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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4대강 전쟁은 없다②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4대강 전쟁은 없다 - 한강 유역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한 유기농가에 정부의 하천변 농지 수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4대강 사업은 국책사업이다.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를 별도로 두고 지방국토관리청을 통해 4대강 유역의 주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서 맡았다.

보(洑) 설치와 주요 정비사업 등 국토부와 수공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은 전체 공정의 55% 정도. 나머지 45%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위탁해서 진행 중이다. 하천 준설과 생태하천 조성, 제방 보강, 자전거길 만들기 등 주요 정비사업은 광역지자체에서 맡고, 4대강 하천변 수용농지(국유지) 보상사업과 골재적치장 확보 및 판매사업 등은 기초지자체에서 담당해왔다.

이 가운데 하천변 수용농지 보상사업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기초지자체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LH공사로 대부분 이관됐다. 4대강 전체 105개 보상지구 중 78개 지구에 대한 보상작업을 LH공사에서 맡은 것. 여전히 기초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보상지구는 26개로 해당 지자체는 강원도 영월과 충남 부여 그리고 경남 김해, 양산, 경산, 영천, 하동 등 7개 군이다. 나머지 1개 지구는 한국감정원에서 맡았다.

골재적치장 확보 및 판매사업은 20개 기초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다(29쪽 그래픽 참조). 이 밖에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관할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149개 지구에서 7570여만㎡에 이르는 농경지에 대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광역 및 지자체에 위탁한 사업 예산규모는 3조4855억 원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분쟁의 발화 예상 지점은 바로 광역 및 기초지자체가 대행 중인 사업들이다. 여당 소속 단체장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야당 소속 단체장은 위탁받은 사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확인취재 결과 위탁받은 4대강 사업을 반환하거나 거부할 광역 및 기초단체장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유역 지방권력 구도

한나라 우위, 강원도 이광재 지사 행보 주목}

한강이 흐르는 주요 지역은 서울과 경기, 강원, 충북 4개 광역시도다. 이 가운데 서울은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 나머지 3개 지역이 한강 살리기의 중심지역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도지사가 연임에 성공한 경기도는 여소야대 구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소속 정당을 보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훨씬 앞선다. 기초의원도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석수가 한나라당보다 많다.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강한 강원도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우위에 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모두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비해 2배가량 많다. 변수는 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직무정지 논란을 빚고 있는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향후 행보다. 이 지사가 직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도내 권력구도상 4대강 사업 저지에 나선 민주당의 당론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지방정부 4대강 사업 현주소

대규모 준설공사 없어 … 대행사업 반환 미지수}

현재 한강 유역 광역지자체 중 4대강 사업을 대행하는 곳은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도 3곳이다. 시설 예산규모로 보면 경기도가 약 2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강원도는 1065억 원으로 그 절반 정도. 충북도는 1500억 원대 규모의 사업을 대행하고 있지만, 한강 살리기와 관련된 대행사업 예산규모는 500억 원 남짓이다. 나머지는 금강 살리기 대행사업 예산이다.

이 가운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역지자체는 민주당이 차지한 강원도와 충북도다. 강원도와 충북도에서 대행하는 사업을 보면 민주당에서 문제 삼는 보나 대규모 준설공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강원도의 경우 영월군 지역 한강교량보호공과 양·배수장, 배수문 설치사업이 대부분이다. 충북도는 생태하천 조성과 제방 보강, 자전거길 만들기 사업 정도만 대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광재 강원도지사나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보와 대규모 준설사업을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대행사업을 반환할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강 유역 기초지자체에서 대행 중인 4대강 사업은 극히 일부분이다. 골재적치장 사업은 경기도 여주군과 충북 충주시 2곳에서 하고 있고, 하천변 수용농지 보상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기초지자체는 강원도 영월군뿐이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지구도 충주시 외에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춘석 여주군수와 연임에 성공한 박선규 영월군수는 모두 한나라당 소속으로 현재 대행 중인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 저지가 당론인 민주당 소속 우건도 충주시장의 선택만 남은 상태.

우 시장 측은 그러나 “골재적치장 사업이나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모두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이어서 반대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시장 측은 여기에 “정부에서 충북지역에 지원하는 4대강 사업 예산이 너무 적다”며 “도지사와 협의해서 정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더 받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당론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우 시장 측은 “솔직히 당론과는 조금 다르다”고 시인했다.

