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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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덩컨’ 마법의 세계로 초대

佛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내한 … “아더월드 상상 공간에 한국 에너지 채울 것”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5-17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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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라 덩컨’ 마법의 세계로 초대

    2010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난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오른쪽에서 두 번째)

    “우와, 진짜 ‘타라 덩컨’ 작가예요?”

    5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홀에서 열린 2010 서울국제도서전. 한 부스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가득 모였다. 그들은 금발의 여인을 둘러싸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조앤 K. 롤링’으로 불리는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씨. 그가 쓴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 시리즈는 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중·고교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내가 소개해 우리 반 애들 절반이 읽었다”며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듯 그의 곁을 맴돌며 기뻐했다. 경기 안양 임곡중학교 손윤아(15) 양은 “장면마다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해리 포터’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손양의 어머니는 “처음엔 판타지소설이라 읽지 못하게 했지만 애가 워낙 여러 번 재미있게 읽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전권을 사줬다. 나도 읽어보니 특이한 발상이 재미있고 잔인한 장면도 없어 좋은 책이더라”고 덧붙였다.

    해리 포터보다 먼저 집필한 판타지

    2010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프랑스가 선정되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마르탱 파주, 크리스틴 조디스 등 유명 프랑스 작가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오두인 마미코니안 씨 역시 5월 11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사인회, 강연회, 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그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루 20통 가까운 e메일을 받기 때문이다.

    “보통 ‘공부가 힘들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일상적인 내용이에요. 물론 다음 에피소드를 빨리 알려달라는 독자가 가장 많죠.”



    그는 일일이 답신을 보내는데, 이것이 소문이 나서 요즘 e메일이 더 늘었다. 한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치면 ‘타라 덩컨 작가에게 e메일 보내려고 하는데 번역 좀 해주세요’라는 글이 있을 정도. 그는 “e메일로 먼 곳에 있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타라 덩컨’은 평범한 소녀 타라가 자신이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 26시간, 1년 454일에 일곱 계절이 존재하는 마법행성 아더월드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망을 품은 마지스터는 악마의 사물을 찾는 능력을 가진 타라를 납치하려고 하지만, 타라는 샘 선생님 등 동료들을 만나 역경을 헤쳐나간다. 이 책은 12개국에서 번역돼 판매 중이고 한국에서는 현재 7편(총 13권)까지 출간됐다.

    그가 총 12편 분량의 ‘타라 덩컨’을 완성한 때는 1991년. 당시 출판사들은 “마법 이야기는 팔리지 않고 책도 너무 두껍다”며 모두 거절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판타지소설 열풍’이 불었다. 그는 “왜 같은 마법 이야기인데 ‘타라 덩컨’은 안 되고 ‘해리 포터’는 되는 거지?”라고 한탄하며 며칠 밤을 보냈다. 그때 남편은 “만약 ‘타라 덩컨’과 ‘해리 포터’가 붙는다면 분명 타라가 이길 것”이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남편의 말에 힘입어 그는 바로 원고를 수정해 출판사에 보냈고, 비로소 타라는 빛을 보았다.

    “솔직히 ‘해리 포터’가 잘되는 걸 보고 부럽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그 덕에 ‘타라 덩컨’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잖아요. ‘제2의 조앤 K. 롤링’이라는 호칭도 마음에 들어요. 재능 있는 사람과 비교되는 건 기쁜 일이니까요.”

    ‘타라 덩컨’ 마법의 세계로 초대
    ‘타라 덩컨’과 ‘해리 포터’는 차이점이 많다. ‘해리 포터’는 어두운 과거사를 가진 아이가 한정된 공간(호그와트)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면, ‘타라 덩컨’은 새로운 행성 아더월드라는 넓디넓은 상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로, 훨씬 밝고 유머가 넘친다.

    “10대 초반인 두 딸에게 들려주려다 보니 우울하고 잔인한 이야기보다 희망차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게 됐어요.”

    창의성은 기르는 게 아니라 자라나는 것

    그는 12세부터 판타지소설에 빠졌다. 시공간의 한계가 없어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타라 덩컨’을 쓸 때도 당시 읽었던 책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가 타라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순간순간 상상하면서 글을 써내려갔다.

    “어떤 부모님은 판타지소설을 읽지 못하게 하는데 저는 두 딸에게 오히려 권해요. 창의성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니까요. 지금은 딸들도 판타지소설 팬이 됐어요.”

    그가 가장 뿌듯해했던 순간은 프랑스 한 학교 선생님에게서 편지를 받았을 때다.

    “그 학교에서는 ‘타라 덩컨’을 수업교재로 사용한대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어휘도 풍부해 국어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면서요.”

    또한 “얼마 전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의 한 학교에서도 이 책을 교재로 쓰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추리소설 ‘만찬’을 발간했다. 형사 과장과 심리학자가 초고도 비만인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의 뒤를 쫓아 범인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범인은 정신이상 어머니에게서 계속 음식을 먹도록 고문당해 초고도 비만이 된 남성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잡아다 뼈만 남을 정도로 굶긴 후 잔인하게 살해한다. 살해 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정성스레 마지막 만찬을 요리하는 범인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 압권이다. 소담출판사 김광자 편집장은 “오두인 마미코니안 씨는 아동을 위한 판타지소설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추리소설에도 재능이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말했다.

    5박6일 짧은 한국 방문이지만 그의 일정은 빡빡했다. 5월 13일은 서울 매봉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아이들은 오매불망 그의 방문을 기다렸다. 14일에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판타지 문학으로 키우는 우리 아이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고, 15일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도 가졌다. 많은 학생이 학교 조퇴까지 하며 그를 만났다. 그도 한국에서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계획을 벌써 세웠다.

    “아직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한국 독자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쳐요. 이 복잡하고 활기찬 한국의 느낌을 기억했다가 다음 편에서 아더월드를 묘사할 때 반영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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