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기자]
8월 22일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윤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악화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동맹 균열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전격 발표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내용에서 드러난 일본에 대한 메시지도 강경하지 않았다. 며칠 전 일본 측도 우리 기업에 대한 반도체 핵심 재료 수출을 허가하는 등 양국 갈등이 진정 국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어떤 셈법이 작용한 결정이라고 보나.
“사실 외교 전문가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다만 지소미아 파기는 현 여권이 야당 시절부터 계속 거론하던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집권하니 지소미아 문제가 예상 외로 민감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재연장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기대한 미국의 반응이 끝내 신통치 않은 것에 실망하지 않았나 싶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해 ‘우리가 이 정도 각오를 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대일 압박 수단으로는 유효한가.
“지소미아를 대일 협상 카드로 쓴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 정부의 중재를 유도하고 일본을 압박할 지렛대 구실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지렛대를 실제 써버린 이상 의미가 없잖나. 특히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명목이 ‘한국이 대북제재에 비협조적’이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지소미아를 파기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재확인해준 셈이 됐다. 향후 일본은 자신들의 논리를 더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자체는 군사정보보호에 대한 규정에 불과한데….
“지소미아는 한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과도 맺은 매우 초보적 단계의 협정이다. 다만 한일 지소미아는 일본, 더 나아가 미국과의 정보 링크를 위한 초석이다. 한미일 3국의 정보 공유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서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 취급에 관한 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를 매개로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구상하는 한미일 공조의 가장 초보적 장치인 셈이다.”
한미동맹이 굳건한데 일본과의 ‘직거래’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정책 결정자가 한미일 안보 협력 시스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교두보이자 배후 기지다. 당장 주한미군을 뒷받침하는 병참 및 후방지원 세력도 일본에 다수 전개돼 있다. 이런 한미일 3국의 안보 시스템이 지난 70여 년간 한국의 생존 메커니즘이었다.”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이 미국과 일본 같은 우방에서 이탈하는 ‘안보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한미일 정보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에게 유리한 안보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김일성 이래 북한이 취하는 주요 대남전략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갓끈 전략’이다. 한미, 한일관계라는 두 갓끈 중 어느 하나만 약화시키면 한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대남전략이다. 북한은 이 중 좀 더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를 쉽게 와해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소미아 파기로 비롯될 한일관계 악화는 북한의 이런 전술에 휘말려 스스로 ‘제2의 애치슨라인’을 그은 꼴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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