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한곳으로 몰릴 때 상승은 이어지고, 여러 곳으로 퍼질 때 사이클은 막바지에 접어든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2023년 이차전지 열풍을 떠올려보자. 당시 흐름을 주도한 기업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었다. 2023년 초부터 이 두 종목으로 시중의 모든 자금이 몰리면서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요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당시에는 에코프로그룹이 코스닥을 좌지우지했다.
돈은 중심부로 몰린다
2023년 1월 10만 원대였던 에코프로는 그해 4월 80만 원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아직 덜 오른 이차전지주’ 찾기에 혈안이 됐다. 그 결과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포스코 그룹주가가 뒤늦게 질주를 시작했다.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도 덩달아 오르며 에코프로의 장악력이 약해져갔다. 그해 7월에는 모든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당시 흐름을 요약하면 먼저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다른 종목들이 뒤따라 상승한 뒤 다 같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종목으로 모든 자금이 쏠릴 동안만큼은 의외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이런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일정 흐름이 있는데 상승을 먼저 주도하는 것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홀로 질주하는 동안은 시장 관심이 그쪽으로만 쏠려 비트코인 도미넌스(시장점유율)가 높아진다. 그러다 이더리움 등 메이저 알트코인이 따라 오른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밈코인 등 알트코인들이 번갈아 상승한다. 이후 모든 코인이 하락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암흑기가 찾아온다. 비트코인으로 강한 쏠림이 나타나는 동안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돈을 잃을 확률이 낮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잡코인’이 번갈아 급등할 때는 경계가 필요하다.
한국 부동산시장 흐름도 마찬가지다. 먼저 서울 아파트가 급등한다. 그러면 정부에서 수도권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다. 이후 규제 밖에 있는 지방 부동산이 들썩인다. 부산, 대구 등 광역시 집값이 상승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방 중소도시 원정 갭투자’가 성행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매입 열기가 잦아들고 부동산 가격 상승 사이클이 끝난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에도 서울 아파트를 향한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는 동안에는 손해 볼 일이 적은 셈이다. 모든 지방 부동산이 골고루 오르기 시작할 때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 다음’을 경계해야
지금 증시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3000에서 9000으로 3배가 되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 현상은 완화되지 않았다. 지금도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이 두 종목에 대한 쏠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이 강하게 지속되는 한 코스피가 떨어질 확률은 낮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때는 양사로의 쏠림이 완화되는 시점이다. 다른 종목들이 주목받기 시작한다면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정리하자면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날수록 수익 기회가 많아지고, 쏠림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 구간은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쏠림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모멘텀이 무너지면 시장도 함께 급락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대한 쏠림 현상 이후 시장이 바로 주저앉은 적은 없었다. 쏠림이 완화되고 주변부로 자금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거친 후 하락장이 본격화했다. 따라서 그 구간에서 잘 빠져나오기만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쏠림 자체가 아니다. 쏠림이 완화되는 것을 보면서도 욕심 때문에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행태다. 에코프로 말고 포스코그룹이 주목받으면, 비트코인 말고 알트코인에도 볕이 들면, 서울 부동산을 지나 지방 부동산도 뜨기 시작하면 주저 없이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쏠림 현상의 특징은 해당 기간에 다른 자산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0년 닷컴버블 때는 정보기술(IT) 종목만 올랐다. 2009년 ‘차화정’ 장세에서는 자동차·화학·정유가 아니면 오르지 않았다. 이때 쏠림이 발생하는 중심부에 있어야 수익을 낸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이제라도 시각을 바꿔보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