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대세남이 더민주당 구원투수로 비상대권을 거머쥔 김종인 대표라면, 여권은 이한구(71)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다.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조차 “처음이라 예의상 왔지만 다음부터는 부르지 마라”고 할 정도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한구 시대’는 새누리당 공천 완료 시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공천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김종인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을 지켜보는 여야 정치권에서는 공천에 담긴 깊은 뜻을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김 대표의 경우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고 총선 이후 내년 대선까지 제1야당 수장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는 게 뼈대다. 김 대표는 3월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선거(총선) 끝나고도 돕나”라는 질문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다. 그의 긴 얘기는 ‘정권교체 기반 조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정권교체 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밝히지 않았지만 스스로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더민주당에 들어왔음은 분명히 했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선에서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둘 경우 김 대표가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임을 찾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더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뜻밖의 성적을 거둔다면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 대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일. 김 대표가 77세에 창당한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의 경험을 자신의 현 상황에 자주 빗대는 것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이한구 위원장의 경우 새누리당 공천을 잘해서 총선 성적이 좋으면, 총리로 중용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새누리당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 등 이 위원장이 거론됐던 자리에 후배들이 임명되면서 이 위원장이 노려볼 수 있는 마지막 공직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한구 총리론은 지금 당장 유효한 현금 성격보다, 새누리당 공천과 총선 결과에 연동된 약속어음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루하루 낙천과 공천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치열한 총선 현장은 누군가에게는 미래로 가는 레드카펫을 까는 과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