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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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 속도 빨라지는 자율주행 택시

해외 각국 ‘레벨 4’ 주행 기술 상용화… 한국도 제도 정비 나서야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4-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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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개조해 만든 로보택시 ‘웨이모 원’. 차체에 라이다 4개, 레이더 6개, 카메라 29대를 장착해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주행한다. 웨이모 제공

    재규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개조해 만든 로보택시 ‘웨이모 원’. 차체에 라이다 4개, 레이더 6개, 카메라 29대를 장착해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주행한다. 웨이모 제공

    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달린다.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건 기본이고, 도심을 운전자 없이 스스로 누비기도 한다. 10년 전만 해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정의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은 0~5단계로 나뉘는데 레벨 0은 비자동화, 레벨 1과 2는 운전자가 반드시 운전에 개입해야 하는 수준이다. 현재 많은 차량에 탑재돼 앞차를 인식해 거리를 유지하고 자동으로 가속 또는 감속을 하는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ACC)’이 레벨 1~2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의 고속도로주행보조(Highway Driving Assist·HDA),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은 모두 레벨 2 기술로 분류된다.

    레벨 3은 특정 조건에서 제한적인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스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각 운전대를 넘겨받아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과 현대차의 고속도로자율주행(Highway Driving Pilot·HDP) 기술이 레벨 3에 해당한다.

    웨이모,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 각축전

    드라이브 파일럿을 활용하면 특정 조건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은 채 최대 95㎞/h 속도로 주행은 물론, 차선 변경과 앞차 추월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기술을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부 주에서 제한적으로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현대차의 HDP는 2022년 기술이 공개됐을 뿐 아직 실제 차량에 장착되진 않았다.

    레벨 4는 차량이 특정 지역이나 조건에서 완전자율주행을 하는 것으로, 무인 셔틀과 로보택시가 이에 해당한다. 레벨 5는 최소한의 제약도 없는 단계를 뜻하는데, 현재 자율주행 최고 수준은 레벨 4 정도다.

    무인차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조사가 웨이모(Waymo)다. 2020년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레벨 4 수준의 로보택시 ‘웨이모 원(Waymo One)’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짙은 안개나 폭우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는 운행이 제한된다.

    GM 자회사 크루즈(Cruise)도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피닉스 등에서 레벨 4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차량은 시속 30마일(약 48㎞) 이하 제한 속도를 준수하며, 복잡한 도심 교차로 이동과 비보호 좌회전 등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또 하나 주목할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하면서 3만 달러(약 4400만 원) 이하 낮은 가격을 책정해 큰 화제를 모았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용 데이터 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용 데이터 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 엔비디아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 공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으로 자율주행의 두뇌를 만들고 있다. GM과 협업해 클라우드 AI 학습, 디지털 트윈 기반 제조 등 다양한 영역에 기술을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자율주행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존재감이 커질 전망이다.

    유통 공룡 아마존 역시 자율주행에 진심이다. 아마존은 2020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하며 관련 업계에 출사표를 냈다. 죽스는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전석 없는 완전자율차 시범운행에 성공했으며, 아마존 웹 서비스(AWS) 기반의 고성능 컴퓨팅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로보택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면 중국은 서비스 규모에서 압도적인 모습이다. 바이두(Baidu)의 무인택시 ‘아폴로 고’는 베이징, 우한, 충칭 등 중국 1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포니닷에이아이(Pony.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대표 미니밴 모델 ‘시에나’를 자율주행차량으로 개조해 중국 광저우 및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 운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쯤일까. 현대차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현지법인 모셔널(Motional)을 통해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자율주행 기업 에이브라이드와 협력해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텍사스주에서 시범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택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지만, 한국에선 아직 운전자 없는 택시를 경험할 수 없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이유로 지적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법규 및 인프라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세계 각국이 관련 차량을 도입하고 있고 기술 개발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건 현실이다. 우리가 기술 혁신과 더불어 법·제도 정비,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많은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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