞춤형임을, 구글코리아는 글로벌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내세우며 자신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기자는 두 서비스를 같은 조건에서 체험한 뒤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다(사진). 동일한 아이폰 기기에서 같은 검색어를 말한 뒤 두 서비스의 인식률과 정확성, 제대로 된 검색 여부 등을 살펴봤다. 경상도 억양이 남아 있고, 발음이 다소 부정확한 기자도 이 체험에 참가했다.

    구글, 문장 검색에 강점

    먼저 음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비율은 구글이 다음보다 훨씬 높았다. 물론 한 단어로 이뤄진 검색어의 경우 둘 다 큰 문제가 없었다. 발음이 힘든 ‘코트디부아르’ ‘키르기스스탄’ ‘어플리케이션’ ‘갤럭시S’ 등도 두 서비스 모두 제대로 인식, 관련 내용을 검색해줬다. 특히 최근 가수 이효리의 노래를 표절한 작곡가로 알려진 ‘바누스 바큠’은 어렵고 생소한 고유어지만 둘 다 제대로 검색했다.



    하지만 음성을 한 번에 정확히 인식하는 비율은 구글이 높았다. 특히 발음을 뭉개거나 빠르게 말하는 경우, 2개 이상 단어를 연결해 말하는 경우는 구글의 인식률이 다음보다 훨씬 높았다. 종종 다음은 두 번째 이후로 말하는 단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월드컵 공식 주제가’의 경우 구글은 모두 제대로 인식했지만, 다음은 ‘월드컵’만 인식했다. ‘소녀시대’ 노래인 ‘Oh’의 일부분 ‘오오오오~오빠를 사랑해’도 구글은 정확히 인식, 검색했다. 하지만 다음은 현재 키워드, 즉 단어 검색만 가능하기에 이 문장을 단어와 단어의 연결 조합으로 봤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내용인 ‘뽀뽀뽀’ ‘복부’ ‘빨리 자라는’ 등으로 인식했다. ‘1km는 몇 mile인가’와 같은 문장도 구글은 제대로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준 반면, 다음은 ‘닉쿤’ ‘노비타’ ‘냉면’ ‘나이키’ ‘모자’ 등으로 엉뚱하게 인식했다.

    하지만 한국식 조어나 외래어에서는 다음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최근 이슈가 된 ‘차두리 로봇설’의 경우 다음은 제대로 인식해 관련 이미지와 기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구글은 ‘차두리 로봇’으로 말할 때는 제대로 인식했으나, ‘로봇설’은 ‘novosr’ 등의 알파벳 조합으로 봤다. ‘아이폰4’도 다음은 ‘아이폰 포’로 봤지만, 구글은 ‘아이폰 bureau’ ‘free porn hub’ ‘아이콘 복구’ 등으로 ‘다양하게’ 인식했다.

    “차두리 로봇 찾아줘!”… 스마트폰 음성 검색 大戰

    1 구글의 음성 검색 서비스는 현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넥서스원과 갤럭시S는 기기 자체에 이 서비스가 포함된다. 기기마다 인식률과 정확도는 차이가 있다. 2 다음의 음성 검색 서비스는 현재 아이폰에서만 가능하지만 7월 중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3 구글 음성 검색서비스 시연 행사.

    한편 사용자 편의성에서는 구글의 음성 검색이 앞섰다. 구글은 모든 화면 우측 상단에 ‘마이크’ 아이콘이 있어 이것만 클릭하면 바로 음성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음은 ‘홈’에만 마이크가 있어, 음성 검색을 하러 홈으로 가야만 했다. 검색 속도 역시 구글이 2.5배 이상 빨랐다. 보통 구글이 2초 정도 걸린다면, 다음은 5초 이상 소요됐다. 음성 검색을 하는 이유가 문자 검색보다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처리 속도가 느리면 이용자들은 매우 답답해할 수 있다.

    검색 내용을 보기 편하게 제공해주는 건, 한국식 검색에 익숙한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다음이 한 수 위였다. 다음에서 이번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나라인 ‘코트디부아르’를 검색하면, 알고 싶은 내용인 남아공월드컵에서의 경기 결과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즉 다음은 포털사이트의 특성상 검색 내용을 월드컵, 사전, 뉴스 등과 같이 자체적으로 분류해 정리해준다. 반면 구글은 철저히 가장 많이 검색된 웹문서 위주로 보여준다. 이는 웹사이트에서의 검색뿐 아니라 스마트폰 음성 검색에서도 동일하다.

    또 다음은 ‘음성인식 결과 더 보기’가 메인 화면 중심부에 나타나 있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림동 고시원 싼 곳’을 ‘신림동 고시원 사는 곳’으로 인식했지만, ‘음성인식결과 더 보기’에 ‘싼 곳’이 나와 있으므로, 이를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구글 역시 검색박스 안의 세모 표시를 누르면 비슷한 소리가 나는 다른 검색어들을 보여주지만, 다음처럼 강조돼 있지 않아 보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다음, “업그레이드하겠다”

    사투리나 부정확한 발음의 경우 구글, 다음 모두 어느 정도 검색해준다. 예를 들어 ‘ㅘ’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경상도 출신 기자가 말한 ‘한국관광공사’도 두 서비스 모두 잘 검색해줬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정확히 인식하는 비율이 둘 다, 특히 다음에서 확연히 떨어졌다.

    이렇게 기자가 구글과 다음의 음성 검색 서비스를 비교해본 결과는 ‘구글의 판정승’이다. 음성 검색에서 가장 중요한 인식률과 정확도, 속도가 구글이 확실히 앞섰기 때문. 하지만 한국식 조어에서 강점이 있고,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다음의 서비스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부정확한 음성 인식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다음 측은 음성 검색의 인식률과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음 홍보팀 이슬기 씨는 “다음 음성 검색은 단어 사이의 간격이 짧게 설정돼, 두 단어 이상을 천천히 말하면 최초 한 단어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개선할 것이고, 조만간 문장 검색도 가능하게 하겠다”며 “또 화면마다 검색창 우측에 마이크 아이콘을 삽입하고, 검색 속도 역시 빠르게 하는 등 전반적인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구글코리아 박선경 홍보팀장은 “구글은 음성 인식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 “잘 인식되지 않는 단어나 문장 역시 음성 검색 빈도가 많아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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