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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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홍명보號 최우선 과제는 수비 전술 전면 재검토 

[위클리 해축] 윙백 오버래핑 후 비는 측면 배후 공간, 상대의 빠른 역습에 공략당해

  •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입력2026-05-03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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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뉴시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뉴시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래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다만 현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아시아 무대를 여유 있게 통과한 기세는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꺾였다. 전술적 한계와 코칭스태프 내부의 역할 논란까지 겹치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다가오는 본선 조별리그 A조에서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격돌해야 하는 대표팀의 현주소와 남은 기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짚어봤다.

    ​한국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에서 6승 4무(승점 22)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조 1위를 기록하며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요르단, 이라크 등 까다로운 중동 팀의 추격을 뿌리치고 거둔 성과였다.

    손흥민 활약에도 팀 조직력이 못 따라가

    한국 축구 대표팀이 3월 28일(현지 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0-4로 패했다.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이 3월 28일(현지 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0-4로 패했다. 뉴시스

    ​문제는 3월 본선을 대비한 최종 모의고사인 유럽 원정 평가전이었다. 총평하자면 그야말로 홍명보호의 민낯을 보여준 참담한 경기였다. 대표팀은 코트디부아르전 0-4 대패에 이어 오스트리아전 0-1 패배까지 180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모두 합쳐 5실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대표팀의 ‘자동문 수비’는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4월 발표된 FIFA 랭킹에서 한국은 기존 22위에서 25위로 3계단 하락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 이후 최저 순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발표한 ‘파워 랭킹’에선 월드컵 출전 48개국 중 44위라는 굴욕적인 순위를 받았다. 가디언은 한국의 순위 하락 이유로 에이스의 부진과 스리백 수비 시스템의 문제점, 그리고 홍 감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정확히 꼬집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해외에선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여전히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 폭스 스포츠는 한국을 파워 랭킹 전체 20위(아시아 2위)로 평가하고 “언제든 이변을 연출할 수 있는, 절대 무시 못 할 다크호스”로 분류했다.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도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있다고 봤다.  

    한국 축구를 향한 기대감의 중심에는 의심의 여지없는 ‘에이스 트리오’ 손흥민(LA 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있다. 특히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는 주장 손흥민의 투혼은 눈물겹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긴 그는 뛰어난 전술 안목을 바탕으로 완벽한 플레이메이커로 진화했다. 단일 경기 4도움을 포함해 리그 어시스트 선두를 달리며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 코번트리 시티에서 리그 우승을 경험한 양민혁과 스토크 시티의 완벽한 에이스로 거듭난 배준호, 튀르키예 무대에서 부활을 알린 스트라이커 오현규 등 젊은 유럽파 신성들의 폭발적인 성장도 눈에 띈다. 



    현시점 홍명보호의 문제는 이처럼 화려한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팀 조직력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축구 전문가들은 대표팀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수비 전술의 전면 재검토를 꼽는다. 홍명보 감독은 후방 안정과 적극적인 역습을 도모하고자 스리백(3-4-2-1) 포메이션을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홍 감독의 전술은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윙백이 오버래핑으로 전진한 뒤 발생하는 측면 배후 공간이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공략당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전 당시 결승골 실점도 페널티 박스에 밀집한 중앙 수비수 3명이 하프스페이스로 들어오는 컷백 사각지대를 놓친 탓이었다. 백3든, 백4든 상대 공격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치밀한 수비 전술이 필요하다.

    ‘죽음의 혼전’ 전망 A조

    중원 사령관 황인범이 결장했을 때 드러난 한계도 뚜렷하다. 압박을 풀어낼 조직적인 부분 전술 없이 손흥민, 이강인 등의 기량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확실한 플랜 B를 구축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한국이 속한 A조는 압도적인 우승 후보가 없는 ‘죽음의 혼전 조’로 꼽힌다. 1차전 상대인 체코는 막강한 피지컬과 함께 ‘빈틈없는 중앙 블록’으로 불리는 밀집 수비를 자랑한다. 한국은 체코의 ‘높이’와 맞붙기보다 빠르고 창의적인 침투 패스로 공간을 허물어야 한다.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 될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은 현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변화무쌍한 스위칭 전술을 견뎌내야 하는 최대 고비다.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에선 코트디부아르전 참패를 교훈 삼아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 넘치는 역습을 철저히 막는 실리 축구가 요구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환경 적응을 월드컵 16강 진출의 핵심 키로 내세웠다. 대표팀은 5월 16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고, 18일 선발대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해발 약 1460m)로 출국해 2주간 고지대 맞춤형 사전 캠프를 진행한다. 해당 지역은 한국의 조별리그 1·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해발 1500m)와 고도 및 시차가 완벽히 일치하는 최적의 장소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표팀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의 과학적인 고지대 적응 훈련은 물론, 전술을 쇄신하고 확실한 플랜 B도 갖춰야 한다. 5000만 축구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는 홍명보호가 두 달 뒤 북중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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