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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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낭만의 아이스와인 투어

캐나다 더 필라 앤 포스트 호텔

  • 정성갑 여행 칼럼니스트·월간 ‘럭셔리’ 여행팀장 a53119@design.co.kr

    입력2009-01-13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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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낭만의 아이스와인 투어

    노천탕에서 아이스와인을 즐기는 역설의 묘미.

    매년 1월 가장 생각나는 여행지는 캐나다, 그중에서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on-the-Lake) 지역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걸친 거대한 폭포 나이아가라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포도밭이 가득하고, 숲이 많으며, 깨끗하고 조용해 은퇴한 부호들의 거주지로 인기가 높다. 사실 이곳에는 마을의 값어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아이스와인이다.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으로 보면 캐나다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하지만 아이스와인의 경우 세계 최고의 수출량을 자랑한다. 그리고 바로 이곳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지역에서 생산하는 아이스와인이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만도 130여 개. 마을 전체가 포도밭인 셈이다.

    번역하자면 ‘얼음 포도주’쯤이 될 아이스와인은 -8℃ 이하의 추운 날씨에 딴 포도로만 만든다. 추운 날씨로 인해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은 포도를 압축하면 고농축 과즙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이 고농축 과즙을 발효시킨 것이 아이스와인이다. 아이스와인은 그야말로 꿀물처럼 달다. 단맛이 강해 주로 식후주로 마시는데 맛이 풍성하고 진한 푸아그라, 블루 치즈, 다크 초콜릿 등과 함께 먹으면 그 풍미를 입 안 가득 만끽할 수 있다.

    추운 날씨가 질 좋은 아이스와인의 관건이므로 포도 수확은 대부분 한겨울(통상적으로 12월에서 1월), 그것도 새벽 3~4시경에 한다. 두꺼운 옷과 머플러로 무장한 50여 명의 일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온도계를 지켜보다가 눈금이 -8℃(이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아이스와인은 캐나다 와인 품질 인증제인 VQA 마크를 획득할 수 없다)를 가리키는 순간 100m 달리기 하듯 포도밭으로 뛰어든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치과의사, 변호사, 대학교수도 있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그들이 직접 딴 포도로 만든 아이스와인 한 병.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서운할 수도 있는 ‘보수’지만 이를 언짢아하는 이는 없다.

    눈과 낭만의 아이스와인 투어

    <b>주소</b> P.O. Box 1180, 155 Byron Street, Niagara-on-the-Lake, Ontario, Canada <b>문의</b> (905)468-1362, www.vintage-hotels.com

    아이스와인의 가격은 일반 테이블와인보다 두세 배 이상 비싸다. 국내에 수입되는 아이스와인의 경우 대부분 10만~20만원을 호가한다. 아이스와인의 몸값이 비싼 이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확량 때문이다. 아이스와인을 만들려면 겨울까지 포도를 수확하지 않아야 하는데 추위와 곰, 고라니, 새떼의 공격으로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송이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물망을 두르고 수시로 총소리를 내는 기계를 들여놔도 별 소용이 없다. 또한 포도가 얼음처럼 딱딱하게 언 상태에서 수분을 제외한 진액만을 추출해 만들다 보니 약 15kg의 포도로도 아이스와인 한 병을 얻기가 쉽지 않다.

    더 필라 앤 포스트(The Pillar and Post) 호텔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마을의 보석 같은 숙소다. 호텔 입구에는 ‘빈티지 인(Vintage Inn)’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호텔의 휘황함보다는 여인숙의 조붓함과 따뜻함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실제 호텔의 역사는 18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아가라 주변에서 수확한 복숭아와 토마토로 통조림을 만들던 공장에서 군 부대 자재 창고로, 바스켓 공장으로, 레스토랑으로, 수공예점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다 지난 1972년 비로소 호텔 영업을 시작했다.



    전통의 ‘영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여서 호텔 안으로 들어서면 그 오랜 세월의 온기와 고고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통나무 기둥과 대들보, 벽돌로 지은 담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그 사이 사이 풍성한 국화 화분과 소파, 지역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이 자리한다. 수백 권의 고서가 꽂힌 도서관과 스파 시설, 노천탕도 있다. 객실에는 스파를 받을 때 듣는 음악으로만 구성한 CD와 과일 바구니, 아이스와인이 놓여 있다. 호젓한 외관과 달리 122개의 객실을 갖췄는데 복도에서 나오면 통유리 너머로 눈 내린 겨울 풍경이 펼쳐진다.

    호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1층 로비다. 공룡처럼 큰 5성급 호텔의 그것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벽난로 주변으로 빈티지 소파가 듬성듬성 놓여 있고 테이블에는 ‘아이스와인의 역사’ 같은 책이 놓여 있다. 각종 식물은 벽을 타고 자라고, 부케처럼 탐스러운 화분이 소파와 테이블 주변에 가득하다. 마치 부티크 산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 잘 꾸민 가정에 초대받은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아이스와인을 테마로 떠난 여정에서 더 필라 앤 포스트 호텔은 제대로 역할을 한다. 인근에 유명 양조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약 60캐나다달러를 내면 2시간30분~3시간 진행되는 아이스와인 투어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니스클린, 잭슨트릭스, 필리테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비달이나 리슬링 등 다양한 품종의 아이스와인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매년 1월 말에는 마을 곳곳에서 와인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아이스와인 페스티벌이 열려 더욱 흥겹다.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아이스와인과 함께 식사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소믈리에가 상시 대기하고 있으므로 주문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아이스와인을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스페인 남아프리카 등 일반 테이블와인도 대거 구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 고온으로 눈 보기가 쉽지 않은 겨울이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 그리고 그 안의 낭만을 편애하는 이들에게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를, 오래된 ‘빈티지 인’을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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