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파상공세 버틴 비결은 벙커버스터도 못 뚫는 지하 미사일 기지

중국과의 비밀 커넥션 통해 요새 건설… 중장비·미사일 부품·연료 등도 지원받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6-2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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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인 살라미 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왼쪽)과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전 항공우주군 사령관이 비공개된 지하 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모습.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호세인 살라미 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왼쪽)과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전 항공우주군 사령관이 비공개된 지하 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모습.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미군 B-2 전략 폭격기는 전쟁 기간에 이란 중부 야즈드주의 시르쿠흐산 중턱에 위치한 지하 미사일 기지에 GBU-57 벙커버스터를 집중 투하했다. GBU-57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적의 핵심 시설을 파괴하려고 만든 전략 무기다. 길이 6.2m, 무게 3만 파운드(약 1만3600㎏)로, 미군이 보유한 재래식 폭탄 가운데 가장 무겁다. 이 폭탄은 60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웬만한 지하 시설은 버틸 수 없다. 

    자그로스 산맥의 일부인 시르쿠흐산은 해발 4075m로 야즈드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990년대부터 주로 단단한 화강암 지질인 이 산 지하 500m 깊이에 ‘이맘 호세인’이라는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왔다. 미군은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이곳을 벙커버스터로 수차례 공습했지만 기지의 지상 출구 일부를 무너뜨리는 데 그쳤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곳에 비축해둔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 및 걸프국가들에 지속적으로 발사해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자그로스 산맥 아래 30여 개 기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지하 미사일 기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토 서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자그로스 산맥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자그로스 산맥은 총 길이 1500㎞, 평균 고도 2000m이고, 최고 높이는 4000m다. 이 산맥 곳곳에 혁명수비대가 구축해놓은 지하 미사일 기지가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 기지들을 ‘미사일 도시’라고 부른다. 미사일 도시에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 등을 보관·비축하는 무기고를 비롯해 지하 운반 터널과 철도망, 수직발사대, 미사일 생산 및 연료 보관 시설, 각종 중장비, 급수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말 그대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하 요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월 초 작성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 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내 33곳의 미사일 기지 중 30곳이 작전 가능한 상태이며, 이는 미사일 도시들 덕분”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NYT는 또 현재 이란이 전쟁 전 미사일 재고량의 70%를 유지하고 있고, 이 재고에는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해상·지상 타깃을 겨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자그로스 산맥에는 벙커버스터로 파괴할 수 없는 미사일 도시가 30여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미사일 도시를 구축해왔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국을 벤치마킹해 이러한 지하 요새를 만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5월 6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5월 6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건설 노하우는 물론 연료까지 지원한 중국

    중국 국영방송 CCTV는 2017년 ‘지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지하 미사일 기지에서 전략 핵미사일 여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핵 반격 훈련을 하는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기지는 중부 허난(河南)성 타이항(太行) 산맥 쑹산(崇山)의 지하 1㎞ 위치에 구축됐다. 중국은 1965년 중앙군사위원회 1호 명령에 따라 이 기지를 건설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2022년 2월 신형 고체연료 중거리미사일과 지하 미사일 기지를 공개한 적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에 지하 미사일 기지 건설 노하우는 물론, 각종 중장비도 비밀리에 제공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중국 건설 회사들은 이란에 적극 진출해왔다. 이란은 이를 통해 지하 미사일 기지 구축에 필요한 굴착기와 불도저, 크레인, 덤프트럭 등을 공급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북방공업공사(NORINCO)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지하철을 건설하기도 했다. 

    또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드론 부품을 대부분 중국산 이중용도(군사 및 민감 겸용) 소재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과 비밀 커넥션을 통해 탄도미사일 원료도 공급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있는 가오란항은 양국의 밀거래가 이뤄지는 접선 장소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출신이자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고문인 미아드 말레키는 “가오란항은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집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지목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 항구는 고체연료의 핵심 전구체(前驅體)인 과염소산나트륨의 선적지다. 과염소산나트륨은 민간 화학 원료지만, 정제 과정을 거쳐 과염소산암모늄으로 전환하면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성분으로 전용될 수 있다. 이란 ‘그림자 선단’의 화물선들은 가오란항에서 중국 민간 화물선으로부터 과염소산나트륨을 넘겨받아 이란 남부에 있는 반다르아바스항 등으로 운송한다. 이곳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기지가 위치한 군사·물류 핵심 거점이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들어서만 이란 국영 해운사 소속 선박 12척이 가오란항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중국 세관이 이 선박들을 제대로 검사조차 하지 않고 묵인해왔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란을 은밀하게 도와준 셈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하 기지에 비축해놓은 드론들.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하 기지에 비축해놓은 드론들. 이란 혁명수비대

    중국 민간기업도 ‘비밀 커넥션’에 개입

    양국의 이런 비밀 거래는 오랜 기간 지속돼왔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벌였는데, 당시 탄도미사일 500여 발과 샤헤드-136 드론 1000여 대를 발사했다. 그런데 이란은 소모된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단 몇 개월 만에 보충했다. 중국이 탄도미사일 연료 원료와 부품, 드론 부품 등을 이란에 공급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면 해상 봉쇄를 단행한 이후 미군은 4월 19일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향하던 이란 국영 해운회사(IRISL) 소속 투스카호를 나포했다. 이 화물선은 가오란항에서 출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스카호는 중국 항구에 자주 드나들었으며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해역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면서 “중국은 과거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공급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증거까지 제시하면서 중국과 이란의 비밀 커넥션을 폭로했다. 국제해킹조직 ‘프라나(Prana) 네트워크’로부터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중국 회사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도미사일을 생산할 때 필요한 화학물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힌 것이다. 프라나 네트워크는 그동안 이란 정권의 제재 우회와 불법 무기 거래 정보를 폭로해온 해킹 단체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하오쿤(昊坤)에너지’라는 중국 민간기업이 수년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석유를 중국 정유사에 판매하는 중개 역할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하오쿤에너지는 4년 전 혁명수비대 최정예 부대인 쿠드스군(Quds Force)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란에 석유 관련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자 탄도미사일 연료 원료를 대신 공급했다. 또 이 회사는 수년간 혁명수비대에 각종 무기, 과염소산나트륨, 미사일·드론 부품 등을 제공해왔다. 

    미국 OFAC는 5월 8일 이란에 미사일 연료 원료를 지원한 혐의로 중국 기업 9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재 대상은 중국 산둥성 소재 칭다오하이예석유와 이 회사 대표 리신천, 홍콩과 제3국에 선적을 두고 이란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그림자 선단’ 선박 운영 회사들이다. 이들도 역시 하이쿤에너지와 비슷한 수법으로 이란과 비밀 거래를 해왔다. 

    이란이 그 대가로 제공한 것은 원유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소비하는 국가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제재 때문에 그동안 400여 척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동원해 중국에 원유를 밀수출해왔다. 이런 거래를 통해 중국은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뒷배’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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