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첫째 주 높은 변동 폭을 보이며 5000 선 아래로 떨어진 코스피는 2월 9일 4.10% 상승해 5298.04로 마감됐다. 사진은 2월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가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분석하며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2월 장이 열리자마자 5000 선이 붕괴했던 코스피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통과한 뒤 최고점(5376.92) 수준으로 복귀했다(그래프1 참조).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한국 증시는 물론, 최고치를 경신한 수출액과 경제성장률 등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반도체 쌍두마차’가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주일간 3번 사이드카
2월 첫 주 코스피는 최저점 4933.58(2일)과 최고점 5376.92(3일)를 하루 만에 오가며 300포인트 넘는 등락을 보였다. 2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다음 날인 3일 매수 사이드카, 6일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유가증권시장은 역대급 변동 폭을 기록했다.이번 파동에는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의 연준 의장 지명(2월 2일)과 소프트웨어 종말론 영향(2월 6일)이 계기가 됐다. 코스피는 각각 하루 만에 5.26%, 3.86%가 빠졌지만 2월 3일(6.84%), 9일(4.10%) 무서운 기세로 반등해 10일에는 종가 5300 선을 회복했다. 이는 같은 기간 0~2%대 등락폭을 보인 S&P500, 나스닥 지수와 비교할 때 큰 변동 폭이다.
1월 코스피는 글로벌 최상위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큰 조정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월 10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승률은 연초 대비 23.02%로 S&P500(1.41%), 닛케이225(11.22%), 상해종합주가지수(2.61%)를 뛰어넘는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하락(‐0.60%)하고 있는데도 국내 증시는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개인 매수세 힘이 컸다. 2월 2~10일 외국인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10조3514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8조4736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방어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후 외국인·기관 매도 매물을 받아냈던 ‘동학개미운동’을 방불케 한다. 코스피가 5.80% 급락한 2월 5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7791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하루 개인 순매수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매수세는 반도체 투톱 기업에 집중됐다. 2월 2~10일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2조2003억 원, SK하이닉스 3조822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 순매수액 중 70%를 차지하는 액수다.
급락 시 매수하는 개인투자자의 전략이 믿음에 근거한 것만은 아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9일 내놓은 ‘주간 컨틴전시 플랜’ 보고서에서 “2월을 지나 3월 초, 늦어도 3월 중순 이후 코스피 상승 추세 재개가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수출액, 경제성장률도 ‘하드 캐리’
코스피 5000 재안착에 이은 상승 전망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20% 초반대 상승률을 보이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03%, 29.39% 올랐다. 2월 3일 반등장에서도 각각 11.37%, 9.28% 상승률을 보이며 증시 회복을 견인했다. 양사 합산 시가총액 비율은 지난해 초 25% 수준이었으나, 현재 40%에 육박하고 있다.지난해 실적 증가는 1년 사이 3~4배 오른 주가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33조6100억 원, 영업이익 43조601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33.2%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97조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2063억 원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3.3%, 영업이익은 101.2%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이 수출 회복을 견인하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 초반대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24년 20.8%에서 2025년 24.4%로 상승한 데 이어 2026년 1월에는 31%를 상회했다. 씨티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올려 잡으며 반도체 수출이 54% 증가해 지난해(22%)보다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개 반도체 사이클은 4년을 주기로 ‘수요 증가(경기회복)→반도체 가격 상승→설비투자 확대(경기확장)→공급 과잉(경기 둔화)→재고 조정(경기침체)’을 반복한다. 과거 사이클에선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수요가 둔화할 경우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조정받았다. 하지만 AI 모델 고도화에 나선 빅테크와 소버린 AI를 도입하는 각국 정부의 인프라 확장으로 발생한 수요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범용 D램으로까지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반도체 메모리 시장 매출이 5516억 달러(약 801조5000억 원)로 지난해 대비 134%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그래프2 참조). 2027년 매출 추정치는 8427억 달러(약 1224조5000억 원)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2월 10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끝없는 상승세가 수개월째 이어지며 증시에서 확실한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비비안 파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펀드매니저의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업계의 메모리 부족 현상은 올해 남은 기간에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익 가시성이 투명에 가깝다”
양사의 기술력 검증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할 6세대 HBM인 HBM4를 설 연휴 이후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출하한다. 3년 만에 엔비디아 최초 공급자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다음 달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예정이다.증권사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월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삼성전자 21만6417원, SK하이닉스 119만2042원이다. 현 주가를 고려하면 각각 5만 원, 32만 원가량 더 상승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1월 30일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업황과 함께 경쟁력이 돌아왔다”(목표가 22만2000원)고 평가했고, 미래에셋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이익 가시성이 투명에 가깝다”(목표가 137만 원)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주가 타격을 받으면 코스피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정보기술(IT)·반도체 투자 전문가인 이형수 HS파트너스 대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빅테크 AI 군비 경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렸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에 따라 투자가 줄면 반도체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을 통한 글로벌 주도권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고성능 반도체 시장은 누가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갖고 있느냐, 그 제품을 누가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며 “향후 시장을 좌우할 7세대 HBM4E 개발과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 양산 설비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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