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30개 팀 중 단 8개 팀만 초대받는 ‘승자들의 잔치’다. 양 리그 동·중·서부조 1위 팀과 1위를 제외한 각 리그 최고 승률팀이 와일드카드를 획득, 디비전시리즈·챔피언십시리즈를 거쳐 대망의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여름 내내 세계 최고 선수들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며 162게임을 치르는 까닭이 모두 포스트시즌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난주에는 90년대 최고 팀이라 불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일찌감치 중부지구 1위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3대 0으로 누르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파트너를 고르고 있다. 누가 진정한 강자인지 가리는 진검승부의 세계, 2001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10배 재미있게 보기 위한 포인트를 알아보자.
리바이벌과 신상품의 동시 출격

뭐니뭐니 해도 메이저리그 가을잔치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인 특급 잠수함 김병현의 활약상이다. 이미 세인트루이스와의 적지 승부(10월13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역사에 남을 첫 세이브를 거둔 김병현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상승세를 타느냐는 것. 13일 경기에서 김병현은 얼어 있었다. 구위 역시 들쭉날쭉해 평상시 그의 모습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 그러나 김병현은 맥과이어를 병살타구로 처리하며 애리조나의 5대 3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마운드에서 일궈낸 쾌거다.
그러나 풀타임 리거 3년차의 과감함도 좋지만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것도 사실. 한국 팬들은 앞으로도 주요 승부처에서 김병현 대 각 팀 슬러거들과의 승부를 연이어 보게 된다. 세인트루이스를 격파한 애리조나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서 애틀랜타와 맞붙는다. 현재 애틀랜타의 마무리는 팔꿈치 부상 이후 마무리를 맡고 있는 백전노장 존 스몰츠. 이들의 맞대결을 지켜보는 것 역시 올 포스트시즌에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일 것이다.
특히 애틀랜타의 수장 바비 콕스 감독이 김병현에게 잊을 수 없는 수모를 안겨준 인물이라는 사실도 기억해둘 만하다. 지난해 올스타전 내셔널리그팀 감독인 바비 콕스가 전반기 놀라운 활약을 보인 김병현을 놓고 ‘직접 등판 경기를 보지 못했다’며 올스타전 추천투수에서 제외한 것. 이제 빚을 갚을 때가 왔다.
야구 천재 이치로의 행보

현재 ‘빅맥’ 마크 맥과이어를 제치고 세인트루이스의 4번 타자를 꿰찬 앨버트 푸홀스도 내셔널리그 신인왕 등극이 확실하다. 세인트루이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역시 MVP 투표용지를 받은 야구기자단의 머릿속이 다소 복잡해질 게 틀림없다.
우승반지는 누구의 손에

한편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획득 팀끼리의 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될지도 관심거리다. 내셔널리그는 맥과이어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아메리칸리그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각각 와일드카드를 따내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이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와일드카드제가 실시된 뒤 최초로 우승한 팀은 지난 97년의 플로리다 머린스. 당시 케빈 브라운(현 LA다저스)을 앞세워 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바 있다. 와일드카드 획득 팀끼리의 월드시리즈 맞대결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시카고와 미네소타의 초반 돌풍,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출장을 달성한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영원한 3할타자 토니 귄(샌디에이고)의 은퇴, 테러 여파로 인한 시즌 중단 등 갖가지 소식으로 가득했던 2001시즌이 대망의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리그 뉴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 김병현 세이브 달성’이기를 바라는 것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