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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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피부 보고 뽑지 않아요”

인사담당자 신입사원 선발 기준은… “사교성·팀워크 고려, 현장 적응력·창의성 최우선”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1-28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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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피부 보고 뽑지 않아요”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시험 장면.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시험 장면.대졸자가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쏟아붓는다는 3000만원이라는 돈을 ‘투자’ 개념으로 보자. 그렇다면 이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까. 취업정보업체 리크루트가 조사한 올해 국내 대기업 대졸 평균 초임은 연봉 기준 2329만원. 취업에 들어간 비용 3000만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월급을 받아서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을 꼬박 모아도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의문은 간단하다. 어학연수는 ‘기본상품’이고 유료 자기소개서에 라식수술이라는 ‘미끼상품’까지 구비한 ‘취업 패키지 세트’가 과연 그만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이냐는 것. 그러나 예비 취업자에 대한 소비자이자 수요자인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의 답변은 한마디로 ‘노(No)’다.

    ‘블라인드 면접’ 급증… 업무 전문성 열정엔 높은 점수

    물론 최근 들어 학벌이나 학점보다는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추세다. 책상 위에서 얻은 실력보다는 현장의 적응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채용 경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용업체 인크루트 관계자는 “특히 학연 지연 등이 개입될 우려가 있는 서류 전형을 무시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면접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 승무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입사 면접에서 외모나 의상에 크게 관심을 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11월 말까지 2003년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하이트맥주의 신입사원 지망자들은 대부분 영업직으로 배치된다. 영업의 특성상 외모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잘생긴 꽃미남’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손을 내젓는다. 대인관계가 무난해 보이는 ‘두루뭉술형’이 오히려 거래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스타일이라는 것. 하이트맥주 김종익 인사팀장은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남학생들이 지나치게 외모에 정성을 들이는 것 같은데, 면접하면서 피부 상태를 보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어 실력이나 각종 입사 서류 준비도 마찬가지.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 토익(TOEIC) 점수나 영어 경쟁력이 당락의 주요 기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 입사 예정자들의 영어 실력은 당장 필요에 관계없이 ‘점수 인플레’ 현상만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생명 인사담당 박영세 상무는 “입사 전형에서 대부분 800점대의 토익 점수를 하한선으로 내걸고 있지만 응시자들의 토익 점수는 한결같이 900점을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D증권 인사담당자는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가 수천장 들어오는데 일일이 훑어볼 수는 없다”며 “몇 배수로 압축된 뒤 면접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입사서류를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고 말한다. 1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기소개서를 ‘그럴듯하게’ 작성해도 자칫하면 바로 휴지통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객의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이나 증권회사에서는 외모나 말재주보다도 오히려 지망자의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형편을 살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본의 아니게 대형 금전사고에 휩쓸릴 가능성을 미연에 막자는 취지다. S증권 인사담당자는 “우리가 사람을 뽑을 때는 잘생긴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사교성과 팀워크 등을 고려한 업무 능력을 보고 뽑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무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증권회사를 지망하면서 사이버 수익률 게임 참가 실적이나 자신의 투자 일지를 함께 제출하는 지원자는 아무래도 한 번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는 것. 라식수술이나 피부 마사지에 취업 비용을 쓰지 않더라도 돈 쓸 데는 많이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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