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 보이게 하기 위한 간판들로 뒤덮인 서울 종로.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물음표는 쉽게 던져도 답을 구하기는 어렵다. ‘간판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도 만들어볼까?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엔 독특한 이름의 소위원회가 있다. 이름 하여 ‘간판소위’. 국회에서 다루기엔 ‘간판’은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4월 꾸려진 간판소위의 ‘간판’(소위 위원장)은 이계진 의원(한나라당).
“간판에 문화와 예술성을 수혈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간판 문화만은 꼭 바꿔보려고 해요.”
간판은 도시의 얼굴. 그는 한껏 화려하게 장식한 얼굴 대신 우아하게 단장한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판의 크기나 개수는 매출과 무관하다. 오히려 작고 예쁜 간판을 달아야 매출이 늘어난단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간판 이야기’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를 연 뒤, 짬 나는 대로 간판 문제에 천착했다. 올 3월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간판 선진국’을 둘러보았다. 문광위 공식 기구인 간판소위가 꾸려진 건 4월.
아름다운 간판 위한 새 간판법 발의 계획
간판 역사가 오랜 서구의 도시들은 간판과 도시환경을 조화롭게 공존시킨다. ‘그림 같은’ 서구의 간판은 ‘들어오라!’고 유혹한다. 디자이너들은 ‘좋은 간판은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간판’이라고 말한다. 잘 보이려고 모두 크게만 만들다 보니 아무 간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간판 문화 개선은 위로부터의 규제로는 안 됩니다. 업주 분들의 처지에선 크고 현란한 간판이 ‘먹고살기’ 위한 생업의 몸부림이겠지만, 큰 간판을 달아야 장사가 잘된다는 건 ‘오해’라는 것을 이해시켜 드려야 합니다. 물론 작고 아름답다는 게 획일적 기준이 되어선 안 됩니다. 지역이나 거리의 특성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와요. 기본적으로 눈을 어지럽히지 않는 작고 아름다운 간판을 지향하면서도, 거리나 지역 상품의 특성을 반영하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간판이 도시의 얼굴이 되어야 해요.”
그는 조만간 ‘아름다운 간판을 위한’ 새 간판법을 발의할 요량이다. 문광부와의 조율도 마무리 단계다. 그는 규제는 필연적으로 탈법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수십 개 법령에 얽혀 있는 규제는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것. ‘규제 마인드’가 아니라 ‘문화 마인드’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간판은 문화입니다.”
간판을 규제하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현재 행정자치부 소관이다. 하지만 그는 간판은 문화관광부에서 관리하는 게 낫다고 오영교 행자부 장관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의원을 하는 동안 간판 문제를 미뤄놓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 눈에 보이는 결실은 10년은 지나야 나올 거란다.
“크게! 많게! 튀게!를 강조하기보다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간판을 세웁시다. 돋보이는 간판이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간판을 세우면 도시와 상인 모두가 빛을 볼 수 있습니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