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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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수집 통해 우리시대 정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1-02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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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인 수집 통해 우리시대 정리
    “이름과 사인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죠.”

    옛 잡동사니 수집가로 잘 알려진 채창운씨(57)가 이번에는 사인 수집가로 변신했다. 채씨는 자신이 평생 동안 수집한 옛 전화기와 라디오, TV, 수석, 신문 등 수천점의 개인소장품을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박물관에 전시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사인 수집가로 나선 것은 2003년 1월, 벌써 1년 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모은 사인만 750점. A4용지에 큼지막하게 받은 사인은 전직 대통령들과 정·관계, 언론계, 문화계 인사와 연예인들까지 두루 섞여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은 그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당시인 1962년 3월20일 한 경제 관료에게 보낸 문서에 쓴 것으로 청계천 고서적상에서 구한 것이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사인은 채씨가 직접 전직 대통령의 집을 찾아가 받아냈다. 월드컵 영웅 히딩크 사인부터 보아, 이효리 등 젊은 연예인의 사인까지 있으며,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이 그려진 사인을 비롯한 각 신문사 화백들의 그림 사인들은 보기에도 일품이다. 그의 사인 수집은 유명인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화부를 뒤져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사인도 수집한다. ‘이무기’, ‘배신자’, ‘주전자’, ‘인민군’, ‘노숙자’, ‘송충이’ 등.

    그가 가장 힘들 때는 그의 수집행위를 ‘돈벌이’로 치부하고 사인을 거부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나 사인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다.

    지난 35년간 동아일보를 각 분야별로 정리해온 그는 “사인을 받느라 신문 스크랩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걱정이지만 앞으로 1000명을 채워 박물관에 이들의 사인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일산의 박물관 ‘그때를 아십니까’를 폐쇄한 김씨는 올 5월쯤 용인에 ‘둥지박물관’을 새로 만들고, 그가 모은 사인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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