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

특집 | 꽉 막힌 국회

이 많은 법안을 어이할꼬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법안 6000건…민생법안 시급히 처리해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7-17 17:28:3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의욕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7월 10일 기준으로 20대 의원들이 발의, 국회에 접수한 법안은 6994건에 이른다. 의원당 평균 23건을 발의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상임위) 논의를 거쳐 처리된 건수는 7분의 1 수준인 966건에 불과하다. 7건 가운데 6건은 상임위에서 논의될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신생아에 비유할 수 있다. 다수 법안이 국회에서 제때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의원들이 법안 출산에만 관심을 보일 뿐, 정작 자신이 제출한 법안의 양육에 도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6000건 넘는 법안 가운데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이른바 민생법안도 적잖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여야 기 싸움에 볼모로 잡혀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대표 법안 몇 개를 살펴봤다(표 참조).



    출퇴근 시 사고 산재 인정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헌재)는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일반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고 있다”며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출퇴근길에 사고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지만, 일반 근로자가 사업주가 제공한 통근버스 외 다른 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는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헌재 결정 이후 의원들은 산재보상법 개정을 위해 개정안 4건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6월 22일 이들 산재보험 관련 법안 4건을 통합한 법을 통과시켰다. 고용노동부는 출퇴근 시 재해를 입는 근로자 수가 연간 9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현행법의 대체 입법은 헌재 결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 이후 전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 탓에 7월 12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산재보상법을 처리하지 못해 9월 정기국회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 내년 1월 1일 법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산재보험 집행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외계층 배려

    지난해 11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강창일, 김정우, 정성호 의원과 국민의당 주승용, 장병완, 이용호, 장정숙 의원, 그리고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 무소속 서영교 의원은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야 의원들이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 현행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한국장학재단법)은 학자금 지원 외에는 소득분위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완화해 인재육성 프로그램 참여와 기숙사 입주 때도 저소득층에게 좀 더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다. 또한 대학교 밖에 건립하는 기숙사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대신 좀 더 저렴한 교육용 전기요금을 적용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3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약관으로 다뤄도 될 전기요금을 법률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사적 자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여전히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2월 23일 8건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합쳐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제작사 등의 품질보증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반복적으로 하자가 발생한 자동차는 중재 절차를 거쳐 교환이나 환불할 수 있도록 하고, 중고자동차의 성능과 상태를 점검하는 자에게 점검 내용을 보증하는 보험 가입 의무화 등도 담았다. 모두가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다. 국토위를 통과한 이 법안 역시 현재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토위에는 또한 간접흡연을 층간소음과 유사하게 보고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토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도 제출돼 있다. 이 법안은 층간소음을 위아래층은 물론, 대각선에 위치한 가구 간 소음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밖에도 공공임대주택의 임차권을 불법으로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제한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동주택관리법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아직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난폭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도박 등 사행행위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유해약물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규정을 강화한 청소년보호법,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형 감경 및 공소시효를 배제함으로써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법안, 또한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