{한강 유역 민심 르포

농지 리모델링 지역 주민 간 갈등의 골}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생태하천 조성과 제방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양평군 남한강변.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ey /I’ve been for a walk / On a winter`s day ~♬”

6월 22일 오전, 4대강 사업 반대 상징의 땅 ‘두물머리’엔 미국 포크록 그룹 ‘마마스 · 파파스’의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흘러나왔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양평군 양수5리 846번지 일대인 이 지역엔 12가구의 유기농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양평군 양서면과 남양주시 조안면 등 팔당지역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110여 유기농가 중 4대강 사업 때문에 수용당한 51가구의 일부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국유지인 하천부지 농경지를 수용해 공원과 수변 공간, 자전거길 등으로 정비하고 있다. 정부는 3년 단위로 농민들과 하천부지 경작계약을 체결하지만 국가사업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유기농가의 반대는 거세다. 환경단체와 종교단체도 가세했다. 천주교 사제단은 매일 이곳에서 4대강 사업 반대 미사를 연다. 이 사업이 소중한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역에서 11년째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노태환 씨의 하소연이다.

“두물머리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상징적인 곳이다. 하천변 유기농사에 대한 장기적인 검토와 논의 없이 갑자기 이곳을 떠나라니 말이 되느냐. 지난해 3월 관할 관청으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고 자비 2000만 원을 들여 시설 보수를 한 지 두 달도 안 돼 4대강 살리기 계획이 발표됐다. 더구나 사회에서 소외된 농민들을 내쫓고 천혜의 자연습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니…. 4대강 사업은 사람과 소통시키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단절시키는 사업이다.”

두물머리엔 유기농가만 있는 게 아니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와 화훼농가 등 일반 농가가 더 많다. 이들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다. 일반 농가들은 유기농가들과 달리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으니 할 말이 없고, 화훼농가는 그 수가 극소수다. 말 못할 속사정도 있다.

유기농단지와 인접한 한 화훼농가 농민(46)은 “이 지역이 유기농단지가 돼도 쫓겨나고, 4대강 사업 때문에도 쫓겨날 판이니 하루빨리 정리돼서 떠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이 농민은 정부로부터 이미 일부 보상을 받았다. 2600㎡ 남짓한 비닐하우스에 대한 지상물 보상금으로 2억8000여만 원을 받았고, 영농보상은 조정 중이라고 했다. 논농사를 짓는 농가들도 상당수 보상을 받은 상태다. 보상 기준은 ㎡당 2700원으로 기간은 2년치다.

두물머리 인근 지역 주민들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농사지어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4대강 사업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매점이라도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찬성하는 반면, 조용한 농촌 생활을 바라는 사람들은 반대 쪽이다.

20여 년 전 이곳 농가를 사 서울에서 오가다가 3년 전부터 거주하기 시작했다는 김숙희(61) 씨는 “지역을 쾌적하게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꼭 친환경 유기농단지를 다 몰아낼 필요가 있느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나름 해법을 제시했다.

“쫓겨날 판 vs 경제 활성화”…두물머리에 흐르는 긴장감
이곳에서 남한강변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이포보와 여주보, 강천보 등이 차례로 나온다. 장마철을 앞두고 1단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해서인지 4대강 사업도 반대보다는 찬성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주보 건설현장 인접마을인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는 100가구가 있다. 이 지역에서 비교적 큰 마을에 속한다. 마을 주민 중 일부는 공사현장에서 일한다. 마을 주민 한모(41) 씨는 “지역이 너무 낙후해서 그런지, 나이 드신 분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도 4대강 사업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보가 생기면서 수질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정도”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충북 충주시 엄정면 율능리 일대인 ‘배대보지구’. 이곳에선 한때 오염된 준설토가 농지성토에 쓰여 문제가 됐다가 지금은 해결됐다. 농지 리모델링과 함께 집단환지를 통해 농지 정리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농지 소유주들로서는 나쁠 게 전혀 없다. 여기에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한 데 대한 보상금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 주민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농지 소유주와 농사 대리인(소작) 간에 보상금을 둘러싼 다툼이 적지 않기 때문. 보상금에 대해 서로 자신들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농지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했던 지역 토목 및 장비업체들이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권을 외부업체로 넘기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늘었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지역 일자리 창출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세영(45) 전 이장은 “보상금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사업권이 외부업체로 넘어가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안 돼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바람에 지방선거 때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고 말했다.

한강 유역 주민들에게 정부의 ‘4대강 살리기의 장밋빛 미래’는 아직 현실과는 먼 희망사항이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처럼.

입력 2010-06-28 11:08:00

  • 한강=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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