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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뒤 노령연금 수령자 35%, 38년 뒤 연금 고갈로 보험료 3배 치솟아
“20년 동안 보험료 2배 올리지 않으면 제도 존속 불가능”
10개월 논의에도 합의 실패, 내년 총선 앞두고 제도 개선 難望
[GettyImages]
일견 사기를 노리는 허위 투자 매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내용은 국민연금 이야기다. 올해 초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에 20년간 가입해 노후에 20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납부액의 최소 1.4배에서 최대 3배까지 이익이 난다고 밝혔다. 게다가 연금 재정이 파탄나지 않는다면 연금이 미지급되거나 덜 지급될 일도 없다.
그러나 젊은 층은 그 최악을 걱정한다. 일하는 인구는 줄고 국민연금 수령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 국민연금 재정 고갈은 예견된 미래다. 국민연금공단도 이를 알고는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올해 초 재정추계에 따르면 지금처럼 가면 2041년 국민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뒤 2057년이면 전부 고갈된다. 게다가 기금이 고갈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는 자료가 없다.
기금 고갈돼도 문제없다고?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국민연금 개편안은 보험료 추가 부담 없이 ‘기초연금을 더 받을 것이냐’,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더 내고 수령액을 높일 것이냐’로 나뉜다. [뉴스1]
보험료율 대비 소득대체율은 한국이 높은 편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각각 9%, 40%이다. 매달 소득의 9%를 내면 65세를 전후해 자신이 평생 받아온 평균 급여의 40%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보험료율에 비해 소득대체율이 4배가량 높다. 독일은 보험료율 18.7%, 소득대체율 48%로 한국보다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내고 조금 더 받아가는 구조다. 핀란드는 소득대체율이 60%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그만큼 보험료율도 24%로 높다.
고갈되면 3배는 내야 유지할 수 있다니
국민연금공단이 희망찬 미래를 말하지만, 다른 기관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른 미래를 가리킨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7월 11일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한 국민연금 제도적 지속가능성 고찰’이라는 논문을 보건사회연구원 간행물인 ‘보건사회연구’에 실었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연금수리균형보험료율’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대비 수혜액의 비율(수익비)이 1 이상이 돼야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데, 연금수리균형보험료율은 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율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고려할 경우 수익비 1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이 17.1~22.2%까지 올라야 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이 정도를 내야 손해 없는 연금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연구진은 재정추계대로 2057년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 이후의 보험료율도 계산했다. 기금이 고갈되면 필요한 연금액을 계산해 가입자에게 부과하게 된다. 이를 통상 부과식 연금이라고 부른다. 독일, 핀란드 등 선진국은 대부분 이미 연금을 부과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부과식으로 바뀔 경우 수익비 1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율은 33.2%에 달한다. 현재 보험료는 소득의 9%. 기금 고갈 뒤에도 연금이 지금처럼 지급되려면 현재 일하는 세대가 부담액을 3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논문은 ‘부과방식으로 바뀌면 보험료율이 높아져 제도적 지속가능성이 사라진다. 제도 지속을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최소 17% 이상으로 향후 20년간 인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부과방식비용률은 보험료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부과방식비용률은 부과방식제도 하에서 보험료 부과 대상의 소득 총액 대비 급여 지출 비율을 의미한다. 기금 소진 시점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기금소진년도에 부과방식으로 바로 전환했을 때 비율이 30% 넘게 오르는 것이다. 공적연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책 없이 기금의 소진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금 소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연금개혁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행 유지 1안, 소득대체율 45%에 보험료 12%의 2안, 소득대체율 40%에 보험료 10%의 3안이 나왔다. 3안은 현안과 소득대체율이 같은데 보험료만 올린 것이다. 보험료를 1% 올리면 기금 소진이 2060년으로 늦춰진다.
‘말’로만 대책, 젊은 세대 걱정 커진다
문제는 이 논의에만 10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연금개혁 관련 사회적 합의를 맡고 있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8월 30일 마지막 표결을 거쳤다. 다수안은 소득대체율 45%에 보험료 12%였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 논의 결과를 가지고 국회가 국민연금법 개정을 거쳐야 비로소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연금 관련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올해 안에 국민연금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이 있으니, 연금개혁 같은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는 인구 구조 때문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베이비붐 세대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의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합계출산율(올해 기준 0.98)도 현저히 낮고, 평균 수명도 계속 올라 한 세대(30년)를 거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공단 집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해 2182만 명에서 올해 2187만 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뒤, 근로연령인구 감소에 따라 점차 줄어들게 된다. 반면 국민연금 수령자인 고령자 수는 지난해 367만 명에서 2063년 1558만 명까지 줄곧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라도 소득 수준이 높으면 노령연금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대비 노령연금 수급률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추계에 따르면 이 수급률이 2070년 84.4%까지 상승한다.
50년 뒤에는 모셔야 할 고령자가 많고 그들의 경제적 여력 또한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0년 뒤 노인이 지금의 노인보다 가난한 이유는 돈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 노령연금 수급률이 올라가는 동안 실질경제성장률은 3.0%에서 0.5%로 떨어진다. 실질임금상승률도 2.1%에서 1.8%로 감소한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1.9%에서 2.0%로 오른다. 이전 세대보다 덜 벌고, 물가는 더 오르니 부를 축적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20년 뒤 연금 수령 세대는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이 있어 노령연금을 받지 않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사회초년생부터는 퇴직까지 부동산 등 안정적 자산을 형성할 가능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노령연금을 받는 비율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70년은 지금의 초중학생이 3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한 뒤 연금 수령자가 됐을 시기다. 현 국민연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늦게 태어난 세대일수록 그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진다. 국민연금공단의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 예상치(합계출산율 1.05 유지 기준)에 따르면 2060년부터 돈을 버는 세대가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퇴직 세대 부양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
재정추계가 말하지 않는 것들
5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뉴스1]
윤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재정도 예측과 다르게 파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례로 소득대체율을 45%로 인상하고, 국민연금보험료를 5년에 걸쳐 12%로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자. 소득대체율은 당장 적용된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정권이 바뀌면 무산될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소득대체율만 인상되면 국민연금 재정은 그만큼 불안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