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0일 임기가 시작되는 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다는 초선의원은 137명. 그중 ‘차세대 리더’ ‘주목받는 초선’으로 꼽히는 28명을 7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1972년생<br>서울대 국제경제학과<br>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br>동일고무벨트 대표
김세연(36) 당선자에게 장인어른(한승수 총리)에 대해 묻자 그제야 웃음소리가 났다. 4·9 총선에서 지역구 최연소로 당선돼 18대 국회에 입성한 김 당선자는 전화 인터뷰 내내 ‘잘 다듬어진’ 멘트로 또박또박 포부를 밝혔다.
“국회 상임위 배정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18대에서는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제대로 되는지 등을 집중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김 당선자는 ‘3세 기업인, 2세 정치인’으로 특히 아버지 고(故) 김진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와는 ‘닮은꼴’이다. 대학 졸업 후 LG-EDS시스템(현 LG-CNS)과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쳐 2001년부터 가업을 이었고, 아버지를 이어 정계에 뛰어들었다. 부산 금정구는 김 전 부총재가 내리 5선을 한 지역. 이번 총선에서 한반도대운하추진단장을 지낸 현역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을 ‘더블 스코어’ 이상(김 당선자 64.8%, 박 전 의원 27.2%) 차이로 승리한 것도 ‘아버지의 이름으로’였다.
“사실이에요. 유권자들이 ‘김세연’보다는 선친 생각을 많이 해 상당한 지지를 보내준 거 같아요. 부담되지만 책임감도 느낍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등원했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사심 없이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한다면 지역민들이 인정해줄 거예요.”
‘기업인’으로서 지역경제를 보는 눈은 어떨까. 그는 부산 울산 경남을 광역경제권으로 통합해 조선, 자동차, 기계, 물류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를 놓고 대립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 틀을 잘게 나누고 서로 다투는 시대는 끝났다는 지론에서다. “물론 지자체마다 온도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부터 차근차근 설득해 광역경제권을 반드시 활성화하겠습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당선 후 한나라당 복당’을 약속했던 그는 자연스레 약속이 이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5월15일 해외출장을 다녀오니 (한나라당 복당에 관한) 기류가 많이 바뀌었대요. 잘못된 공천으로 발생한 문제는 순리대로 풀릴 거예요.”
최연소로 여의도에 깃발을 꽂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그는 “정치를 만류했던 아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전혜숙 당선자“소외계층 복지 증진에 힘쓸 터”
1955년생<br>영남대 약학과<br>경상북도 약사회 회장<br>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 약사들의 대표라고 볼 수도 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다. 약사 자격으로 국민과 최일선에서 접해왔기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는 물론 사회복지 분야 전체를 고민할 수 있었다. 앞으로 국가의 배려에서 소외된 400만 차상위계층의 복지 증진을 위해 힘쓰겠다.”
- 우리나라 보건복지 정책이 위기라고 보나?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추진된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 걸지 못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험제도를 갖추고 복지 확대에 주력해온 정부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MB가 급작스레 ‘성장중시’ 정책을 쓰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는 1980년대 고향인 경북 칠곡에서 약사 일을 하던 도중 서민계층에게 ‘무료투약 서비스’를 하면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줄곧 복지 분야에 매진해왔다고 하나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에 가깝다. 그런 그가 어째서 야당을 선택한 것일까?
“당연히 아는 사람이야 한나라당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나 정치인이란 정책을 보고 정당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문제는 아직도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복지에 대한 철학 없이 너무 쉽게 ‘경쟁’을 얘기한다.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인 4대 보험을 놓고도 경쟁이니 민영화니 위험한 생각들을 펼치고 있다. 쇠고기 파동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이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경시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보건의료, 복지 분야에서 ‘사후 약방문’은 아무 쓸모 없는 일이다. 국민이 죽고 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나라당 수원 권선 정미경 당선자“아동권리 보호 위한 법 제·개정에 최선”
1965년생<br>서울 덕성여고<br>고려대 법학과, 사법시험 38회<br>검사, 변호사
국내 최초 여성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을 세상물정 몰랐던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는가 하면, 최초 여성 국무총리였던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
그 후유증은 컸다. 정 당선자는 두 달 뒤인 8월, 파견기간을 채우고 다시 검찰로 돌아오기로 돼 있었다. 관례대로라면 여성가족부로 파견되기 직전 근무했던 수원지검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이미 그러리라 예상하고 수원에 보금자리를 튼 뒤였다. 하지만 검찰 인사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수원지검이 아닌 부산지검으로 발령난 것. 검사를 천직으로 알았던 그였지만 그 길로 사표를 던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올해 2월, 그에게는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여성가족부 파견검사 재직시절 만난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구 아동학대예방센터) 자원봉사자들이 총선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
“고민이 많았어요. 변호사 사무실이 아직 자리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고요. 그분들이 ‘정말 우리를 도와주려면 정치를 하시라’라고 강권해 결심을 하게 된 거죠.”
정 당선자는 2월5일 한나라당 공천신청 마감일 뒤늦게 신청서류를 준비해 가까스로 접수했다. 경쟁률은 10대 1. 어렵사리 공천을 받은 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접한 정치현실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더군요. 수원 출신이 아니라느니, 1회용 반창고라느니, 인지도도 없는데 왜 나왔냐느니 여기저기서 별 이야기가 다 돌더라고요. 수원 민심이 정말 그럴까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매일 밤 주점들을 쫓아다녔죠. 그러면서 ‘저예요, 제가 정미경이에요’라고 인사를 했어요. 정말 간절했거든요.(웃음)”
그가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다. 현행법상 너무도 열악한 아동학대 방지 및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관련법을 제·개정하고 싶어서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말 때문에 싸움을 벌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자주 접해온 그는 ‘고운말 쓰기 운동’도 벌일 생각이다. “저는 행복하려고 정치를 시작했어요. 앞으로 두려움과 행복 사이에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정치를 할 생각입니다.”
한나라당 서울 금천구 안형환 당선자“대한민국 먹고사는 문제 우선 고민”
1963년생<br>전남 목포고<br>서울대 서양사학과,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br>KBS 기자
“서울의 모든 구를 통틀어 아파트가 가장 적은 도시입니다. 가산 디지털밸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살 만한 주거시설이 없다고 불평입니다. 자연스레 나쁜 주거환경은 질 낮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집값은 떨어지고 다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거죠.”
82학번인 그는 386세대에다 전남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기에 전통적인 개념으론 한나라당에 어울리는 이력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운동권 출신인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줄곧 ‘회색인간’으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른바 미래지향적인 중도의 길을 찾았던 셈이다.
- 한나라당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스스로 보수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출입기자이기도 했고, 그곳에 목포고 선배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택했다면 나 자신이 진정으로 불행했을 것이다. 이념을 배제하고 안면으로 정당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나. 실제 정치나 외교도 실용과 국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앞으로 한 세대 이상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
- 어떤 화두를 갖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나?
“내 화두는 ‘미래’다. 대한민국이 과연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다. 제조업에서 문화지식 산업으로 순조롭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교육과학 분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목포 출신인데 DJ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나보다는) 아버지가 좋아했던 정치인이다. 역사의 거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콤플렉스를 떨치지 못한 점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이 조금은 편향된 통치로 나타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