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격 사주’ 녹취 파문, 尹-韓 갈등 새 뇌관 김대남

건설사→팬클럽→대선 캠프→대통령실 입성… 서울보증 감사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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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10-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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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7·23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와 통화에서 “너희가 잘 기획해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먼저 한 대표가 10월 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현재 정부 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나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 국민과 당원이 어떻게 볼지 부끄럽고 한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친한(친한동훈)계가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배후로 대통령실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뉴스1]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뉴스1]

    신지호 “서울보증 감사직, 3급 행정관이 갈 자리 아냐”

    이른바 ‘김대남 5시간 녹취록’은 서울의소리가 9월 23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며 그 존재가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총 5시간가량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라고 한다. 서울의소리는 먼저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김 전 행정관의 주장을 공개했다.

    한 대표와 관련된 내용은 9월 30일 두 번째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김 전 행정관은 7월 초 통화로 알려진 이 녹취록에서 한 대표의 ‘김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무시 논란’을 거론하며 “김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아주 여사가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행정관은 7월 10일 서울의소리 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비 70억 원을 들여 자기 대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으로 따지면 횡령”이라며 “대통령이 되려고 비대위 때부터 수작했다고 (보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의소리는 이틀 뒤 김 전 행정관의 발언을 ‘국민의힘 관계자’로 인용해 ‘한동훈 당비 횡령 유용 의혹 제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또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뉴스1]

    또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뉴스1]

    ‌윤-한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된 김 전 행정관은 1966년생으로 강원 강릉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업계에 종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다가 2022년 대선 캠프에 합류했으며,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 들어가 강승규 당시 대통령시민사회수석(현 국민의힘 의원) 밑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을 사직하고 경기 용인갑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이원모 대통령인사비서관이 해당 지역에 전략공천되면서 낙천했다. 김 전 행정관은 7·23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 대외일정특보로 활동했으며, 8월 2일 SGI서울보증(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에 임명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한 사람의 허언과 음모론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영부인이든, 대통령실이든 배후설을 제기하는 게 더 문제”라고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과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 나아가 여권 한 관계자는 “한 대표의 최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김 전 행정관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부총장은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신 부총장은 10월 1일 페이스북 계정에 “2021년 대선 캠프 정무실장으로 활동할 때 팬클럽 관계자 소개로 김대남 씨를 처음 알게 돼 조직부본부장이던 강승규 의원에게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업무 관계로 김대남 씨와 이따금 통화한 적은 있지만, 지난해 말 김대남 씨가 용산에서 나온 이후로는 일절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친한계는 김 전 행정관이 8월 서울보증 감사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서울보증 감사직을 자신이 “찍어서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보증은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다. 서울보증 감사직은 기관 내 2인자로 임기 3년, 연봉은 1억6000만 원에 성과급까지 합하면 최대 3억 원이 넘는다.

    먼저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10월 1일 페이스북 계정에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는 누구인가. 김대남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정도의 막강한 실력자는 누구인가”라고 공개 반발했다. 신 부총장은 10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대남 씨를 일부 언론에서 선임행정관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3급 행정관이었다. 여의도에서 ‘꿀 빠는 자리’로 통하는 서울보증 감사직은 1급 비서관이 갈 만한 자리로, 3급 행정관이 갈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 사주를 한 게 7월 10일, 서울보증 임원추천위원회에서 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된 게 7월 15일”이라며 “금융 경력이 전무한 사람인데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행정관 “사주받아 타격 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10월 2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에 따라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행정관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방침이 정해지자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 법률대리인을 통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난 뒤 일어난 일”이라며 “본인은 애초에 김건희 여사님과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대 당시)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특정 당대표 후보자를 사주받아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김 전 행정관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김 전 행정관이 과거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강남구청장 예비후보였던 2022년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나를 많이 신뢰했던 것 같다”며 “지난 3월 29일에는 대통령 당선인과 2시간 독대라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10월 3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행정관의 녹취 내용 대부분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난 일색이고, 당대표 관련 내용이 일부 있을 뿐”이라며 “이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못 박았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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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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