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줄줄이 참패한 엔씨소프트, 본사 인력 1000여 명 감축

게임 유저 돈 쓰게 만드는 ‘맹독성’ 비즈니스 모델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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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1-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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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가 8월 28일 출시한 게임 ‘호연’ 포스터.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8월 28일 출시한 게임 ‘호연’ 포스터.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라는 큰 회사가 처음으로 서브컬처(subculture) 게임을 만든다고 하니 신작 ‘호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작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출시된 호연을 보니 게임 일러스트 완성도와 ‘게임성’으로 불리는 재미가 모두 떨어졌고, 엔씨소프트 특유의 ‘돈을 내면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할 게 없는’ 게임 스타일을 탈피하지도 못했다. 기존 엔씨소프트 작품의 수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근 출시한 작품들의 성과가 모두 지지부진하자 엔씨소프트가 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게임업계 관계자 A 씨)

    엔씨소프트가 기존 게임 매출 하락과 신작 부진으로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3대 게임 기업으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이 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 부진은 더욱 뼈아프게 됐다. 11월 9일 기자와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 A 씨는 “게임 유저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돈을 쓰게 하는 ‘맹독성’ 비즈니스 모델을 엔씨소프트 임원진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모델은 요즘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며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12년 만에 분기 적자

    엔씨소프트가 분기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이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43억 원으로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165억 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매출은 40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으며 영업비용은 4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반면 넥슨은 기존 게임과 신작 모두 흥행에 성공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넥슨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293억 원, 영업이익 4672억 원을 기록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 등 간판 게임 3종의 매출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7월 2일 출시한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의 흥행도 넥슨 매출을 견인했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3분기 기준 올해 출시된 전 세계 스팀 게임 중 PC(개인용 컴퓨터)와 콘솔 월간 누적 사용자 수 2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넷마블도 올해 신작 게임이 연달아 흥행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넷마블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473억 원, 영업이익은 6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유명 웹툰과 드라마의 IP(지식재산권)를 게임으로 풀어낸 전략이 적중했다. 4월 출시한 ‘아스달연대기: 세 개의 세력’과 5월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대표적이다.

    유튜버도 엔씨소프트 광고는 안 받아

    엔씨소프트는 접속자 수가 적은 신작들의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서버를 줄이고 있다. 6월 27일 선보인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는 출시 5개월 만인 11월 29일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스팀 PC 기준 배틀크러쉬의 일일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출시 초기 2500명대에서 10월 기준 50명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모바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도 올해 8월 28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8월 출시한 신작 ‘호연’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호연은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한국 계정 매출 20위까지 진입했으나 11월 12일 기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과 대만 계정 매출 순위에서도 100위권 밖이다.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도 올해 들어 하락세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W’ 매출은 1분기 828억5700만 원에서 2분기 654억 7200만 원, 3분기 468억6600만 원으로 감소했다. ‘리니지2M’ 매출도 1분기 558억7200만 원에서 3분기 431억4300만 원으로 하락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 실적 부진 원인으로 엔씨소프트가 그간 취해온 ‘리니지식 맹독성’ 비즈니스 모델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유저들의 돈을 받아먹기 위한 맹독성 게임만 출시하다 보니 기업 이미지가 나빠져 유튜버들이 게임 광고를 안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유저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업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연도 맹독성 비즈니스 모델이 지배적일 것 같다는 걱정에 첫 출시부터 끌리지 않았다”거나 “여느 비슷한 게임들과 달리 돈을 내고 ‘궁극기’를 활성화하는 등 호연에는 리니지식 비즈니스 모델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어 반감이 든다”는 게시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엔씨소프트는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을 반등하겠다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된 희망퇴직 신청에서 500명 안팎이 신청을 마쳤다. 희망퇴직자는 근속 기간에 따라 최소 20개월부터 최대 30개월치 월급을 받는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월 4일 열린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분사와 희망퇴직, 프로젝트 정리가 모두 완료되면 본사 인력이 현재 4000명대 중반에서 내년 안에 3000명대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은 회사 구조조정에 대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권고사직이 전사적 이슈로 확대됐고, 본사 조직이 자회사로 분사할 때 직원 개인의 동의서도 받지 않고 있다”며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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