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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신을 놓고 벌이는 인간들의 정통성 싸움

예루살렘이 3대 종교의 공동 성지가 된 이유

동일한 신을 놓고 벌이는 인간들의 정통성 싸움

솔로몬의 성전 자리에 세워진 ‘알 아크사 사원’(아래 은빛 지붕의 모스크)과 황금색 돔으로 유명한 ‘바위의 돔 사원’. 이슬람의 3대 성지다. [위키피디아]

솔로몬의 성전 자리에 세워진 ‘알 아크사 사원’(아래 은빛 지붕의 모스크)과 황금색 돔으로 유명한 ‘바위의 돔 사원’. 이슬람의 3대 성지다. [위키피디아]

70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 솔로몬의 성전 서쪽 벽.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유대교의 성지다. [동아DB]

70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 솔로몬의 성전 서쪽 벽.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유대교의 성지다. [동아DB]

중동은 유일신 3대 종교가 탄생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예루살렘의 ‘올드 시티’로 불리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 좁은 경사지에 이 3대 종교의 성지가 몰려 있다. 왜 그럴까. 얼핏 보기엔 이유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동일한 신을 둘러싼 인간의 정통성 문제가 얽혀 있다. 

그 연원은 히브리 성경(구약)에 등장하는 아브라함 설화에서 시작된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친아들을 바치라는 신의 명령에 따라 모리아산의 한 바위에서 아들을 죽여 희생번제를 지내려 한다. 신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한 것이라며 그 시험을 통과한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영원한 축복을 내린다. 

유대인과 아랍인은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자처한다. 다만 신의 축복을 받은 그 아들이 누구냐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친다. 유대인은 아브라함과 정실부인인 사라에게서 태어난 적자 이삭의 후손이라 한다. 아랍인은 아브라함과 하녀 하갈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 이스마엘의 후손이라 한다. 그래서 신의 축복을 받은 아들이 각각 이삭과 이스마엘이라고 주장한다. 

유대인이 최고 왕으로 꼽는 솔로몬은 아브라함이 희생번제를 지내려 한 바위가 있던 자리에 ‘하느님의 성전’을 세웠다. 그리고 그곳에 모세가 받은 십계명이 새겨진 두 개의 석판과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광야를 방황하면서 먹었던 ‘만나’가 든 항아리, 모세 형 아론의 싹이 난 지팡이가 든 ‘언약의 궤’를 보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솔로몬의 성전은 70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다. 로마군은 신앙 문제에 비타협적인 유대인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서쪽 벽만 남겨두고 이 성전을 파괴한다. 이후 유대인들이 그 벽을 붙잡고 울며 기도를 드려 ‘통곡의 벽’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691년 무렵 예루살렘을 장악한 아랍인들은 그 자리에 알 아크사 사원을 세운다. 알 아크사 사원은 ‘가장 먼 사원’이란 뜻이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621년 메카에서 신비한 네 발 달린 동물을 탄 채 가장 먼 사원까지 날아가 그곳의 바위를 박차고 하늘나라로 승천해 옛 선지자들과 알라의 명령을 들었다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스크다. 

무함마드가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이 사원의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는데 그의 사후 점차 예루살렘으로 고정된다. 그리고 알 아크사의 경내 바위가 있던 자리에 훗날 황금 돔으로 유명한 ‘바위의 돔 사원’을 별도로 세운다. 그와 함께 예루살렘은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의 3대 성지가 됐다. 일반명사였던 알 아크사가 고유명사가 된 이유를 ‘누가 아브라함의 진정한 계승자’냐는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있을까. 

기독교의 성지가 된 것은 문제의 지점 바로 뒤쪽에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고행의 길을 걸은 골고다 언덕과 그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유대인의 민족종교였던 유대교를 세계 보편종교로 전환시켰다. 그로 인해 구원은 혈통의 문제에서 믿음의 문제로 탈바꿈했다. 그러려면 유대민족을 위한 ‘하느님의 성전’을 대신할 새로운 성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정확한 위치를 누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예수에게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다면,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에겐 헬레나가 있었다. 신앙심 깊은 황제의 어머니는 골고다 언덕 터에서 약 300년 전 예수가 짊어졌던 십자가의 잔해를 발견하고 326년 그 자리에 기독교 최고 성지가 될 ‘성묘교회’를 세우며 ‘성 헬레나’가 된다.




입력 2018-02-06 15:38:26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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