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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통팔달

‘미투’의 걸림돌

‘미투’의 걸림돌

3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  ·  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미투(#Me Too)’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참석자들. [뉴스1]

3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  ·  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미투(#Me Too)’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참석자들. [뉴스1]

미투(#Me Too)운동이 심상찮다. 비리 폭로와 해원(解寃)의 차원을 훨씬 벗어났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남녀 성의식의 각성을 일으키는 거대한 쓰나미가 닥쳐오고 있음을 보고 있다. 미투운동의 확산을 거치며 이미 여러 명의 영웅이 탄생했다. 그들 중에서도 서지현 검사의 역할이 무척 두드러진다. 서 검사가 아니었으면 결코 이 운동이 이렇게까지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한국 사회는 미투운동이 일어나기에 아주 척박한 토양을 지녔다. 세계적으로 볼 때 처벌이 대단히 엄격한 명예훼손법제,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사회 전반의 체계 등으로 남성이 권력적 지위를 이용해 여성에게 잘못된 성적 행동을 하는 일은 묻히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법 집행자인 서 검사가 피해자로서 사건을 터뜨리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고 연극계, 학계 등으로 확산됐다. 한국 사회의 거친 토양을 고려하면 언제라도 미투운동에 브레이크가 세게 걸릴지 모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그것은 곧 미투운동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먼저 한국의 명예훼손법제는 세계적 시각에서 볼 때 너무 엄격하다.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미국 등의 법제는 말할 것도 없다. ‘시민적 ·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은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고려될 수 있고, 더욱이 징역형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우리는 물론 징역형도 내릴 수 있다. 어디 거기에만 그치는가. 심지어 진실한 사실을 발설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법제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검찰과 법원의 법 적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원래 우리 사회는 군사문화의 잔재랄까, 다양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선적 문화 배경에서 오는 것이랄까, 내부고발자, 즉 공익제보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고 있고 나아가 적대감을 너무 쉽게 표출한다. 더욱이 법원과 검찰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상 이상으로 계급과 서열로 갈리며 상급자가 하급자를 촘촘하게 지배하는 관료사회다. 

엄격한 조직문화에 젖은 판사와 검사들에 의해 지금까지 법원과 검찰은 공익제보자를 불리하게 취급해왔다. 그중 대표적 처사가 공익제보자에게 입증책임을 사실상 부과한다는 점이다. 즉 미투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언제 어디서 성폭력이 행해졌는지를 입증할 책임을 부담 지우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 유죄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사진이나 녹음 등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발설자가 오히려 당해왔다는 뜻이다. 또 치밀한 남성적 조직사회일수록 도착된 성의식의 강도가 심하다. 

물론 대법원은 수차에 걸쳐 입증책임을 검사가 부담한다고 판시해왔다. 그럼에도 일선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이를 잘 따르지 않는다. 의견과 사실의 이분론을 대법원이 채택해 언론자유를 좀 더 잘 보호하려 했음에도 지방법원, 고등법원에서 상당 기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투운동의 불을 꺼뜨릴 수 있는 불합리한 요소가 엄연히 존재한다. 또 지금 이 운동에 대한 역풍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미투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8.03.14 1129호 (p52~52)

  •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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