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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해외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현지에서 부과되는 원천징수세, 둘째는 국내 배당소득세다. 예를 들어 미국주식에 투자하면 미국 정부는 현지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15%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이 경우 현지 세율이 국내 배당소득세율(14%)보다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추가로 과세하지 않는다.
정부 “과거 선환급 방식 지나친 혜택”
그런데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해당 계좌 수익을 연금으로 인출할 때 3.3~5.5%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이 경우 미국 현지에 15% 배당소득세를 이미 납부했는데도 한국에서 연금소득세를 추가로 내게 돼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분리과세(9.9%)를 적용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까지는 해외 원천징수세액을 선환급한 후 국내 세제를 반영하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2021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이러한 선환급 방식을 없애기로 했고 해당 법률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변화에 대해 “과거 선환급 방식이 지나친 혜택이었고, 과세 공평성을 위해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고 선환급 방식만 없앤 채로 법을 시행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2021년 관련법이 개정됐으니 이중과세 이슈에 대응할 준비 기간이 최소 3년 넘게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퇴직연금 사업자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고, 2025년 이후 연금을 수령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세법 개정안 문답자료를 보면 개정 이유로 ‘절차 간소화, 납세 편의 제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선환급 절차를 없애면서 절차가 간소해진 주체는 정부뿐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중 납부된 세금을 환급받기 위한 절차를 추가해야 하니 ‘절차 복잡화, 납세 불편 제고’ 개정인 것이다. 또 해당 문답자료에는 “금융투자소득세제 도입에 따른 펀드 과세 시스템 전면 개편 시기 고려, 금융투자소득에 맞추어 시행”이라고 해당 시행 시기를 명시해놓았다. 그런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됐음에도 선환급제 폐지는 아무런 설명 없이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일반계좌를 운용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절세 계좌다. 특히 ISA, 연금저축, IRP의 경우 기존에 적용되던 해외 배당소득 선환급 절차가 사라지면서 세금이 대폭 증가하게 됐다. 예를 들어 ISA 계좌에서 미국주식 배당소득 100만 원이 발생한 경우 과거에는 미국에서 원천징수된 배당소득세(15만 원)가 국내에서 선환급됐다. 이때 ISA 계좌는 투자수익 200만 원까지 비과세라서 배당소득 100만 원에 대해 세금이 0원으로 계산됐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에서 납부한 15만 원이 그대로 최종 세금이 된다.
또 과거 ISA 계좌에서 미국주식 배당소득이 500만 원이고 다른 종목 손실이 200만 원인 경우 배당소득 500만 원에서 손실 200만 원을 차감한 300만 원에 대해 200만 원 비과세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과세대상 금액은 100만 원으로 확정되고, 여기에 분리과세 9.9%를 적용한 9만9000원이 최종 세금이었다. 하지만 개정된 세법에서는 배당소득 500만 원에 대한 미국 원천징수세액 75만 원을 선환급해주지 않으니 최소 75만 원 넘는 세금이 발생한다. 법안 개정 전 9만9000원 대비 7배가 넘는 금액이다.
최소 6월까지는 이중과세 지속 예정
2월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ISA 이중과세 상황을 개선하고자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7월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연금저축과 IRP는 법 개정이 필요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한동안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절세 계좌를 통해 배당주 위주로 노후 생활비 마련을 계획했던 사람은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15% 배당소득세가 발생해 노후 생활비가 15%까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이 큰 ETF 위주의 포트폴리오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적극 활용해 특정 국가나 특정 자산에 집중되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자산배분은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