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만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이 3월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메디컬코리아 2021 제11회 글로벌 헬스케어 & 의료관광 콘퍼런스’ 개막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 3000만 원↑ 주식 매각해야
7월 20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32포인트 하락한 1,041.5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눈에 띄는 부분은 재산 상당액이 고바이오랩 주식으로 구성된 점이다. 권 원장과 고바이오랩의 인연은 깊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동료 교수인 고광표 대표가 2014년 8월 회사를 설립할 때 창업 멤버로 함께했다. 권 원장은 “당시 후배 교수를 도와주기 위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고바이오랩은 지난해 11월 1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권 원장은 이 과정에서 고바이오랩 3만 주를 배당받았다. 당시 기준 9억3900만 원 상당이다.
권 원장은 3월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되면서 더는 주식 보유가 어려워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 등 재산 등록 의무자가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의무적으로 2달 내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 기관에 백지신탁을 맡겨야 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식백지신탁이 체결된 경우 60일 이내 주식이 매각된다. 같은 달 임명된 고주희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도 네이버,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권 원장은 임명 후 넉 달이 지난 7월 21일 현재 고바이오랩 주식을 보유 중이다.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를 통해 주식 보유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등이 보유 주식이 업무와 관련 없다고 판단하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받으면 해당 주식에 대한 매각 및 백지신탁 의무가 면제된다.
권 원장은 3월 31일 자신이 보유한 고바이오랩 주식 3만 주와 가족이 보유한 기아 주식 749주에 대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 4월까지였던 주식 보유 시점이 8월로 연장됐다. 직무 관련성 여부 심사 기간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권 원장은 “(직무 관련성) 심사 신청 후 6월 24일 (고바이오랩과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최종 통고를 받았다. 8월 24일까지 해당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에 대한 무지로 오해 생겨”
해당 방법은 보유 시점 연장을 노린 편법 행위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직무 관련 주식을 매각해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와 반대되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는 없지만 보유 시점 연장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때마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직 임명 후 한 달 새 고바이오랩 주가가 20%가량 급락하기도 했다.직무 관련성 심사제도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주식에 대해 예외적으로 보유를 허용함으로써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취지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보유 주식이 3000만 원을 초과하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본인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위원회를 통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무 관련성 판단 기준은 관련 정보에 대한 직간접적 접근 가능성,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이다. 대체로 맡은 직무와 보유한 주식의 산업군이 다를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정될 개연성이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고바이오랩의 직무 관련성은 명확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핵심 역할은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의료 산업 육성이다. 신약 개발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고바이오랩과 사업 영역이 겹친다. 고바이오랩은 2019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왔다. 고바이오랩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 기관으로 참여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지원 사업 대상이다. 또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 조직인 보건산업혁신지원센터 관리기업이기도 하다. 보건산업혁신지원센터는 고바이오랩의 코스닥 상장을 지원했다.
권 원장은 이에 대해 “부임 직후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적격성 심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가족이 보유한 기아 주식과 함께 심사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과거 주식투자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직무 관련성의 의미를 잘 몰라 원장직에 임명되기 전부터 보유한 주식은 심사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 (제도에 대한) 무지로 인해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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