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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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척척 붙고 일본 IT 기업이 모셔가는 영진전문대의 비결은?

국내외 기업 1000곳과 ‘주문식 교육’ 협약 맺고 실무형 인재 양성… 매년 500명 대기업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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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1-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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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영진전문대 캠퍼스 전경. [영진전문대 제공]

    대구 영진전문대 캠퍼스 전경. [영진전문대 제공]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커리큘럼에는 반도체 팹(생산 공장) 실습 등 실무 교육이 포함돼 있습니다. 실습 때 보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면접에서 전체 공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K하이닉스 낸드인스펙션팀 소속 류강민 씨(24)는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비결을 묻는 ‘주간동아’ 기자에게 이 같은 취업 후기를 들려줬다. 영진전문대를 졸업하고 일본 소프트뱅크 솔루션개발팀에서 일하는 박시연 씨(26)는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대학 진학을 앞뒀을 때 영진전문대의 해외 취업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에 4년제 대학 대신 영진전문대 웹데이터베이스학과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 그만두고 ‘유턴’하기도…

    대구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에 재학 중인 한 학생(가운데)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실습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대구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에 재학 중인 한 학생(가운데)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실습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교육부가 1월 6일 공시한 대학정보에 따르면 영진전문대의 취업률은 75.2%에 달한다. 2021년 영진전문대 졸업생 3263명(취업대상자 2872명) 가운데 2159명이 구직에 성공하며 전국 전문대 중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전문대 평균 취업률은 71.3%,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은 64.1%다. 전체 청년 취업률이 40%대에 불과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전문대로서는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다. 특히 영진전문대 졸업생 중에는 대기업과 해외 기업에 입사한 이의 비중이 높아 눈길을 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및 건강보험 가입 내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대기업 및 해외 기업에 취업한 영진전문대 졸업생은 총 2307명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 206명, LG화학 등 LG 계열사에 232명, SK하이닉스 등 SK 계열사에 271명이 입사했고 현대·롯데·한화·POSCO 등 기타 대기업에 1049명이 들어갔다. 일본, 호주 등 해외 기업에 취업한 인원도 549명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기업 채용이 얼어붙고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강화된 기간임에도 탁월한 취업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30년 주문식 교육, 높은 취업률로 결실

    영진전문대의 높은 취업률은 이공계에서 두드러진다. 영진전문대는 컴퓨터정보계열, AI융합기계계열, 반도체전자계열, 신재생에너지전기계열을 대표 계열로 두고 전문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네 가지 계열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하는 학과로 구성돼 있으며 각 계열은 매년 80% 넘는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영진전문대로 재진학을 결정하거나, 마이스터고 등 고교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대기업 입사를 위해 영진전문대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유턴’ 입학생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영진전문대가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요인 중 하나로 ‘주문식 교육’이 꼽힌다. 1994년 영진전문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주문식 교육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최근에는 대학이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영진전문대는 3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교육 제도를 운영해왔다. 각 계열 및 학과의 커리큘럼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졸업 후 곧장 현장에 투입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6월 21일 SK실트론과 영진전문대가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지난해 6월 21일 SK실트론과 영진전문대가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현재 영진전문대는 국내 847개 기업과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각 계열 및 학과의 성적 우수생을 중심으로 전문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반도체전자계열 내 ‘SK하이닉스반’이다. SK하이닉스 출신 교수진이 해당 반을 지도하며 SK하이닉스 맞춤형 실무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지난해 6월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실리콘웨이퍼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SK실트론이 신재생에너지전기계열과 주문식 교육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9월부터 SK실트론 인턴십, 특강 등이 포함된 ‘SK실트론반’이 개설됐다.

    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생들이 일본 기업의 온라인 설명회를 듣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생들이 일본 기업의 온라인 설명회를 듣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국내뿐 아니라 해외 136개 기업과도 주문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정보계열 내 ‘일본IT과’는 영진전문대 졸업생의 주요 취업국인 일본의 인재 수요에 맞는 교육을 위해 2007년 전문반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정규 학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까지 일본IT과를 졸업한 526명 학생 전원(누적 기준)이 일본 내 정보기술(IT)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여기에는 일본 글로벌 IT 기업 소프트뱅크 30명, 라쿠텐 15명, 제이콤(J:COM) 11명, NHN 재팬 8명, 야후 재팬 3명 등이 포함됐다. 이는 국내 대학 단일 학과 중 가장 높은 일본 취업률이다.

    일본 IT 기업의 영진전문대생 ‘모셔가기’

    영진전문대 학생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위한 일본 IT 기업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최대 규모 클라우드·솔루션 및 IT 인프라 구축 기업 ‘ISFnet’이 그 예다. 지난해 7월 와타나베 유키요시 ISFnet 회장은 영진전문대를 방문해 일본IT과 재학생들과 만나 “우리 회사에서 여러분 선배 65명이 일하는데 성실하고 우수하다”며 “우리와 함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와타나베 회장은 2017년에도 영진전문대를 직접 찾아 ‘ISFnet반’ 개설을 논의했고 2019년부터 4년간 영진전문대생 65명을 채용했다. 이날 와타나베 회장은 ISFnet반을 위해 영진전문대에 장학금 2000만 원(누적 9000만 원)을 전달했다.

    영진전문대는 향후 주문식 교육의 세계화에 힘쓸 방침이다.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은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주문식 교육은 국내 직업교육의 전형이 됐고 산학이 공동으로 발전하는 창조적 인재 양성의 길을 열었다”며 “한국에서 태동한 주문식 교육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국제 연계 주문식 교육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진전문대는 일본 도쿄에 주문식 교육 관련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현지 IT, 기계, 전자 분야 기업과 주문식 교육 협의회를 발족했다. 최 총장은 이어 “향후 중국, 미국, 유럽까지 해외 사무소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문식 교육의 세계화, 글로벌화를 통해 영진전문대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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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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