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교통·환경 혁신으로 남양주시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조광한 시장. [지호영 기자]
조 시장은 올 7월 수락산 계곡에 또 한 번 변화의 옷을 입혔다. ‘계곡에서 누리는 숲속 해변’이라는 콘셉트로 길이 160m, 폭 4~15m 규모의 모래사장을 조성하고 데크 산책로, 그늘막 등을 설치해 ‘청학비치’를 개장한 것.
전국 최초로 하천과 계곡의 불법 시설을 정리해 하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남양주시의 하천 정비 사업(하천 정원화 사업)은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정부위원회로부터 지방정부 우수정책으로 선정돼 ‘1급 포상’을 받았다. 또한 남양주시는 올해 국토부 교통도시평가에서 종합 전국 1위, 최우수정책상(땡큐버스)을 수상했다. ‘기업하기 좋은 지역’에도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1위에 선정됐으며,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시) 중 최고 등급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지낸 조 시장은 2018년 7월 남양주시장에 당선됐다. 71만 인구의 남양주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 시장을 12월 28일 만났다.
“공유지가 더는 사적 이득 추구 공간이 되지 않아야”
남양주시장에 취임한 후 참 많은 일을 했다.“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으로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면서 일반 시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남양주시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자치행정의 모범을 보여, 그 성공사례가 우리나라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매달려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하천 정비 사업의 성과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그동안 용인해왔던 잘못된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던 과거에는 하천과 계곡의 불법 점거와 영업이 일부 용인될 수도 있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하천과 계곡은 결코 사유재산이 될 수 없기에 불법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관련 업무를 추진할 공무원들에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했고, 바로 철수하라 하기는 어려우니 불법 점거하고 영업하던 분들에게 1년간의 계도기간을 줬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충분히 계도하면서 흐지부지 끝날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추진 과정에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가장 고생한 분들이 담당 업무를 맡아 시행한 공무원들이다. 취임 후 그분들과 개천이 잘 정비된 곤지암 리조트에서 워크숍을 하며 ‘우리도 이렇게 만들어서 시민 품으로 돌려주자’고 했는데, 모두가 전적으로 공감하고 최선을 다해줬다. 하천과 계곡 정비 과정에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에는 더욱 강하게 대응하는 한편 16차례 간담회를 열어 지속적으로 그분들을 설득했다. ‘다음 선거 때 표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분들 생각까지야 뭐 어떻게 하겠나. 그저 지금은 우리의 성공 모델이 전국으로 퍼져 공유지가 더는 사익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조광한 시장은 취임 후 2년 동안 남양주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를 까는 일에 집중했다. 정약용도서관과 이석영광장, 열린시청광장, 청년창업센터, 스마트오피스 건설 등으로 공간 혁신을 주도했다. 또한 서울 강남에서 13.8km 떨어져 있음에도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오지처럼 여겨지던 남양주시에 GTX-B 노선을 확정하고, 지하철 9호선 연장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4호선과 8호선의 단절구간을 연결하는 한편, 한 번의 환승으로 남양주시 주요 도심 어디든 갈 수 있는 ‘땡큐버스’를 도입해 시내 교통을 혁신했다. 쾌적한 남양주를 만들기 위해 청학비치로 대표되는 계곡 정비에 나서는 한편, 진건 건폐장(건설폐기물처리장) 개선 등 환경 혁신도 주도했다.
시장 취임 후 추진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했나.
“남양주 시민들의 월 평균 교통비가 50만원에 이른다. 경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우선 이 돈을 아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집 주변에 좋은 공원과 도서관, 문화시설이 있다면 휴식을 취하려 구태여 돈을 들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교통과 공간, 환경 혁신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뒀다. 자치단체장이 경제정책으로 시민의 소득을 올려드릴 수는 없지만 교통비 절감으로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남양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시정의 결과물들은 모두 그런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공간과 환경 혁신 행정은 산에 슬로프를 만들어 젊은 주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도시공원으로 현실화될 예정이고, ‘청소년 외 출입금지’ 팻말이 달린 18세 이하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남양주시만의 차별화된 공간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자급자족 생명산업도시 꿈꾸는 남양주
조광한 시장이 매너캡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남양주시청]
“지금까지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를 그 안에 채우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시민들께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율을 3대 7로 생각하고 있는데 시간은 조금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으려고 한다.”
시장으로서 남양주가 어떤 도시로 기억됐으면 하나.
“지금의 남양주시는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로 인식돼 있는데, 2025년부터는 기업도시, 자급자족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산업 중에서 농업과 메디컬, 코스메틱, 바이오가 중심이 되는 생명산업 벨트 구축을 꿈꾸고 있다.”
조광한 시장은 식사 도중 대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매너캡을 고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너캡은 어떻게 고안하게 된 건가.
“우리 시청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함께 식사를 했던 직원 전부가 전수검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모두 음성이 나와서 다행이었지만 그런 일이 또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우선은 직원들의 안전성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었고 최근 높아지는 가족 간 감염도 막아야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매너캡 착용이 조금 쑥스러울 수 있지만 무방비한 것보다 안전한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음식점에 10만개를 배부했는데 다 나갔다고 해서 추가로 20만개를 더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현재의 일회용 말고 다회용도 제작해 공급할 계획이다.”
조 시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12월 28일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남양주시 직원노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 감사관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4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시작된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갈등이 보복 감사 논란과 감사 거부·중단 사태 등으로 이어진 데 이어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조 시장은 “올해 들어서만 9차례 감사가 있었다”면서 “이재명 도지사가 페이스북에서 ‘불법 행정과 부정부패 청산에는 여야나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다’고 했기에 나 역시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거고, 더욱이 이번에는 직원사찰, 직권남용 등 불법적 요소가 있어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시장은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했다. 한 번 결정하면 목표를 향해 내달려가는 조 시장의 모습은 ‘뚝심행정’이란 네 글자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의 뚝심행정은 남양주의 미래를 기대케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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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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