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왼쪽)와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동아DB, 사진 제공 · 생각생각]
자서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법원 판결 당시 주요 근거인 ‘1억 수표’에 대한 해명.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 씨는 2009년 2월 아파트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에게 전세 자금 1억89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중 1억 원이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 측에 건넨 자기앞수표였던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평소 교분이 없던 한씨와 한 전 총리 동생 사이에 수표가 오갈 경로는 한 전 총리뿐이라며 유죄 증거로 봤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두고 한 전 총리는 자서전에서 여섯 쪽(144~149쪽)을 할애해 “검찰의 조작과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비서 김모 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한만호로부터 1억 원짜리 수표를 빌려 보관”하고 있다 전세 자금 중 5000만 원 융통이 어렵다는 동생 한씨의 토로를 듣고 “선뜻 열흘 정도만 쓸 것이라면 융통해줄 수 있다고 제안”(145~146쪽)하면서 해당 수표를 건넸다는 설명이다. 한 전 총리는 △동생은 수표 출처를 몰랐고 △두 차례에 걸쳐 수표 4장(3500만 원·1500만 원 수표로 5000만 원을 거슬러주고 3000만 원·2000만 원 수표로 5000만 원 상환)으로 김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으며 △자신은 사건 후에야 돈 거래 사실을 알았다고도 주장했다.
“사면 바라나”
법조인들의 시각은 달랐다. 검사 시절 특수부 사건을 여럿 맡은 한 변호사는 “한 전 총리는 자신의 비서가 왜 한만호 씨로부터 1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표를 받아 보관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며 “자서전에서 억울하다고 내놓은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오히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정황을 더 확실히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간부 출신인 또 다른 변호사도 “한 전 총리 사건은 정치인 수뢰 사건치고는 증거가 많아 검찰에서도 ‘화제’였다. ‘1억 수표’뿐 아니라 한만호 씨가 금품을 건넨 기록을 담은 ‘채권회수목록’ 등이 유죄 판결 근거였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한 전 총리는 책을 통해 ‘검찰의 공작과 날조’를 주장할 필요 없이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법리적으로 반박 못 하니 정치 논리로 대통령의 사면을 바라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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