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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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꿈 크게‘창업’은 소박하게

전문가 충고 불황 속 성공 키워드 … 기존 업종에 아이디어·서비스 추가하는 게 바람직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8-20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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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꿈 크게‘창업’은 소박하게

    불황 탓으로 저가 품목 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1000가지를 1000원에 준다는 문구를 내건 ‘1000원숍’.

    각종 경제지표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보면 하반기에도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황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비 창업자들은 적절한 품목을 택해 내년 이후 호황기를 대비하고 싶어한다. 실제로 요즘 각종 창업 강좌에는 예비 창업자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가게의 경우 권리금이 많이 하락했고, 내놓은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적당한 품목을 골라 내년 이후를 준비하려는 이들과 생계형 창업을 미룰 수 없는 이들에게 어쩌면 요즘은 ‘위기 속 기회’다.

    창업e닷컴 이인호 대표,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 등 전문가들은 불황 속 성공 키워드를 △가격 파괴 △참살이(웰빙·well-being) △홈 비즈니스 아웃소싱업 △맛보기 창업 △복합화 등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다만 ‘튀는 업종’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업종을 다양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격 파괴

    상반기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창업 유형이다. 4000~5000원에 피부관리를 해주는 피부관리숍, 1회 코스에 1만원인 셀프 다이어트방, 1000원 만두·김밥집 등이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폐식용유 재활용을 통해 음식점의 원가를 절감해주는 식용유 정제사업 등도 계속 관심을 모을 전망. 이인호 대표는 “단일 품목을 가격파괴형으로 하기보다 여러 가지 품목 가운데 미끼 형태로 가격 파괴가 이뤄져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참살이



    조류독감 광우병 만두파동 등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몸에 좋고 안전한 외식업 창업이 줄을 이었다. 값싼 음식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값이 조금 비싸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참살이형 샌드위치 전문점, 캘리포니아롤 전문점, 베트남요리 전문점, 저칼로리 요거트아이스크림 등이 젊은층에 인기를 끌었다. 야채식과 다이어트식 등 건강 외식업, 기능성 식품, 다이어트숍, 헬스방 등은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창업e닷컴이 지난 7월 예비 창업자 1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6.2%(224명)가 유기농, 야채식 등 건강식 업종을 창업 1순위로 꼽았다. 기능은 보강되지 않고 무늬만 참살이로 포장한 아이템은 요주의.

    홈 비즈니스 아웃소싱업

    소득의 증가, 상시적인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맞벌이 부부 증가, 핵가족화 심화 등의 영향으로 반찬 배달, 쇼핑 대행업, 청소 대행업, 가정 도우미 파견업, 노인 계호업 등 홈 비즈니스 관련 업종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이 분야는 큰돈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맛보기 창업

    장기불황으로 실패를 거듭한 소규모 사업자들과 자금 여력이 별로 없는 청년들이 창업시장에 대거 합류하고 있어 무점포 소호(SOHO) 업종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동점포사업, 인터넷쇼핑몰, DVD 배달사업 등이 대표적. 소자본으로 ‘투잡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디지털카메라 인화기, 로또복권 번호추출기, 커피를 마시면 복권을 주는 로또카페 자판기 등 새로운 개념의 자판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복합화

    한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를 여는 ‘숍인숍’ 형태의 초소형 창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PC방에 휴게실, 커피숍, 꼬치구이점, 아이스크림점, 네일숍, 비타민 판매업 등이 결합하는 형태를 말한다. 한 점포를 낮과 밤으로 나눠 다른 아이템을 파는 ‘이모작’ 가게도 등장했다. 직장인들의 ‘투잡스’도 이 복합화의 한 형태다.

    커리어 살리고 ‘위험 요소 최소화’ 시켜야 경쟁력

    이런 키워드 안에서 특별한 품목을 발견했다 해도 주의해야 할 점은 많다. 첫째, 불황을 감안해 적은 자본으로 ‘초라하게’ 창업해야 한다는 것. 창업자들은 대부분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으면 가능한 한 위험요소를 줄여야 한다. 과잉 투자, 저금리 시대라는 점을 활용해 지나치게 대출을 많이 받아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악성투자는 위험부담이 높다.

    둘째, ‘가격 파괴’가 인기 있다고 해서 질까지 동시에 떨어지면 장기적 성공 가능성은 낮다. 가격 파괴를 해도 인건비 절약, 하이테크 도입, 유통거품 제거 등 비용절감의 경쟁력을 갖춘 업종을 택해야 한다.

    셋째, 부실 프랜차이즈를 주의해야 한다. 창업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영난을 겪는 체인 본사가 적지 않다. 본사가 부도나면 상품 공급이 중단되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안전한 체인 본사를 선정해야 한다.

    넷째, 권리금의 거품을 주의해야 한다. 상권이나 입지에 따라 권리금의 규모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점포 권리금이나 임대료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상권 현황과 시세, 매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적정한 권리금을 산정해야 한다.

    다섯째, 자본 중심 업종도 위험하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건 2000년대 초에나 해당하던 말이다. 요즘은 불황에다 경쟁 과열 상태이므로 투자 우위가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자본 중심의 업종보다 창업자의 역량이 중심이 되는 업종을 선택하는 게 안정적이다.

    여섯째, 30대 이후 창업자는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는 ‘커리어 창업’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위험부담이 적고,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가능하면 소상공인지원센터, 근로복지공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지원기관을 통해 창업교육을 받고 적정한 아이템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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