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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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좋아서 ‘돈 안 쓰는’ 사람이 부자 된다

[돈의 심리] 비싼 차, 여행, 명품보다 돈 자체를 모으는 걸 선호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11-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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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백만장자 마인드’에는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부족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GETTYIMAGES

    책 ‘백만장자 마인드’에는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부족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GETTYIMAGES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자기계발서 ‘백만장자 마인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은 돈이 많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많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돈을 바라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것, 이게 돈이 부족한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려면 정말로 돈을 좋아하고 돈이 많기를 바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삶에서 돈 말고 다른 것에 가중치를 두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통은 돈을 좋아하지 않나.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다시 곱씹어보니 이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사람은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다.

    만두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만두를 좋아하는 A와 B가 있다고 해보자. A는 평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만두”라고 답한다. 식당에 만두 메뉴가 있으면 주로 만두를 주문한다. 냉면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찐만두를 시키고, 일본 라멘집에서도 교자만두를 추가해 먹는다. 매일 만두만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만두를 주문한다. 어제 만두를 먹었어도 오늘 만두를 먹을 수 있고, 점심에 만두를 먹었어도 저녁에 만두를 먹는 게 문제가 안 된다. 이러면 A는 정말 만두를 좋아하는 것이다.

    B도 만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음식점에서 실제로 주문하는 메뉴는 만두가 아니다. 만두가 메뉴에 있어도 만두를 주문하는 경우가 드물다. 어제 만두를 먹었는데, 오늘도 만두를 먹는 것은 곤란하다. 점심으로 만두를 먹고 저녁에도 또 먹는 일은 잘 없다. 만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많이 먹지는 않는다. 

    A는 분명 만두를 좋아한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 A와 자주 밥을 먹는 사람들도 A가 만두를 좋아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B는 다르다. B 본인은 만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A 입장에서 보면 B는 만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어제 먹었다고 오늘은 먹고 싶지 않다는데, 그것을 어떻게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B와 자주 식사하는 사람들도 B가 만두를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B가 “나는 만두를 좋아해”라고 하면 “그래? 몰랐어”라고 대답할 것이다. 평소 B가 만두를 먹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사조 중 하나로 ‘행태주의’가 있다. 무언가를 판단할 때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살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행동이 어떤 사람의 본심에 가깝다. 말로 사람을 판단하면 오류에 빠진다. A와 B는 모두 만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행태주의에서는 이것만 듣고 “두 사람이 모두 만두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보지 않는다. A는 만두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만두를 자주 먹으니 만두를 좋아하는 게 맞다. 반면 B는 말로는 만두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만두를 자주 먹지 않으니 만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 C라는 인물이 있고, 평소 그는 만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만두를 자주 먹는다고 해보자. 그러면 행태주의에서는 C가 만두를 좋아한다고 판단한다. 

    돈, 안 쓰고 모아야 좋아하는 것

    돈을 원한다고,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겉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마음속으로 돈이 많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정말로 돈을 바라는 것일까.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는 상관없다. 실제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돈과 자동차 가운데 돈을 더 좋아한다고 하면 자동차보다 돈을 택하는 것이 맞다. 자동차를 사지 않고 통장에 돈을 넣어둬야 한다. 차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겠지만, 이때도 가진 돈을 전부 들여서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돈보다 싼 차를 사야 한다. 돈을 좋아하는데, 빚을 내 자동차를 산다거나 할부로 차를 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건 돈보다 값비싼 차를 더 좋아할 때 하는 일이다. 

    돈과 여행 가운데 돈을 더 좋아하면 여행 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여행을 더 좋아해야 돈을 들여 여행을 간다. 돈과 고급 레스토랑 가운데 돈을 더 좋아하면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돈보다 비싼 음식을 더 좋아해야 자주 가게 된다.

    돈을 좋아한다고 해서 차도 안 사고, 여행도 안 가고, 맛있는 음식도 안 먹고 돈만 모으는 건 아니다. 만두를 좋아한다고 해서 하루 세 끼 만두만 먹는 건 아니다. 다른 음식도 먹지만 그래도 만두를 선택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을 뿐이다. 돈을 좋아한다고 해서 돈을 하나도 안 쓰고 모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만두 말고 된장찌개나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있듯이, 차도 살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돈을 좋아한다면 그것들에 자기가 가진 돈 대부분을 써버리지는 않는다. 일단은 돈을 모으고, 돈이 불어나는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일에도 돈을 지출할 것이다. 최소한 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차를 사고 여행을 다니느라 돈이 없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돈이 많기를 바랄까. 행태주의 관점에서 돈이 많기를 바란다면 돈과 지출 가운데 돈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돈과 지출 가운데 지출을 택한다. 이 경우 정말로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돈보다 자동차, 여행이 더 좋은 것이다. 돈보다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이 좋고, 몸이 편한 게 좋은 것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좋아하면서 왜 돈이 부족하느냐고 한탄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돈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돈이 많을 수는 없지 않은가. 평소 돈을 좋아하고 다른 것보다 돈을 택해왔다면 분명 돈이 어느 정도 있을 테다. 이런 점에서 ‘백만장자 마인드’ 속 구절은 일리가 있다.

    그럼 돈을 좋아하면 돈이 많아지고, 그래서 큰 부자가 되는 것까지 가능할까. 그건 얘기가 좀 다른 것 같다. 돈을 좋아하면 돈은 많아진다. 그러나 부자가 될 정도까지는 아니다. 큰 부자가 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렇게 되는 경우는 없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는 건 중산층의 지표는 될 수 있어도 부자의 지표는 아니다. 정말 돈을 좋아해도 큰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대체 무엇을 좋아해야 할까. 한국 부자들을 보자. 그들이 현금, 즉 돈이 많아서 부자가 됐나. 아니다. 한국 부자들은 주식, 부동산, 사업체를 가지고 있어서 부자가 된 것이다. 현금 부자는 주식과 부동산이 많으면서 현금도 많은 것이지, 주식과 부동산은 하나도 없으면서 현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최소한 부자 중에는 없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이유는 현금이 많아서가 아니다. 테슬라와 MS 주식을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부자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다. 주식과 부동산이 많은 사람이다. 이들이 주식보다 돈을 더 좋아했다면 일찍이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주식을 돈으로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있는 돈을 더 써서 주식을 보유하려 했다. 다시 말해 돈보다 주식, 부동산을 더 좋아한 사람들이다. 

    큰 부자는 ‘돈<투자재’ 선호

    큰 부자가 되려면 돈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 주식과 부동산을 더 좋아해야 한다. 돈보다 주식과 부동산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큰 부자가 되고, 주식과 부동산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돈은 있지만 부자가 되지는 못한다. 만약 돈보다 자동차, 여행, 비싼 음식, 명품 등 소비재를 더 좋아한다면? 그럼 부자는 당연히 될 수 없고 돈도 없을 테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기를 만드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 큰 부자가 되는 데 어떤 선호가 필요한지 정리하면 이렇다. 일반 상품, 즉 소비재보다 돈을 더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모인다. 그렇다고 돈만 좋아해서는 안 된다. 그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 같은 투자재를 사야 한다. 주식 같은 투자재보다 돈을 더 좋아하면 부자가 될 일은 없다. 다시 말해 선호하는 순서가 ‘소비재<돈<투자재’가 돼야 한다. 이런 선호 체계를 가지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소비재인지, 돈인지, 아니면 투자재인지 돌아보자. 그러면 자기가 어디쯤 서 있는지 파악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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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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