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정부가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에 2031년(첫 입주)까지 신규 주택 2만 채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 불안을 불식하고자 12년 만에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기로 한 것이다. 11월 13일 오후 기자가 만난 서리풀지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인근에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아파트 가격도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그린벨트 내 토지 보상 문제 등 주택 공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정부가 계획한 시일 내에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1월 5일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11월 13일 모습. [임경진 기자]
2031년 신규 주택 2만 채 공급 계획
서리풀지구는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약 2.2㎢(67만 평) 규모다. 해당 지구의 99.9%가 그린벨트로 현재 전답과 비닐하우스, 조경 사업장 등이 들어서 있다. 서리풀지구는 인근에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양재역이 있어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강남권 업무 지구도 가까워 주거 입지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원동 소유 토지에서 50년째 조경 사업을 하고 있는 B 씨는 “신원동은 한국에서 제일 큰 코스트코와 하나로마트를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최근 강남 상권이 양재역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와 살기도 편하다”며 “그린벨트여도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있어 공기가 맑지 않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할 가치가 떨어져 주거 지역으로 개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에 서리풀지구 토지와 인근 아파트 매입 문의도 늘었다. 그린벨트 토지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부동산공인중개사 C 씨는 “그린벨트 해제 후 토지 매입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며 “이번 주에도 그린벨트 해제 발표 직후와 비슷한 정도로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리풀지구로 둘러싸인 ‘서초포레스타7단지’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8~9월 아파트 시장 활황으로 아파트 호가가 높아진 데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면서 “서초포레스타7단지 33평형 호가가 모두 19억 이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33평형의 매매 최고가(2020년 8월 거래)는 15억 원이다.
보상 분쟁 극복이 핵심
11월 13일 서리풀지구에 정부의 그린벨트 토지 수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경진 기자]
다만 토지 보상 관련 분쟁이 길어지면 주택 공급 시기가 늦어져 시장 안정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11월 13일 오후 서리풀지구 곳곳에는 “강제수용 어림없다! LH는 물러가라!―(가칭)서울 서리풀 1지구 주민대책위원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앞에서 만난 신원동 토지 소유주는 “정부가 땅을 사들여 주택을 지었던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정부가 토지 보상가를 높게 쳐주지 않아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나라가 땅을 제값보다 낮은 가격에 사가는 것이 강제 수용이 아니면 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상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보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 같다”면서 “현 토지 시세가 3.3㎡당 500만 원이니 나라에서 3.3㎡당 700만 원은 쳐주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주민 A 씨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하고 2~3일 뒤 집으로 이의신청서가 날아와 주민들이 다들 구구절절하게 이의신청서를 써서 제출하느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아파트에 가까운 땅은 3.3㎡당 1000만 원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사유지가 많은 서리풀지구의 경우 보상을 둘러싼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주택 공급의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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