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가 약 120조 원을 팔 때 개인투자자와 연관된 매매는 137조 원에 육박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231층에 사람 있어요.”
‘검은 월요일’이던 6월 8일 SK하이닉스 주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 글들이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내다 판 코스피 약 120조 원어치를 받아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코스피 고공 행진 뒤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개미들의 증시 투자 열기가 있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적잖은 자금이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점이다. 단기 급등으로 조정이 올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월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6월 11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71조79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들의 ETF 주문을 소화하려고 증권사가 실제 주식을 자동으로 사들이는 매수세가 중심인 금융투자 순매수도 66조3600억 원으로, 이를 포함한 개인투자자와 연관된 매매는 137조 원에 육박한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들은 약 120조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도를 개미들이 그대로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적잖은 금액이 빚투 자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27조4200억 원이던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5월 29일 약 38조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들어서만 10조6000억 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대표적인 빚투 지표다. 주요 기업 급여일 이후인 5월 28일 기준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약 42조 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새 6500억 원가량 뛰었고, 직전 달과 비교하면 2조 원 넘게 늘었다. 5년여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급락장에도 ‘매수’ 버튼
반대매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1월 1700억 원에서 3월 4600억 원으로 증가했고 5월에는 7000억 원까지 늘었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5일 반대매매 청산 금액은 1600억 원이었다. 이는 영풍제지 거래 정지 여파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던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증시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이 물량이 다시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그래도 개미들의 순매수 행렬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월 2일 기준 136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말 대비 49조 원(약 56%)이나 늘었다. 여전히 증시에 투입될 대기자금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추가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도 적잖다. 20대 직장인 우모 씨는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가 매수했다. 우 씨는 “특히 SK하이닉스는 전망이 좋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약 3500만 원을 양사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또 종전과 지방선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방한 기대감에 대한항공, LG전자, 동양고속 주식을 몇 백만 원어치씩 사기도 했다. 우 씨는 6월 8일 장이 폭락하자 두려움에 계좌를 열어보지 못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팔걸 후회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 씨는 추가 매수를 계획하고 있다. 다른 종목을 정리한 후 SK하이닉스를 더 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증시에서 존재감이 커졌지만, 외국인 매도 물량을 개인이 온전히 받아내는 구조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수급 구조는 과거 외국인 중심에서 개인과 금융투자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지수 상승 구간에서 거래대금 및 순매수 흐름을 보면 개인과 금융투자 자금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시장을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성 자금인 고객 예탁금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추가 순매수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투자자가 던지는 대형주 물량을 개인이 온전히 떠안는 구조에서는 증시 상승 탄력이 저하되고 개인들이 매수하는 산업만 움직이는 양극화 장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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