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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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서도 열일하는 BTS 제이홉

[미묘의 케이팝 내비] 스페셜 앨범 ‘호프 온 더 스트리트 VOL.1’ 발매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4-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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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제이홉(j-hope)이 발매한 스페셜 앨범 ‘호프 온 더 스트리트 (HOPE ON THE STREET) VOL.1’. [하이브 제공]

    BTS 제이홉(j-hope)이 발매한 스페셜 앨범 ‘호프 온 더 스트리트 (HOPE ON THE STREET) VOL.1’. [하이브 제공]

    군 복무 중인 BTS 제이홉(j-hope)이 스페셜 앨범을 발매했다. ‘호프 온 더 스트리트(HOPE ON THE STREET) VOL.1’은 아마존프라임과 티빙에서 공개되는 동명의 6부작 다큐멘터리 OST 성격도 지닌다. 강렬한 힙합으로 구성됐던 2022년 7월 ‘Jack In The Box’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아늑하고 편안한 ‘필굿’ 무드에 경쾌한 기세가 조합된 곡들이다. 댄서로서 제이홉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자신의 뿌리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즐거운 안심감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앨범에는 지난해 3월 제이콜(J. Cole)과 함께 부른 ‘on the street’가 제이홉 솔로 버전으로 수록돼 팬들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그리고 타이틀곡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NEURON(with 개코, 윤미래)’으로 뮤직비디오도 ‘Official Motion Picture’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NEURON’은 커다란 덩어리들로 구성된 곡이다. 2개의 후렴은 각기 8마디씩이고 반복적인 구조이기도 해 좀 더 부피 있게 느껴진다. 랩으로 참여하는 개코는 16마디, 윤미래는 14마디씩 할애됐다.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곡은 아닌데, 곡 전체 길이도 4분 34초나 되다 보니 “최근 흐름과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사실은 조금 민망하다. 물론 이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끊김 없이 흐르고 교차하는 ‘거리’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솔풀한 무드로 이어지는 대구 속에서 의미를 확장하며 감성을 쌓아올리는 후렴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고 이는 곧 아스라한 희망의 무드를 드러내는 길이기도 하다.

    춤을 주제로 삼은 K팝 아티스트

    푸근하게 마음을 울리는 후렴은 ‘뉴런(neuron) 같은 관계망이 있어 새롭게 달려 나갈(new run) 수 있다’ 말하고, 이를 선사하는 춤과 무형의 커뮤니티로서 거리에 헌사를 바친다. 이 같은 주제는 영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주인공인 소년은 무표정하게 거리를 바라본다. 풍경 속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거나, 차렷 자세로 서 있다. 이는 (노래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춤추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사람들이 서로를 스치며 순간적으로 발생하기만 하는 미세한 연결점들은 도시를 관망하고 배회하던 소년이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마침내 맺어진다. 3절 윤미래 버스에 이르러 나타나는, 자못 뭉클한 시퀀스다. 보일 듯 말듯한 미소부터 파안대소까지 사람들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생동감을 쏟아낸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였던 파편들이 모여 마침내 하나의 세계를 재구축한다. 노래에 비해 물리적으로는 고요하나 내재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매체로서 춤을 주제로 삼고, 춤으로 연결되는 거리의 관계망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한 사람을 구체화한다.

    춤은 늘 K팝 퍼포먼스의 중요한 축이자 창조적 영역이다. 1세대 아이돌부터, 물론 당시는 시스템 미비를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들어야 할 것이나, 안무를 아티스트가 직접 창작하는 일이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K팝 아티스트의 예술적 역량을 강조하고 인정하는 시각은 작사, 작곡, 가창, 프로듀싱으로 이어지는 음악 분야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 시각적 요소를 포괄하는 콘셉트를 아티스트의 창조적 활동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다. 그럴 때 춤과 ‘관계망으로서 거리’를 아티스트 시선에서 다룬 이 다큐멘터리가 무척 반갑다. BTS이자 제이홉이 아니라면 선보이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곧잘 ‘꼭두각시’로 폄하되는 K팝 아티스트와 그들의 춤에 담긴 창조적 자아, 노력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유의미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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