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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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DJ와 ‘대권 줄다리기’ 돌입

“국민 지지 없는 후보는 모두 불행” 발언 파문…‘이인제 비토 그룹’ 긴장

  • 입력2005-05-30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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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 DJ와 ‘대권 줄다리기’ 돌입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드디어 몸을 풀기 시작했는가. 그는 지난 9월 말 당내의 ‘이인제 비토 그룹’을 싸잡아 공격하면서 “이제 몸도 풀고, 연습도 하고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싸움에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런 말마따나 그는 11월9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안 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당내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이사장 이재정 의원)의 국민정치학교 특강 자리에서 경선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물론 이 말 앞에는 “내가 국민의 지지가 없어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이 말이 당내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당연했다. 모두들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며 신경을 곤두세웠고, 다른 최고위원 대부분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협박하는 것이냐”며 비난했고, 정대철 최고위원은 “지금 차기 대선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갑 김중권 최고위원은 ‘노코멘트’ 입장을 보였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진 못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 불쾌한 반응

    그러나 정작 이위원 진영은 이들의 반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위원이 평소 해왔던 말이고, 김대통령이 차기 후보에 대해 말한 것에 배치되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 이위원의 한 측근은 “정권을 내주면 그게 불행한 일이지, 불행하지 않은 일이냐”면서 “당연한 것을 가지고 괜히 침소봉대(針小棒大)한다”고 반박했다. 이위원 측근인 박범진 전 의원도 “국민적 지지를 받는 후보를 내놓지 않으면 여당이 정권을 놓친다는 말을 약간 추상적으로 한 것뿐”이라며 “당내 행사에서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이위원 쪽에서 이위원 발언이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은 지난 4월1일 김대통령의 ‘동아일보’와의 회견 내용 때문. 당시 김대통령은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차기 대권도전 선언을 하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경우도 그런 포부를 당당하게 국민에게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을 이었다. 당시 김대통령 설명 중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그렇게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면 대통령후보로 성장하는 것이며 국민이 지지하면 당도 그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원론적 입장 표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국민적 지지가 대통령후보 결정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표현이었던 것.

    따라서 이위원 진영도 당시 김대통령 발언이나 최근 이위원 발언이나 속 내용이 뭐가 다르냐고 할 만하다. 이위원 쪽은 특히 “국민이 지지하면 당도 그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이 지지하는 데도 대의원 지지를 받지 못해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이위원 측근들이 “당 핵심부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대의원들을 통해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성토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릴 다음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대의원 만들기’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다른 최고위원 진영은 이위원이 김대통령 말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여소야대 상황의 극복이 절실한 마당에서 경기와 충청권 의석을 확보하는데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표몰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레토릭’(수사)으로 힘을 실어주었을 따름이란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위원은 “당장 총선이 급한데 그 정도의 관심 표명이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그 당시의 필요성과 앞으로 2년 후의 필요성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11월10일 ‘대전일보’와의 회견에서도 “여권 내에서 훌륭한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분들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지도자로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의 문제는 국민이 판단하고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그분들의 활동은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매일매일 평가를 받고 있고, 그 평가가 지도자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후보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정해질 것임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말이다.

    이런저런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여겨볼 것은 이인제 최고위원이 지금 이 시점에 왜 파문을 일으킬 것이 뻔한 발언을 했는지다. 이 점에 대해 이위원 진영은 “평소 지론인데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간단히 넘기지만, 다른 쪽은 “초조하기 때문” “자신의 입지를 계속 확인하려는 것” 등의 추론을 내놓는다.

    여권 한편에서는 이위원과 권노갑 최고위원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해졌고, 이로 인해 자극을 받은 이위원이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한번 자극해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후보를 결정할 차기 전당대회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어야 할 권최고위원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위원 쪽은 이런 해석에 대해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권위원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위원이 이 발언을 기점으로 대세몰이에 나설 것이란 해석도 있다. 11월12일 경북 주왕산에서 열린 산악회 모임에 이위원이 참석하고, 10월말 서울 마포에 박범진 전 의원과 김충근 전 특보 등이 사무실을 낸 것과 연관짓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위원측은 “주왕산 산악대회는 전국 조직이 아니라 경북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산악회를 만들어 이위원을 초청한 것”이라며 “우리는 현 단계에서 전국적인 조직화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직을 만들 만큼의 자금도 없으며, 조직을 통한 세몰이라는 구시대적 정치 행태를 굳이 답습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마포 사무실 역시 “조그만 공부방을 하나 만든 것일 뿐”(박범진 전 의원)이라고 한다.

    사실 조직을 통한 대세몰이에 나서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인제 최고위원이 김대통령과 차기 낙점을 위한 지루한 줄다리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김대통령은 당분간 여권 내 차기주자들의 경쟁을 말리지 않으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절벽 밑의 사자 새끼들 중 싸워 이겨서 올라오는 새끼를 거두는 것이 김대통령 방식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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